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혹은 '신스틸러'라는 표현은 그 배우의 존재감이 뛰어나서이기도 하겠지만, 보다 큰 이유는 적재적소에 걸맞는 신의 할당량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말에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히라야마의 경우가 그러한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1박 2일>의 출연으로 배우 김정태는 영화에서 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이 방송 출연으로 CF도 찍고, 각종 섭외가 이어지고 있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넌 내게 반했어> 후속 드라마인 최지우, 윤상현 주연의 <지고는 못살아>에도 비중 높은 캐릭터에 출연이 확정 되면서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배우 김정태의 주가가 높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미스 리플리>의 히라야마의 연기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작품성에 마저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히라야마의 극중 비중은 이미 끝났어도 끝났어야 될 상황인데, 김정태의 인기가 상승가도를 달리자 그의 연기 비중이 커지면서 <미스 리플리>의 스토리가 정통 멜로극에서 다소 과장된 신파극으로 흘러 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장미리를 일본에서 접대부로 고용해서 자신의 노리개감으로 겁탈하려던 히라야마가 갑자기 장미리를 사랑하는 것으로 그려지면서 순정남이 되어 버리고 있습니다.
제가 작품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하는 이유는 <미스 리플리>의 기획의도가 거짓을 말하는 장미리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 사회인가를 말하고자 하는데 있다는 것이었는데, 히라야마의 역할 변경은 이러한 기획의도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인기(권력)에 야합하는 현실과 뭐가 다릅니까?
그동안 <미스리플리>의 기획의도를 옹호하면서 찬양하는 글을 써왔던 필자로써는 몹시 배신감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부분을 제외한다면 <미스리플리>의 15회 줄거리는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지 그 누구도 짐작하기 힘든 흥미진진한 한 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의미를 통해서 우리는 <미스리플리>의 결말이 어떻게 수렴해갈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짐작하기 힘든 결말을 산출해낸다는 것은 역으로 말해 배우들의 연기와 심리 묘사가 매우 뛰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타래처럼 얽킨 비극의 주인공들이 파국을 향해서 달려 나가는 것이죠.
16회 중 최종회가 남은 <미스리플리>에서 극 중 주요 인물인 장명훈과 이화의 결말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명쾌한 결말이 난 사람은 장명훈 뿐인 듯 합니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을 내린 것이죠.
그러지 않기를 바랐는데 결국은 장명훈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장미리 대신 총대를 매는군요.
사람은 과거형, 현재형, 미래지향형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장명훈은 과거라는 이름의 장미리와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살기로 결심한 것 같네요.
장미리가 그런 장명훈을 돌아봐 줄지는 최종회에서 판가름이 나겠지요.
유현과의 결혼을 반대하면서 장미리의 뺨을 갈기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화는 장미리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몬도 그룹의 회장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실신을 하게 됩니다.
실신을 하면서 뇌에 충격을 입어 뇌출혈을 일으키며 생과 사의 경계에 놓이게 되지요.
비정한 모정의 원인이 몬도 그룹의 회장의 이화에 대한 사랑 때문으로 책임이 전가 되면서 이화는 그와 이혼까지 결심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화의 과거도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전이라면 반전인 셈인데요.
장미리의 결말이 서글프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해후를 위해서 깔아 놓은 포석인 셈인가요?
어쨌든 이화가 생사를 넘나들면서 꿈꿨던 어린 미리와의 해후가 이뤄질지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유현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장미리와의 파혼을 선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장미리가 세상 사람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몬도 그룹 회장에게도 장미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갈지 자신도 알 수 없다면서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하겠노라고 말하지요.
배는 다르지만 장미리와 남매지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보여준 유현이 비상식적인 생각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그만큼 장미리를 사랑한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장미리를 보호하려면 보호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유현이 모든 죗값을 치르게 하겠다는 것은 장미리가 떳떳하게 자신에게 올 수 있게 하려는 이유일 것입니다.
장미리도 모든 죗값을 치르겠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히라야마의 장미리 납치로 인해서 일이 틀어진 듯 합니다.
유현과 히라야마의 주먹다짐 끝에 이를 말리던 장미리는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져 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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