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흥한자, 주먹으로 망한다'
이 말은 '검으로 흥한자, 검으로 망한다.'는 말의 인용 정도 되겠네요.
(♬왜 말했어~왜 말했어~안 말했으면 아무도 몰랐을텐데...^^♬)
<짝패>는 조폭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봅니다.
주먹으로 시작해서, 주먹으로 끝나는 한국형 액션의 한 부류이죠. 여기에 한국 액션 영화의 한계점이 고스란히 있기도 하구요.
<짝패>와 같은 조폭 영화가 지니는 한계점
<장군의 아들>의 흥행 성공은 조폭 영화의 확대·재생산을 가져온 한국 액션 영화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김두한은 하야시나 일본의 사무라이들을 대적함에 있어서 칼을 쓰는 것을 금기시 했습니다.
'진정한 주먹은 칼이 아니라 주먹으로 해야한다'는 금기 사항이 어느덧 한국형 액션 영화에 있어서 넘지 말아야 할 벽이 되어 버린 셈이죠.
이 말에서 두 가지 함축적인 액션(조폭)영화의 트렌드가 잡히게 되었죠.
그 중 하나는 주먹(폭력)을 쓰는 것을 미화한 것일 것이고, 또 하나는 '칼을 쓰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는 <장군의 아들> 내에서의 금기 사항이 어느덧 한국 액션 영화 전반에 걸쳐진 금기 사항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필자가 주장하는 '칼'과 '주먹'은 상징적인 의미임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한계점을 정해 놓고 시작한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국한되어진 볼거리만이 넘쳐나는 영화들이 연이어서 생산된 셈이지요.
영화라는 장르는 이러한 한계점을 한정하여 두고 출발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야겠지요.)
한국 액션 영화는 이제 폭력이 없는 '액션'을 지향하여야 할 것이고, 주먹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을 뛰어 넘어야 하지 않을까요?
<킬빌>은 되고, <짝패>는 안되고?
<짝패>의 위의 영화 무대 세트장은 무척 낯익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본 것일까 한동안 생각하게 만들었지요.
그것은 바로 <킬빌>!
<킬빌>의 검술을, <짝패>는 주먹을 바탕으로 한 액션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죠.
<킬빌>의 잔혹하리만큼 섬뜩한 칼의 액션 미학을 그대로 따라하기라도 했다면 차라리 더 나은 영화가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주먹'이라는 액션이 보여줄 한계점을 분명하게 두고서 출발한 <짝패>는 <킬빌>을 따라하지도 못하고, 주먹의 한계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그런 영화라고나 할까요?
칼이 지니는 선입견을 버리자
검(劍)은 모든 병기 중 으뜸이라는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칼을 쓰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는 의미는 조폭 영화에서만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고, 이러한, 잘못된 선입견도 어쩌면 조폭 영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칼은 쓰는 사람의 쓰임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활검(活劍) 되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는 살검(殺劍)이 되기도 하죠.
이처럼 여러 모습을 가진 검은 <킬빌>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복수의 검'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액션 영화도 이제는 '칼을 들 때'가 아닌가 합니다.
기왕에 <킬빌>을 따라하기로 했으면, <킬빌>이상의 잔혹함과 <킬빌>이상의 액션을 보여주자는 거지요.
액션은 한계성을 드러냈으나 살아 숨쉬는 악역은 있었다
<짝패>의 관람 포인트는 이범수의 지독스런 악역 연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범수는 악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기가 바탕이 되어야겠지만, <짝패>에 나오는 장필호 역할은 싱크로율 100%라고 해도 허언은 아닐겁니다.
헤어스타일, 말투, 행동거지, 눈빛...디테일한 부분까지 딱입니다요.
또하나는 류승완 감독의 액션 연기이지 싶네요. 전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패싸움> 등의 작품 이력 등을 고려할 때 크게 특이할 만한 점은 아니겠지만, 배우 겸 감독들은 있지만, 감독 겸 배우라는 직업은 특색이 있지요. 뭐 둘다 흔한 직업들은 아닌 셈인가요? ㅎㅎ......
<짝패>는 그가 얼마나 액션을 사랑하는가를 또 한 번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류승완 하면 액션, 액션하면 류승완'이 될 날이 도래할 것 같네요.
<짝패> 또한 그러한 작품 중의 하나이구요.
정두홍은 태권도 4단, 합기도 5단, 유도, 격투기 등 실전 무술의 고수입니다.
<엽문>의 리뷰를 쓰면서 견자단의 무공 합계가 37단이라는 어마어마한 유단자인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정두홍 또한 모든 무술을 합치면 견자단에는 못미치겠으나, 우리 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유단자임에 틀림 없을 겁니다.
그의 무술 실력은 영화에서 유감 없이 발휘되고 있죠.
<짝패>가 보여준 신선한 소재 중 하나는 브레이크 댄스와 무술을 접목시킨 액션이었습니다.
이러한 볼거리들이 좀 더 풍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짝패>란 영화를 보면서 '한국형 액션 영화'와 '조폭 영화가 지니는 한계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중국 무술 영화, 즉 무협이라는 장르,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 우리 나라의 액션 영화 등 세 나라의 액션을 비교해보자면 우리 나라의 액션 영화는 '무술'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참 어지럽고, 난잡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의 영화에 비해 특색이 없는 액션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실전에서 누가 초식 찾고, 격식 찾느냐 하겠지만, 영화란 볼거리에서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 나라 영화에는 고수가 등장하는 것이 드문 것 같아요. 단지, 싸움 잘하는 싸움꾼만 있을 뿐이죠.
앞서 밝힌 이러한 한계점들은 비단 <짝패>만이 아니라 한국 액션 영화(특히 조폭 영화)가 직면한 한계점이기도 한 듯 합니다.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고, 액션 영화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점들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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