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이유는 뭘까요? 잘 알려진 양치기 소년의 우화는 반복된 거짓말로 인해서 신용을 잃게 된 소년이 결국은 늑대에게 잡혀 먹히는 것으로 막을 내립니다. 거짓말은 이처럼 자기 자신에게 해롭기 때문에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미스리플리>는 결국은 양치기 소년처럼 파멸로 장미리를 이끌 것입니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고 결국은 그 거짓말이 그녀를 삼켜 버릴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녀가 애처롭기도 합니다. 고아원 출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아버지의 도박빚을 갚기 위해서 접대부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이건만 모진 세파를 결국은 넘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하기 때문이죠.
전 여성에게 있어서 외모가 경쟁력이라고 하는데 찬성하는 편입니다. 현실에서는 그녀의 미모라면 그렇게 아득바득 하며 호텔일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죠. 하지만 극의 설정상 그녀가 정상까지 올라 갔다가 추락하는 모습이 펼쳐질 곳이기에 그 곳의 화려함과 거짓말로 인한 달콤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거짓말의 달콤함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자꾸하는 것은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미스리플리>의 장미리도 거짓말이 주는 유혹에 흠뻑 빠져서 마치 자신의 능력 때문에 일이 해결된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텔 회장에게 칭찬까지 받으니 완전히 자뻑(스스로 자아도취된 상태를 뜻하는 속어)이 갔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대기발령 중인 그녀를 코너까지 몰고간 장명훈 때문이죠. 희주의 동경대 졸업장을 위조했으나 가까스로 얻은 직장을 잃게 될 판입니다. 하지만 때마침 일본 총리의 딸(티아라 지연)이 호텔A에서 없어지는 초비상 사태가 일어납니다. 딸을 찾아서 대령만 하면 뭐든지 들어주겠다는 이야기가 오고가죠. 장미리는 동성애자로 나오는 총리의 딸을 자신도 동성애자라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서 그녀가 호텔A로 다시 찾아오게 만듭니다. 그런데 장명훈이 이 이야기를 몰래 듣고 맙니다. 덕분에 장미리는 동성애자로 오해를 받게 생겼네요.
선택의 갈림길
장미리는 항상 자신의 상황이 코너에 몰리게 될 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또한, 거짓말을 하는 방법과 연기력도 매우 뛰어나서 그 말을 듣고 있으면 깜쪽같이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지요.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때 만큼은 자기자신도 속이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처럼 성적소수자의 슬픔과 비애를 당한 것마냥 눈물까지 흘리지요. 이것은 단순히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요. 극 후반부에 장미리가 파멸하게 될 때의 충격적인 반전을 위한 장치 같습니다.
지금도 미리는 뭔가에 쫓기는 듯한 불안증세와 성공에 대한 강박 관념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를 초조하게 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오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 그리고 불우한 어린 시절 등... 결코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반겨주기 않고 쳇바퀴 돌듯이 항상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내가 썩은 동앗줄을 잡기엔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요."
몬도리조트의 후계자인 유현의 호감 섞인 고백을 차갑게 거절하는 장미리의 선택을 볼 때 그녀의 선택은 항상 그렇게 자신의 꼬인 인생처럼 그릇된 선택만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짓과 진실에서 거짓을, 썩은 동앗줄이 아닌 튼튼한 동앗줄을 버린 그녀의 선택이 너무 애처로울 뿐입니다.
인간은 하루에도 장미리처럼 수많은 거짓말과 함께 사소하든지, 중하든지간에 수많은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뭘 먹을까, 뭘 입지? 등등 말이죠.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떠한 선택이든지 할 수 밖에는 없는 것도 인간입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로 무장을 한 채 자신의 선택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요.
당장은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장미리와 같은 바보 같은 선택을 하지는 말도록 언제나 마음을 다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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