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리플리>라는 작품은 기획 의도에 대단히 충실한 작품이고, 기획 의도와는 또 별도로 '이화'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비정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꼬집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리처럼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천륜을 끊는 '이화'가 지금 이 시각에도 양산 되고 있을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입니다.
또한 14회의 줄거리에는 단순한 '학력위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왜곡된 학벌 위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담겨져 있습니다. 미리가 거짓말을 함으로써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거짓말로 인해서 그녀가 누리지 못했을 '돈, 명예, 사랑'의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준 것은 단순히 그녀 혼자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부각 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학력은 낮지만 재능은 많은 친구입니다."
장명훈은 장미리가 학력 위조를 하였다는 사실이 발각된 시점에서도 몬도 그룹 부회장인 이화에게 이런 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대사를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학벌 위주의 사회를 타파하겠노라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대한민국에서 살만큼 살아보니 학벌주의, 일등주의, 연고주의, 지역주의 등은 영원히 함께 가야 할 풀리지 않는 숙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정치적 공약으로 내건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함이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죠. 왜냐하면 국민 개개인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이것이 맞으니까 이렇게 하라고 변화시켜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에 문제 제기 또한 하지 않아야 할까요? 우리가 인생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살아 나가고 있지만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덕률은 지니고 살게 됩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의 판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보다 심각한 것은 문제 제기조차도 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지 이러한 문제 제기를 통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이를 공론화하여 어떤 합의점을 이끌어낸다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를 할 수 있겠지만 한 편의 드라마가 강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지 않고는 힘든 일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조각난 과거 맞추기
유현은 뜻 밖의 장소에서 미리의 어머니 '김정순'을 만나게 됩니다.
"김정순 여사님~"
은행 직원이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그 곳에는 자신의 계모인 이화가 있었던 것이죠. 머리가 좋은 유현은 이제 미리와 자신이 결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도 알게 된 듯 합니다. 미리를 자꾸만 코너에 밀어 붙이는 이화를 향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지요.
"글쎄요~이제는 다른 이유 때문이라도 미리씨와 결혼하지 못할지도 모르잖아요?"
유현은 몬도 그룹 회장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김정순'에 대해서 이야기를 다 듣고 확신을 가지게 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버려졌을 미리의 과거가 너무 미안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면서 어린 미리를 만나 사과를 하지요. 그의 사과는 뒤바뀐 운명의 주인공 미리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히라야마의 운명은?
미리는 학력위조와 그녀가 쌓아 놓은 거짓말들이 언론에 공개 되면서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에까지 불려 갔던 미리는 유현의 배려로 인해서 변호사가 선임이 되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리는 정신분열의 초기 증세를 보이는 모습입니다.
"호텔A의 호텔리어라는 것과 몬도 그룹 후계자와 약혼한다는 사실은 절대 변하면 안되는 진실이에요."
미리를 추궁하는 검찰 역에 엄기준이 까메오 등장을 하면서 극의 재미를 더해주네요. 궁지에 몰린 미리를 히라야마가 찾아가 함께 한국을 뜨자고 제안을 하지만 미리에게는 그런 선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널 만난 걸 얼마나 후회하는 줄 알아? 되돌릴 수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 지옥 같던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자구?"
미리의 완강함에 히라야마는 오늘은 그냥 돌아갈테니 잘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전 솔직히 히라야마의 비중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히라야마의 인기라기보다는 김정태씨가 <1박2일>이나 <승승장구>에서 인기몰이를 한 덕택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악인이라면 악인인 히라야마인데 극초반과는 달리 미리를 사랑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어 그의 운명은 어떻게 그려질까도 <미스리플리>를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장명훈 그의 선택은?
장미리의 사건이 커지게 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장명훈에게까지 넘어오게 됩니다. 엄기준 검사는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장명훈과 장미리가 내연의 관계가 아니었냐는 질문과 장미리의 특혜가 장명훈 본인에게 있지 않았냐는 질문을 거침 없이 하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장명훈은 마치 장미리를 대신해서 장미리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처럼 책임의 일부를 짊어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속된 말로 장미리를 대신해서 총대를 매려고 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는데 장명훈의 마음 속에 장미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더라도 이런 바보 같은 우를 범하게 될지 지켜봐야겠네요.
이화, 당신은 진실을 밝힐 용기가 있나요?
이화는 미리에게 미리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그녀를 매우 하찮게 취급하였습니다. 뺨을 세차게 내려치고, 비행기 티켓을 주며 떠나라고 종용을 하기도 하고... 장미리의 과거는 장미리의 약점인 셈인데 이 약점을 발견한 이화의 태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강하게 그 약점을 짖누른 셈이죠.
헌데, 14회를 보는 내내 저는 이화 본인에게 묻고 싶었어요. '당신은 진실을 밝힐 용기가 있나?'라고 말이죠. 이러한 제 질문에 마치 답이라도 하듯이 유현에 의해 이화의 과거가 드러나게 됩니다. 친딸을 버린 비정한 모습의 그 때 그 모습을 말이죠.
'엄마'를 외치며 온 힘을 다해 떠나는 엄마를 잡는 어린 미리를 뿌리치는 이화의 모습...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엄마를 만나겠다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화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지독한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미리와의 재회로 수렴해가고 있습니다. 도망치려 할수록 다가왔던 미리의 과거처럼 이화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 셈이죠.
"버릴 수 있는 인연이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천륜을 어떻게 끊겠어요."
수녀님의 간곡한 만류에도 이화는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거절을 하지요.
"수녀님 아까부터 장미리라는 분이 수녀님을 뵙기 위해 기다리고 계세요."
다른 수녀님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이것이 천주님의 뜻인가 봅니다."
이 때 유현과 미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저 분이 따님과 결혼을 하겠다는 분이세요."
장미리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이화는 폭풍오열 직전입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말이죠. 아~너무 아쉽네요. 이 장면에서 이렇게 끝나야만 했는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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