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83번째 이야기> 원작소설: 히가시노 게이코 동명소설 '방황하는 칼날' 장르: 한국, 스릴러 (2014) 러닝타임: 122분 관람장소: CGV 용산 감독: 이정호 출연: 정재영, 이성민, 서준영, 김대명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설 원작 영화 추천] 방황하는 칼날- 죄의 단계와 합당한 형벌에 관한 문제작
요즘에 이 책 저 책에 손을 좀 많이 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통하는 표창원 교수와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 공저의 '공범들의 도시'라는 책이 있는데, '방황하는 칼날'은 표창원 교수가 이 책 속에서 문제를 제기한 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좀 옮겨보면 악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전방위적인 연구가 진행중이며 악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인데, 그 악의 단계에 따라 그에 합당한 형벌을 내려야 하는 것과 같은 고민이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살인과 아동성범죄 중 어떤 것이 더 중한 죄이냐 하는 것과 같은 문제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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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악의 정도에 대해서 그에 합당한 벌을 줘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라면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 이러한 상식에 일치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우리가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바와 같이 재벌들은 죄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풀려나기 일쑤이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법이나 사회 시스템이 위와 같은 상식에 불일치하고 있다 보여지며 이러한 문제점들은 법치주의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로 야기되고 있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대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황하는 칼날'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 중에서 악의 단계와 형벌의 비례 관계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인해서 엄하게 처벌하지 않는 사회적 관행에 대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영화입니다.
주지하다 싶이 미성년자들은 성년에 비해 그 처벌을 엄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삶의 기회가 많을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사회적인 인식과 공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마치 이를 비웃듯 미성년자들에 의한 강력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 않게 극악무도하고 잔인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적인 정서와 미성년자에 대한 가벼운 처벌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죠.
제가 생각할 때 이 영화의 제목인 '방황하는 칼날'이라 제목을 지은 이유는 사회적인 제도의 엄정함, 죄의 경중에 대한 처벌 수위, 악의 단계와 형벌에 대한 엄격한 비례 등을 '칼날'에 비유하여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고 표현하기 위해서인 듯 합니다. 한마디로 이어령 비어령(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란 말이죠.
'방황하는 칼날' 속에서 마약을 투여하여 성폭행을 하고 결국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딸의 주검을 본 아버지의 심정을 어찌 법이 어루만져줄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그 가해자가 미성년자이고 길면 7년형, 짧으면 2년 6월에 처해져서 그마저도 미성년이란 이유로 형량을 채 채우지 않고 6개월 후에는 풀려난다고 하는데 이러한 형량이 과연 이 범죄에 적합하냐는 것이죠.
해서 '방황하는 칼날'은 피해자인 아버지가 법을 대신하여 복수를 하는 한판 복수극이 벌어지게 됩니다. 극이 펼쳐지는 가운데 미성년에 대한 미온적인 법적인 처벌에 대한 문제제기를 잊지 않으면서 말이죠. 122분이라는 적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극에 대한 몰입감이 잘 이뤄지도록 만들어진 수작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본소설은 굉장히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구성이 치밀한 것이 특징인데, 이 작품이 그러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인 히가시노 게이코의 동명소설인 '방황하는 칼날'을 원작소설로 하는 작품이란 걸 느끼게 해줄 정도로 말이죠.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한 만큼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정재영과 그를 쫓는 이성민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단지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죽은 딸에 대한 동정심을 부각시켜 딸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관객에게 좀 더 감정이입을 시켜줄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에 관한 문제 제기에만 그치고 그 판단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좀 더 감정적으로 균형감을 유지시켜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정재영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됨으로 해서 정재영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는 점에서 영화는 미성년자의 범죄도 강력한 처벌이 도입될 필요가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죄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아니면 미성년자이지만 죄의 경중에 따라 달리 처벌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저는 단언컨데 후자라 생각합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면 레드(모건 프리먼)가 어린 시절 저질렀던 살인죄로 인해서 40년 동안 복역을 하는 걸 볼 수 있죠. 40년 동안 복역을 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반성하고 뉘우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긴 세월 동안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것을 잊었을 지도 모르지요.
개봉 전부터 '방황하는 칼날'의 예고편을 보고 매우 기대되는 영화였었는데, 그러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음이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너무 잘 빠져서 소설 원작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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