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194번째 이야기>
2012년 설날 특선 영화(2009)
장르: 액션, 코미디
러닝타임: 136분
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송영창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홍길동전」의 아류작
「전우치전」은「홍길동전」의 아류작입니다.
「홍길동전」은 한국 최초의 국문소설, 당시 신분제(서얼제도)에 대한 비판, 이상향(율도국)의 건립 등 작품으로써의 가치가 있지만「전우치전」은「홍길동전」의 아류작이라는 한계에 부딪혀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작품이었죠.
하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그 전세가 뒤집힌 듯 합니다.
영화 <전우치>가「전우치전」을 그대로 살리는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모티브만을 가져와 판타지를 섞어 놓긴 하였지만「홍길동전」의 아류작에서 벗어나 오히려 원류인 '홍길동'을 묻히게 할 정도이니까요.
<홍길동전>(1934) |
<쾌도 홍길동>(2008) |
<홍길동의 후예>(2009) |
「홍길동전」은 tv시리즈와 영화 등 많은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지만「전우치전」은 아류작이라는 한계 때문에 tv나 영화에서도 소외되는 작품의 하나였지요.
제가「전우치전」을 만난 것은 어릴 적 만화방에서였습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전우치의 도술에 매료 되어서 이런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보았던 만화보다 그리고 그 당시의 제 상상 속에서 보다 <전우치>는 더 뛰어나게, 재밌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도술이라는 것 자체가 판타지 장르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전우치전」은 실존인물인 전우치를 소재로 한 고전소설입니다.
조선 중종 때의 인물로 도술이 매우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전우치는 어떻게 도술을 하게 되었을까요?
일설에 따르면 어릴 적에 여우의 입 속에서 구슬을 꺼내서 먹고『천서(天書)』을 보고서 도술을 하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서양에 마법의 판타지 세계가 존재한다면 동양에는 도술의 판타지 세계가 존재한다고 하겠습니다.
서양의 마법이 오컬티즘이라는 비학과 관련이 있듯이 동양의 오컬티즘이라 할 수 있는 도술은 도가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 도가사상은 신선술과 불로장생술과 관련이 깊습니다.
도교의 이상향은 신선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오컬티즘이 비의적, 신비주의적, 초자연주의적인 현상을 탐구하며 종교·철학·과학을 아우르듯이 도교 또한 그러한 전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현재에는 기독교와 불교 등이 우리나라의 주된 종교이지만 동양 3대 종교 중 하나로써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세계관으로써도 정립이 되었던 학문이자, 생활양식이자 문화였지요.
<전우치> 속에도 이러한 도교의 사상 중 하나가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 속 전우치는 스승의 가르침에 게을러 큰 깨달음을 주고자 전우치에게 일장춘몽과도 같은 이 영화의 스토리를 전우치에게 주지요.
이 이야기는 <머털도사>와 비슷하기도 한 듯 합니다.
그가 대적하는 화담 선생은「전우치전」을 보면 전우치의 스승으로 나옵니다.
화담은 전우치를 500년 동안 그림 속에 가두는데, 익숙하지 않은「전우치전」의 이야기를 익숙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야기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500년 동안 오행산에 갖힌 손오공 이야기의 변신인 셈이죠.
캐릭터를 창조함에 있어서 전우치는 천방지축인 손오공과 매우 흡사합니다.
흥미로운 캐릭터 창조 작업
<전우치>는 전설의 피리인 만파식적을 차지하기 위해서 화담과 전우치가 선과 악의 편에 서서 대결을 하는 구도를 지녔습니다.
전우치가 손오공에 비유될 수 있다면 화담은 십이간지 중 으뜸인 '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우치와 함께 다니는 초랭이는 '개'의 변신인데, 견원지간이라는 말도 있듯이 전우치와 초랭이는 항상 티격태격하면서 싸움을 하죠.
만파식적은 나라에 근심이 있을 때 불면 평온해졌다는「만파식적설화」속에 나오는 피리로 서양의 <피리부는 사나이> 동화와도 일맥상통하는 듯도 하네요.
<전우치>가 이렇듯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퓨전 판타지 장르의 영화이지만 웰메이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보고 또 봐도 재밌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블로거들이 다음뷰 베스트 선정 글은 보고 나서 나중에 또 봐도 재밌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요.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지금처럼 기독교적 세계관,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관이 아닌 도교적 세계관이 지배하였던 사회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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