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경, 이상한 나라 청담동에 입성한 앨리스
'청담동앨리스' 첫방은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대립, 명품 속에 담겨진 여성들의 심리, 사랑이 비즈니스인 서윤주(소이현분)와 사랑은 사랑일 뿐인 한세경(문근영분)의 대립된 가치관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영화 제목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드라마 제목에서 보듯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간직한 한세경이 명품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진으로 둘러쌓여 있는 이상한 나라 청담동의 국내일류 의류그룹인 지앤의류에 계약직으로 입성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아마도 한세경은 위와 같이 현실을 관통하고 있는 대립된 가치관 속에서 때론 현실에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통렬하게 현실비판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삶이 더 가치가 있는 삶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서윤주와 한세경의 대립된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서윤주와 차승조(박시후분)의 과거사를 보면서 서윤주의 가치관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데, 서윤주와의 사랑을 위해 자신이 지닌 모든 걸 포기한 승조를 두고 서윤주는 "왜 포기했냐. 사랑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주는거다. 네게 너는 비즈니스..."라는 말을 던지며 서슴지 않고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
서윤주와 한세경의 과거사에서도 서윤주의 그릇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남자친구를 빼앗은 서윤주는 그를 이용해서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해서 출품을 하는데, 그것도 자신이 가진 능력이라면서 이를 비판하는 한세경과 머리챌 잡고 싸우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한세경은 지앤의류의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되고, 서윤주는 차승조와 결별 후 지앤의류의 사모님이 되었다.
한세경이 하는 일은 아직은 서윤주인 줄 모르는 지앤의류 사모님의 심부름을 하는 수준......
한세경을 계약직으로 붙여준 것은 서윤주에 의해서 거의 낙하산 인사나 마찬가지.
그녀가 한세경을 계약직으로 입사시킨 이유는 학창시절의 마음 속 앙금을 복수하려는 것일 터이다.
눈물 흘리게 하는 사회
지앤의류 디자인 팀장 신인화(김유리 분)는 한세경에게 입상 경력도 있고, 학점도 높은데 왜 이런 일을 하냐면서 자존심을 긁는다.
한세경은 유학을 다녀오지 못한 자신의 스펙이 후져서 그런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의 꿈이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1년 후 정식 직원이 되고...하면서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나 신인화는 한세경에게 패션 디자이너가 될 수 없을거란 잔인한 말을 한다.
왜냐하면, 유학을 다녀오지 못한 처지와 그러한 환경, 그리고 그 환경에 기인한 안목 때문이라고......
안목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지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세경의 부모는 하우스푸어이고, 한세경 본인은 3년 만에 힘겹게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다.
그리고 그의 남친은 어머니 병수발에 온통 빚에 쪼들려 있으나 현실을 직시하면서 희망고문을 그만하자면서 한세경에게 명품백을 결별의 선물로 준다.
한세경: "왜 모두 나에게 안된다고만 이야기 하냐."
서윤주의 복수는 일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왜냐하면, 한세경은 이상한 나라 청담동에서 '노력이 나를 만든다.'는 신념이 흔들리고 있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려는 꿈이 현실에 좌절 당하고 있으니까.
한세경의 눈물을 보면서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한세경이 겪고 있는 좌절감을 함께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청담동 앨리스'의 첫방에서 한세경이 오열하는 장면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에 갖혀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는 '가진 자=행복한 자, 못 가진 자=불행한 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못 가진 자가 가진 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갈수록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한 이야기가 가진 자들의 상징인 명품 스타일에 비유되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프레임으로 갖혀지고는 이 사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의 공룡처럼 점점 더 거대하게 자신의 세를 키워가고 있다.
'청담동 앨리스'의 한세경이 그 공룡에 맞써 싸워 그러한 틀을 깨고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눈물 흘리게 하는 사회가 아닌 꿈을 이루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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