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강 승유는 세령과 함께 말타기 놀이에 흠뻑 빠져 있다가 수양대군의 척살령을 받은 자객으로부터 활에 맞아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목숨이 경각에 처하게 된 승유를 온 몸을 던져 지키려는 세령... 마침 왈패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 감시차 들렀던 친구 신면(송종호 분)에 의해 승유는 구원을 받습니다.
수양대군은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신숙주와 그의 아들 신면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이려 하고, 문종은 김종서 가문과의 부마간택으로 단종과 경혜공주의 안위를 도모하려 합니다.
경혜공주는 문종의 뜻을 받들어 승유가 자신의 부마가 될 사실을 알게 되고, 세령과 정이 깊어지는 것을 보며 질투를 하게 되고 그들의 사이를 떼어 놓고 자신의 존재를 승유에게 알리려 합니다.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았던 조선의 과학
기복신앙이 있는 민간에서의 점복술의 관점과 유교적인 예를 따르고 우주와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왕실의 궁합술은 현대인의 시각과는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경 사회이기에 천문과 자연의 섭리를 따랐던 조선시대에서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며 대자연의 섭리 안에서 인간의 천수와 운명, 택일도 하였을 것입니다. 첨단 과학의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것이 통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점복술이나 궁합, 관상 등을 단순하게 미신으로만 폄하하기엔 간단치는 않아 보입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부마간택을 함에 있어서 자주 거론이 되고 있는 관상학이라든가, 경혜공주와 승유의 궁합 이야기가 나와서 그 부분을 좀 밀도 있게 다루고자 함입니다.
문종은 경혜공주가 김종서의 아들 승유와의 부마간택이 자신이 붕어하였을 경우를 대비하여 단종과 황실을 수양대군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적인 선택임을 문종의 측근들로부터 전해 듣게 됩니다.
반대로 수양대군의 입장에서는 관상감의 책임자를 핍박하여 궁합이 나쁘게 나오도록 술책을 부려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셈이죠. 실제로 수양대군은 자신의 측근인 한명회로 하여금 관상감의 책임자와 식솔들을 생매장시키려 하면서 모종의 계략을 세웁니다.
이 부분에서 정작 궁금해지는 것이 경혜공주의 사주단자와 승유의 사주단자를 지닌 관상감에서는 그들의 궁합이 과연 어떻게 나왔을지가 저의 최대 관심사였습니다. 경혜공주의 비극적인 운명은 그녀의 사주단자 안에 정해져 있었을까요? 마찬가지로 승유의 비극적인 운명도? 우리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개척해 나가는 것일까요? 현대를 사는 저는 후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지만은 신분상승이 여의치 않은 조선시대의 사람들은 아마도 전자에 무게중심을 두며 살았을 가능성이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관상감: "운명을 바꾸고 싶으십니까?"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후에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은 대단한 인물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수양대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김종서
<공주의 남자> 안에서 김종서(이순재 분)는 가장 '조선적'인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유교의 '충'의 도리를 가장 잘 따르는 인물이기에 그러한 비유를 한 것입니다.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짐이 없는 대쪽 같은 인물이지요. 왕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초개처럼 생각할 인물이지만, 수양대군의 야망을 알기에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은 절대로 수양대군이 왕위에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수양대군에게 선전포고를 합니다. 김종서가 수양대군에게 반기를 드는 이유도 어찌보면 이러한 유교의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종서가 이처럼 권력이 막강한 수양대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이유는 승유가 목숨에 위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복싱으로 따지면 수양대군은 헤비급이고, 김종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체급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은 4군 6진을 개척했던 사람답게 대단한 기개가 아닌가 합니다. 계유정난에 의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 하게 될 김종서입니다.
김종서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회유를 하고 정략결혼까지 생각했던 수양대군에게 단단히 척이지게 되었습니다. 수양대군의 정치적 IQ는 대단히 비상한 듯 합니다. 김종서와 틀어지게 되자 차선책으로 신숙주와 그의 아들 신면을 집 안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세령과 일면식이 있었던 신면은 수양대군의 초대에 응해 그의 집에 방문하다가 세령을 만나게 되고, 공주로 오해하고 있던 신면은 자초지종을 듣게 됩니다. 좀 아이러니한 점이 '공주의 남자'는 신면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령이 죽지 않고, 세령공주가 되어 살아 남는다면 말이죠. 하지만 어쩔 것이여~ 이미 세령의 마음은 승유에게 가버렸는걸요.
승유가 세령에게 반하는 순간
세령은 승유에게 별다른 감정을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마가 될 것이라는 경혜공주의 말에 커다란 상실감을 느끼게 된 듯 합니다.
경혜공주: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은 아비를 닮았구나."
경혜공주는 세령과 승유가 말타기를 하면서 스킨쉽을 하는 등 자신의 남자라고 생각하는 승유와 세령이 정이 깊어지는 것 같아 그런 것을 생각하니 심사가 좋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승유를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하지만, 세령은 말타기를 한 날 약속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승유가 기다릴까봐 걱정이 되어 그를 찾습니다.
말타기를 하다가 봉변을 당한 승유는 세령을 기녀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립니다. 혹시라도 공주가 기다릴까봐 걱정이 되어서 말이죠. 하지만 막상 세령을 만나게 되자 목숨의 위협을 느꼈던 지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다시 말타기를 하려 나왔느냐면서 화를 냅니다. 자신을 기다릴까봐 걱정이 되어서 나왔다는 말에 승유는 미안한 마음에 저자거리를 구경시켜주겠다면서 세령을 안내합니다. 저자거리에서 그네타기를 하는 것을 보다가 사람들에게 등떠밀려서 세령이 그네타기를 하게 됩니다. 그네를 타는 세령에게 승유는 호감을 넘어서 완전히 푹 빠진 모습입니다.
공주의 진면목에 경악하는 승유
자신의 여자라 생각을 하고, 그 여자에게 애정을 느끼는 남자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승유... 그는 세령에게 노리개를 선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령은 경혜공주에게서 승유가 부마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자 큰 상실감을 느낀 듯 합니다. 말타기, 그네타기 등 커다란 즐거움을 줬던 승유이기에 그러한 즐거움을 잃을까봐 저어하는 상실감의 근원이 자신도 그를 연모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다달았겠지요. 하지만, 이미 그는 부마가 될 처지... 신면에게서 자신이 공주 행세를 한 자초지종을 밝히는 것이 승유에게 덜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에 경혜공주를 만나 사실을 밝힐 수 있게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노리개를 세령에게 전하기 위해 입궐한 승유에게 경혜공주는 자신의 진면목을 밝히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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