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가을동화(2000년)'의 원빈은 "얼마면 돼...얼마면 될까?"란 대사로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이전에 2005년 작인 모니카 벨루치의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라는 작품도 있죠.
또 그 이전에는 1993년 작인 데미 무어 주연의 '은밀한 유혹'도 있습니다.
이 두 작품과 원빈의 대사는 흥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사랑과 사람의 마음을 흥정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제 '내딸 서영이'도 이러한 대열에 포함을 시켜야 할 것 같네요.
이러한 작품들은 아마도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한 끊임 없이 다른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겠죠.
우리의 시대가 자본주의의 시대이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시대이며 현실적으로도 사랑이 흥정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무런 비판 없이 이러한 것을 받아 들인다면 그 또한 문제일 것입니다.
우재는 자신을 밀어내는 서영이를 잡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듭니다.
그 마지막 카드는 서영이 나타나기 전에는 우재 자신조차도 꺼내어 들 줄 몰랐던 카드였을 것입니다.
바로 아버지의 뜻처럼 기업을 이어 받는 일이었지요.
▲우재 때문에 자신의 첫사랑이 깨어졌다는 고백을 하는 서영이
우재와 우재 아버지(강기범)의 갈등의 단초이기도 한 이 일에 우재는 회사 일이 싫고 자신이 하고픈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를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죠.
우재 아버지는 그런 우재가 못마땅한 것이었구요.
우재는 서영이 함께 미국으로 가지도 않고, 자신이 남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을 시간을 달라고 서영에게 제안을 하지만 서영은 둘 다 거절하게 됩니다.
이에 우재는 미국행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거래를 하죠.
바로 서영이와의 결혼을 허락하면 기업을 이어 받겠다는 거래였습니다.
강기범은 서영이가 맘에 차지는 않지만 우재의 말을 듣고 화색이 돕니다.
그의 고민은 채 하루를 못 넘기고 서영이와의 결혼을 찬성 하죠.
서영이가 애비, 애미도 없는 고아출신(?)이라는 점이 못마땅하지만 장래 고시에 패스를 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입니다.
우재의 서영이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고 하더라도 아버지와의 거래를 통해서 자신의 사랑을 이루려고 하는 방식은 제 가치관과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어서 좀 당혹스럽습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서영의 입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우재와 우재 아버지 간의 갈등을 해소해주는 전기를 마련해주게 생겼지만 만약 서영이가 이 두 부자의 대화를 들었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땠을까요?
'내딸 서영이'의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아무리 좋다고 하여도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시청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배경 구성은 좀 미흡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작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상류층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내딸 서영이'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한 이유를 들여다보니 드라마이긴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대사들이나 시대상, 그리고 가족간의 갈등을 반영하는 설정들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재와 우재 아버지의 거래가 서영과 우재의 러브라인을 그려주기 위한 포석이고, 이 장면을 통해서 원빈의 그것처럼 우재를 굉장히 멋지게 그려내고는 있지만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장면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내딸 서영이'에서는 왠지 모르게 연애는 남자가 더 좋아해야만이 이루어지고, 하층민(서영이)은 상류층(우재 일가)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것만 같은 것을 주입 받는 느낌이라서 씁쓸하더군요.
물론 이런 생각이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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