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줄거리] 깨진 태조대왕 단지를 보며 괴로워하던 광해는 정이를 찾아가 보라는 화령의 말을 듣게 되고, 정이가 을담의 여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광해는 놀라워하는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된 정이
<불의 여신 정이>의 아역들의 연기가 제법 볼만하다. 아역들의 연기를 통해 장차 이들의 갈등구도가 어떻게 심화될 것이며, 그 인연이 어떻게 얽히고 설키게 될 것인지도 또한 기대가 된다. 그리고, 사기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정이가 어떠한 이유로 조선 최초의 여자 사기장이 되는 것인지의 이유가 곧 펼쳐지게 될 것이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그리고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기술의 전수 속에는 장인정신이 녹아 있었다. 계승, 발전된 이러한 기술은 찬란한 문화가 되었다.
필자는 <불의 여신 정이>를 통해 지금은 맥이 끊겨 힘을 잃어가고 있는 찬란한 문화 속에 숨쉬고 있는 장인정신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를 보며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도 'TV문학관'과 같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되는데) 티끌 하나 없는 도자기를 빚어내기 위해 기꺼이 가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자신을 불사르는 것을 서슴치 않는 장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목숨과 맞바꿀 수 있는 장인들의 예술혼의 정체는 무엇이던가? 그것을 알 길 없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족정서인 '한(恨)'과 일맥상통할 것이라 생각해본다.
함정에 빠진 광해에게 막말을 하고 목검으로 뒤통수를 쳐서 기절을 시킨 죄는 대역죄에 버금가는 죄일터... 광해(노영학 분)에게 이러한 무례를 범하여 죄를 지은 정이(진지희 분)는 대역죄 대신 딱밤 한대를 맞고 두대는 킵(keep) 당했다. 그러나, 정이의 운명은 장차 자신과 아비에게 어떤 화를 불러 들일지 모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말았으니, 광해의 손에서 깨진 태조대왕 단지를 붙여 놓겠다고 빼앗은 것이다. 이 일은 정이에게는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될 일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정이의 가슴에 남게 될 이 한으로 말미암아 그 한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키는 장면들이 연출되지 않을까 싶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한이 없이 어찌 예술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옛 것을 완벽히 재현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던가? 그것은 예술품 속에 담긴 민족혼과 예술혼을 흉내낼 수 없음 아니겠는가.
정이의 아비가 백자와 청자를 만드는 이가 아닌 사기를 만드는 이지만 그 원리는 같을 것이다.
을담은 정이의 일로 인해서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사기에 대한 천재성과 예술혼은 고스란히 정이에게 대물림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못다 이룬 꿈도 정이가 대신하여 이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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