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34번째 이야기> 장르: 액션, 드라마 러닝타임: 153분 감독: 강우석 출연: 황정민, 윤제문, 유준상, 이요원, 정웅인, 성지루 관람 장소: 영등포역 타임스퀘어 CGV(레뷰 프론티어 전설의 주먹 시사회)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낭만 주먹
검에도 사람을 살리는 '활검'이 있고 사람을 죽이는 '사검'이 있듯이 주먹에도 무차별적인 폭력과 힘을 과시하는 깡패나 건달의 주먹도 있을 것이고, 우정과 의리, 더 나아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희망을 갖게 하는 주먹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주먹을 '낭만 주먹'이라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낭만 주먹'이 한 시절을 풍미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라소니가 그러했고, 김두한이 그러했다. 분명 미화가 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폭력을 절대 미화해서는 안되지만 적어도 이들의 주먹에는 낭만이 있었다.
이러한 낭만 주먹을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시라소니'나 '장군의 아들'일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폭력은 절대 미화를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영화들을 보면 싸움을 잘하는 이들에 대한 동경,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강자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에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 있었고, 주먹을 쓰는 대의가 있었다. 그들이 스스로를 협객이라 불렀던 이유다.
시대를 거쳐 낭만주먹은 정치깡패, 전국구 깡패, 기업형 깡패 등으로 변화되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학교에서의 주먹을 일컫는 단어들도 '짱'(경상도에서는 '통')과 같은 단어들에서 '일진'이라는 단어들로 변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먹에 대의가 없어졌고, 의리와 낭만도 없어졌다. '전설의 주먹'은 주먹의 대의는 없지만 적어도 주먹에 담긴 의리와 낭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보여진다. 남자들에게 '의리'란 '사랑'에 못지 않은 가치이기도 했다.
과거의 쌈짱이던 '전설'들이 쇼비즈니스와 결합이 된 링 위에서 대결을 하여 진정한 최강자를 선정한다는 단순한 스토리지만 '전설의 주먹'에는 요즘 시대에는 찾아보기 힘든 주먹의 가치를 녹여내고 있다. 그 속에는 남자들 간의 의리와 우정 뿐 아니라 잃어버린 중년의 꿈과 도전도 있다 할 것이다.
'전설의 주먹'의 주인공인 국수집 사장 임덕규(황정민분)을 통해서 강우석 감독이 관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그의 어법은 그러한 것들이라 생각되어진다. 조폭 영화와 의미 없는 폭력이 난무하는 류와 같은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가 '전설의 주먹'에 별4개를 줄 수 있었던 이유다.
주먹 성공시대
임덕규는 학창시절 복싱 유망주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삥이나 뜯고, 패싸움이나 하며 어깨에 힘이나 주고 다니는 불량배들과는 달리 주먹의 쓰임새에 목적을 가지고 주먹으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꿈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임덕규는 시합에서 분명히 이기고도 판정패를 당하게 된다. 올림픽진출권이 달린 중요한 시합이었다.
약자들을 도와주고, 의리가 있었던 임덕규의 주먹은 이 날 이후 목적을 잃은 주먹이 되었고, 폭력적인 주먹이 되었으며, 꿈을 잃은 주먹이 되었다. 이로 인해, 업소 깡패들과 집단 패싸움이 벌어지고 자신이 꿈을 꾸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절망의 주먹이 되고 만다.
세월이 흐른 뒤 임덕규는 국수집 사장이 되었고, 신재석(윤제문분)은 조폭에 몸을 담았으며, 이상훈(유준상분)은 자신의 똘마니였던 손진호(정웅인 분)의 밑에서 아부와 비위를 맞추는 샐러리맨이 되었다.
세월이 흐른 그들이 '전설의 주먹'이라는 제목의 쇼를 통해서 링 위에서 다시 만난다. 이 대회의 우승상금은 2억! 그러나 이들 중 누구 하나가 우승을 하여 상금을 거머쥔다고 해도 그들의 엇나간 인생을 보상 받을 수 있을까?
임덕규는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서 잃어버린 것이 너무도 많았다. 친구를 잃었고, 꿈을 잃었지 않은가? 임덕규가 링 위에서 찾고 싶고 찾아야 할 것은 우승상금 2억이 아니라, 잃어버린 친구와 잃어버린 꿈이었다.
그리고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게 된다. 그의 주먹은 잃어버린 꿈을 되찾는 주먹이며, 자랑스런 아버지의 주먹이기도 했고, 의리를 지키는 주먹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낭만주먹'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으리라.
이런 주먹은 멋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깡패나 건달, 양아치와는 다르다. 필자가 '낭만주먹'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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