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사또전'은 20부작을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예정된 이별을 고하였습니다.
원혼인 아랑이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캐는데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삶과 죽음, 욕망이라는 인간의 굴레를 통해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랑의 죽음의 진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 작품 같단 생각이 듭니다.
욕망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 된 무연이나 무연과의 인연 때문에 함께 소멸을 택한 무영도 인간의 굴레를 완벽하게 벗진 못했죠.
아랑은 자신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지만 그 죽음의 진실 속에는 이서림이 택한 삶의 의미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죠.
이서림의 사랑은 사랑하는 정인인 주왈을 위해 목숨을 던진 헌신적 사랑이었습니다.
아랑의 죽음의 진실이 아랑 자신이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타인을 위해 희생할 때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아랑사또전'식의 어법이 아닐까 싶어요.
이서림과 주왈의 이뤄지지 않은 비극적 사랑은 외사랑이라고 한다면, 은오와 은오 어머니를 통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도 있습니다.
비록 은오의 예지몽처럼 어머니와 함께 하지는 못하겠지만 은오는 어머니의 영혼을 구원하였으니 자식된 도리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있죠.
무연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한 은오 어머니의 복수심이 낳은 비극적인 결말이죠.
비극적인 결말은 또 있습니다.
이서림의 시신을 벼랑에서 던지고, 처녀봉양을 위해 아랑을 칼로 찔렀다는 죄책감 때문에 주왈은 이서림을 던진 벼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주왈이 죽어서 무영의 빈자리를 메울 저승사자가 되었다는 것은 그의 생전 업보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아마도 회개를 하였다는 점을 크게 반영해 준 처사라 생각되네요.
좀 신선한 반전이긴 했습니다.
무연이 죽고 나서 이승에서의 자신의 쓰임이 다했다는 허무감, 아랑에게 지은 죄를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는 주왈의 연기는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아랑사또전'을 보면서 저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라는 신 캐릭터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만 타당할까 생각했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모심잠으로 찔러야만 했던 결과가 은오의 말처럼 신인 옥황상제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꼭두각시여서였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다고 하였는데, 그 의지마저 신의 계획에 포함 되어있던 것일까요?
이 부분은 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으로 남겠지만 은오와 아랑 그리고 옥황상제와의 관계를 고찰해 볼 때 신과 인간의 관계는 '약속'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단 생각을 하였습니다.
구약이나 신약이나 모두 신과의 약속을 기록한 책이듯이 옥황상제의 설계 속에는 아랑과 은오와의 약속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은오는 아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건 생사부 관문에 도전을 합니다.
무영이 소멸되기 전 아랑의 죽음의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것인데, 아랑의 삶과 죽음이 기록되어 있는 생사부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고 알려줬기 때문이죠.
'골든타임'의 이성민님이 생사부 수문장으로 나와서 눈이 번쩍 뜨여지더군요.
'아랑사또전' 최대반전은 이성민님의 카메오 출연이라고 해도....^^
정해진 시간 내에 나오지 못하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은오는 이서림의 죽음의 진실을 찾기 시작하죠.
'아랑사또전'이 이 최종회만큼의 긴장감만 유지했더라면 더욱 재미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들게 하였습니다.
은오는 아랑의 죽음의 진실이 아랑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생사부에 놀라게 됩니다.
죽은 자들만 있어야 할 생사부인데 말이죠.
은오는 아랑이 이 문제를 결코 풀 수 없을거란 사실에 분노하며 "옥황상제!"라고 외칩니다.
은오는 옥황상제와 염라대왕 앞으로 소환이 되고, 생사부에서 빠져 나오다 헤어진 아랑은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기 일보직전입니다.
은오는 옥황상제에게 무연을 없앤 공을 언급하며 아랑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대신 희생하겠다 하죠.
염라대왕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아랑 대신 지옥으로 갈 것을 말합니다.
아랑이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기 일보직전에 은오는 아랑을 대신해서 지옥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세월이 흐른 뒤 조그마한 남자애와 여자애가 꽃밭에서 만납니다.
남자아이는 방울과 돌쇠의 아들이고, 여자아이는 아랑의 환생이군요.
물론 남자아이는 은오의 환생입니다.
아마 아랑도 은오와 함께 하기 위해서 지옥문에 몸을 던졌나 봅니다.
지옥문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 아랑 자신이 정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진실의 종은 울리지 않았으니까요.
뭐 애초에 진실의 종을 울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나 보네요.
나쁜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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