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까지 보면서 몰랐던 사실을 오늘 알게 되었네요.
<미스리플리>의 방송 시작에 흐르는 이미지컷들이 '거짓말', '사랑', '진실' 순이라는 것을요.
여태까지는 별로 의미를 두지 않고 보고 있었는데, 오늘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극의 진행이 거짓말편, 사랑편의 막을 내리고 '진실편'을 향해서 달려 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미스 리플리>는 16부작의 드라마이지만 거짓말편, 사랑편, 진실편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인물들 간의 첨예한 심리적 갈등이 트랜스포머 3D와 같은 액션씬을 방불케 할만큼 치열합니다.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장미리만이 벗겨진 가면을 들고 있는데, '진실편'에서는 장미리가 그토록 감추려 했던 자신의 과거를 낱낱이 드러내게 되겠지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장미리가 과연 악녀일까?'라는 것입니다.
제가 보는 장미리는 지우고 싶은 짐승 같은 과거를 지우고자 거짓말을 한 불쌍한 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벗겨지는 진실 앞에서 자신의 치부를 모두 드러내는 가련한 여인일 뿐일 것입니다.
장명훈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보다 튼튼한 동앗줄인 송유현을 택했고, 그렇게 동앗줄을 타고 오르며 끝이 보이지 않는 욕망 뒤에서 장미리로써는 생각지 못한 복병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며 서서히 파멸해 갈 것입니다.
승승장구 장미리, 몇 길 위의 초고수를 만나다 |
몬도 그룹 회장은 아들인 유현이 사랑하는 사람인 장미리를 위해서 값비싼 목걸이를 선물해줬지만, 몬도 그룹 부회장인 이화는 그와는 반대로 장미리의 기를 완전히 꺾어 놓습니다.
말에도 뼈가 있고, 혀에도 사람을 상하는 칼이 숨어 있다면 미리는 이화에게는 절대 당하지 못할 몇 길 위의 초고수입니다.
검을 빼들기도 전에 완패를 당한 것이죠.
"이쯤에서 멈추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호텔A의 장명훈과 남다른 사이라는 소문이 있던데...아~우리가 만난건 유현에게는 비밀로 하죠."
이화는 한 술 더 떠 장명훈과 장미리 사이의 관계를 유현에게 발설하겠다는 못을 박아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유현이 이화에게 따지면서 미리가 아팠던 만큼을 고스란히 되돌려 줍니다.
"격이라구요...의외네요. 어머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호텔 유니폼을 입고 아버지와 저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저는 아직도 기억해요."
젠틀한 유현이지만 미리를 위해서라면 어머니의 자존심까지도 짖뭉개면서 승리를 쟁취하고야 마는군요.
이화는 상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서인지, 기분 전환 삼아서인지 VIP만 이용한다는 개인 비밀 금고를 찾습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이화와 어린 장미리가 함께 한 사진이 그 속에 있네요.
진실편답게 우리가 궁금해하던 실마리들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진실편의 키맨은 장명훈이 될 것 같네요.
제 예상과는 달리 장미리의 거짓말에 속았던 장명훈이 자신이 그토록 찾던 장미리의 과거에 대한 답을 알게 되고 난 후 미망에서 깨어난 듯 합니다.
그리고 장미리를 향해서 검을 빼어듭니다.
그 검은 복수나 실연의 아픔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장미리에게 주었던 것을 남김 없이 되돌려 놓겠다는 '무심(無心)의 검'입니다.
장미리는 교수직 뿐 아니라 호텔A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게 됩니다.
장명훈을 만나서 따지지만 장명훈이 그녀에게 전할 말은 하나 뿐입니다.
"나에게서 비롯된 일...모두 제자리로 돌려 놓을꺼야....내가 미리 너의 거짓말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거라 생각을 하니?"
장명훈의 말의 뉘앙스에는 장미리를 그녀가 본래 있던 일본의 술집까지로 되돌려 놓을 듯 한 잔인함이 내포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장미리에게 그보다 위협적인 말이 있을까요?
장명훈은 과연 장미리를 어디까지 끌어내려 놓을까요?
자신의 진심 어린 사랑이 모두다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장명훈 본인이 아니고서는 선뜻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
남은 다섯 회에서 장명훈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겠지요.
생각 외로 사건이 급박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장명훈 어머니의 죽음은 장명훈이 장미리에게 남아 있을 한 줌의 미련으로 인해 빼어든 칼을 그냥 칼집에 넣지는 않겠다는 앞으로의 스토리의 암시입니다.
이혼의 아픔이 있는 아들의 혼사를 걱정한 어머니의 마음은 tv에 생생하게 보도된 유현과 미리의 공식 석상에서의 연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리를 찾아 마음을 돌려보려고 합니다.
미리는 명훈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지금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면서 명훈의 어머니의 설득과 애원을 뿌리치지요.
병중에 있는 명훈의 어머니는 이 과정에서 미리가 자리를 뜬 후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이 모습을 유현이 목격하게 되고 명훈의 어머니인줄은 꿈에도 모른채 병원에 입원을 시키지요.
예고편을 보면 장명훈이 장례를 치르는 모습이 보이는데 아마도 숨을 거두는 것 같습니다.
모친을 돌보는 모습에 사랑을 느꼈던 장명훈이 모친을 잃게 되면서 어떠한 감정으로 장미리를 대할지 조금은 예상이 되지 않을까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매우 순수한 인간 본연의 마음이지만, 역설적으로 순수하기에 변질 되기도 쉬운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랑의 속성은 온 마음을 다하는 것이기에 상대방도 온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욕심쟁이라 누구와 나눌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유현의 사랑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의 과거를 감쌀 수는 있을지 몰라도 미리의 마음이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을 향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유현을 괴롭게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장명훈이 그러했듯이 유현도 장미리의 과거와 만나게 되겠지요.
히라야마를 만나는 유현의 모습이 예고편에 등장을 하는데 미리로써는 정황상 사면초가의 상태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오늘 너무 재미가 있었던 한 회였던 것 같습니다. 심리적 갈등, 인물들 간의 갈등의 심화, 극을 이끌어나가는 스토리의 빠른 전개 등 흠잡을 때가 없는 11회였던 것 같네요.
하지만, <미스 리플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 모두 아시죠?
<미스 리플리>를 시청하다보면 저도 극중의 인물들처럼 심리 상태가 팽팽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최고의 사랑>이 주는 달달한 재미 못지 않은 <미스 리플리>의 몰입의 재미...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 저작권 및 소유권은 MBC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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