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가 심어 주는 환상
'나도 짝을 찾고 싶다'며 방송을 하기 시작한 <짝>은 시청자들의 반감과 공감을 함께 먹으면서 지금까지 왔다.
<짝>은 리얼다큐 형식을 빌어와 남녀지간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했던 '연애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실전연애코칭을 해주는 듯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짝>은 연예인 특집과 미인대회특집 등으로 최근 연예인 출연자를 등용하여 프로그램에 부족했던 예능적 부분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한 가운데 프로그램의 진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 출연자의 등용은 한 술 더 떠 '나도 짝을 찾고 싶다'는 코멘트를 '나도 연예인과 사랑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 주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연예인도 사람이고 연예인과 일반인의 성공적인 사랑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연예인과 일반인의 연애과 결혼은 현실성이 매우 희박한 것이라 보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이러한 연예인 출연자를 통해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갖는 예능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몇 안되는 <짝> 이전 출연자의 사랑의 결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인과 연예인의 결혼 커플이 <짝>을 통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채 가상임을 표방한 프로그램인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처럼 연애와 결혼의 환상만을 차용하여 가져다 쓰는 것은 프로그램의 예능적인 측면이 부각될 지언정 희생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여겨진다.
<우결>은 가상을 통해서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맞닥뜨려졌을 때 겪을 수 있는 리얼리티적인 에피소드들이 좀 더 심층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어 보이는 데 가상에만 머물러 있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고, <짝>은 연애에 대한 환상이 리얼을 만나게 되었을 때의 미묘한 내적인 감정 변화를 카메라가 잘 포착하여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던 모습 대신에 출연자들의 외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가 보는 남자, 남자가 보는 여자
특히나 이번 미인대회특집은 출연자들이 가끔 던지는 "저는 외적인 부분은 안봐요. 마음이 맞는 사람..."이라는 믿기 힘든 코멘트처럼 출연자들의 외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출연자들의 경우는 한정된 공간인 애정촌 내에서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우월감과 경쟁심리, 인기라는 요소가 남과 여의 상대방의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회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히나 현재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출연 중인 여자2호(지유)는 자신이 예쁜 걸 알고 그 매력을 이용해서 남자들을 쥐락펴락 하는 매우 위험한 스타일의 여자이다.
그녀는 대놓고 "나만 봐"라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자신이 얘기했는데, 짝을 구하러 왔다기보다는 뭇남성들이 자신을 바라봐주기만을 바라면서 그 인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 생각한다.
여자2호가 연예인이라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스타일이 그런 것이겠지만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이런 스타일의 출연자는 지양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여자2호에게 첫 눈에 반한 남자 2호는 자신이 실물로 본 여자 중에 가장 예뻤다라고 평했는데, 남자2호는 유머와 위트를 지닌 남자로 연애하기에 좋은 스타일로 생각된다.
필자도 '연애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인데, 그 즐거움 속에는 사랑이 밑바탕에 있어야지만 진정한 즐거움이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진행 상황으로만 보면 남자2호의 마음은 일방통행일 뿐 여자2호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여자2호가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까먹고 있는 반면, 남자3호는 <짝>이란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라 보여진다.
그는 자기소개 시간에 여자 출연자들에게 결혼할 짝을 찾기 위해 나왔다고 돌직구를 던졌는데, 그의 돌직구가 여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인터뷰 때의 멘트는 충분히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데이트권을 따는 것 아니냐. 나를 희생하는 게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다. 그 생각을 하니 즐겁게 할 수 있었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가족을 위해 많은 부모들이 희생한다. 행복하고 즐거워서 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결혼은 아직 안했지만 그런 부분에서 많이 생각했다"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는 남자3호의 말처럼 '희생'과 '책임'이 동반되는 것인데, 사랑의 달콤함만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달콤한 연애와 현실적인 결혼이 갖는 환상이 깨어지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방송은 일방적인 방향의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보여준 것만 가지고는 판단하기에 성급할 지 모른다.
그러나, 남자3호가 자신의 멘트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남자라면 남자가 보는 남자인 남자3호는 결혼하기 좋은 남자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 저작권 및 소유권은 SBS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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