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추천 태양의 그늘 2016베스트셀러
'태양의 그늘'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입니다.
저자인 박종휘는 남자이름 같지만 충남 공주 출신의 여성 작가이네요.
'태양의 그늘'은 일제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고, 남상백 일가와 윤태섭 일가의 두 집안을 통해서 당시의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남상백 일가와 윤태섭 일가는 모두 전라도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집안인데요.
작가가 충청도 태생인데, 문체와 사투리가 전라도 토박이 느낌이 나서 전라도 태생인 줄 착각할 정도였네요.
1장은 팔천 겁의 인연이라는 주제로 남상백 일가의 막내아들 남평우와 윤태섭 일가의 막내딸 윤채봉의 혼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겁(劫)이란 힌두교의 칼파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주가 창조되고 파괴되는 시간을 말합니다.
1칼파는 43억 2천만년을 뜻한다 하는데요.
1장에서 말하는 팔천 겁의 인연이란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부부의 인연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늘날과는 달리 이 시대에는 혼인을 양가의 결합이라 하여 집안 어른이 혼처를 정하여 혼인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생명이니 집안의 중대사인 혼사를 부모님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죠.
'태양의 그늘'에서는 남평우와 윤채봉의 혼사를 통해서 이런 점을 흥미롭고도 상세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과 같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어 남평우와 윤채봉의 캐릭터가 살아 있는 사람들인 듯 하네요.
부모님 뜻을 따르는 남평우와 윤채봉의 모습을 통해서 부모를 공경하고 어른을 대하는 예의바른 반듯한 호감가는 청년들임을 알 수 있죠.
정감있는 토속적인 사투리의 대화체로 풀어진 서술방식은 읽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술술 읽어져내려갈 수 있게 만듭니다.
2장은 부부의 연을 맺은 평우와 채봉의 신혼생활 속에서 애틋한 부부의 정과 두 사람의 몸과 마음이 일체동체임을 확인하는 장입니다.
'태양의 그늘'의 시대적 배경이 시대적 배경인 만큼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 평우와 채봉의 현재의 행복은 어두운 미래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평우와 채봉은 일제 시대에서 비교적 부유하게 부족함 없이 자랐고, 배움도 다른 사람들보다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듯 민족을 사랑하는 높고 고귀한 뜻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남편 평우 때문입니다.
채봉은 제일 우선시하는 것이 남편 평우가 되었고, 평우가 없으면 못 살 것 같단 마음을 먹을 만큼 몹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평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사진을 좋아하는 평우의 어느 사진을 보다가 사진 뒤의 글귀를 보고는 충격을 받습니다.
태양은 알리라.
조국을 기만하고,
아내를 기만하고,자신까지 기만하고 있음을!
하지만 어찌하란 말이냐?
나는 아직 그대의 외침을 들을 수 없음을....
채봉은 자신의 서운한 감정을 평우에게 말하고 평우는 아내의 마음을 알고는 설득하게 됩니다.
평우가 일본 유학 시절 장우산이란 동창생에게 목숨을 빚진 사연을 듣고는 남편 평우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장우산: '이 꼬마 친구야! 너무 미안해할 거 없다 아이가! 같은 민족인데 내 몫까지 살면 안 되나?'
평우는 이 일을 계기로 일본에서 학식을 쌓으면서 민족에 대한 사랑도 키우게 된 것 같습니다.
평우와 채봉의 마음은 더욱 공고해진 것 같습니다.
어느날 평우는 신문을 보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끊긴 바로 위의 형인 근우의 사진을 보게 됩니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 시대인지라 실존 인물인 최승희도 언급이 되네요.
근우는 안창호 의사가 이끄는 흥사단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3장의 제목은 조국입니다.
미국의 원폭투하 후 일본이 물러가고 초대정부가 들어서고 공산주의가 공존을 하였던 사상의 격변기이자 시대의 격변기를 채봉과 평우의 눈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호사다마라고나 할까요?
채봉과 평우는 일제치하이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대의 격변기는 채봉과 평우을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채봉은 세째 아이를 출산하다가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 묘사는 이 시대의 공포와 불안을 암시하는 묘사인 듯 합니다.
삼팔선, 제주 4.3사건이나,대한민국정부수립,여순반란사건 등이 언급이 되고 있습니다.
남편 평우가 사진작가로 활동을 할 때 입상한 사진 한 장이 여순반란사건에 무단으로 사용이 되면서 문제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공산당 사상에 빠져 들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조사를 한답시고 전주 특수부에 잡혀가게 된 것입니다.
공산당 때문에 채봉의 오빠가 죽었는데, 남편은 공산당이라고 몰려서 잡혀가게 됩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제4장 잔인한 가을
평우는 국가보안법에 저촉이 되어 공산당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여순반란사건 포스터에 자신의 의지가 아닌 채로 쓰여진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이런 판결이 났습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평우의 사형집행이 실제로 됩니다.
그렇지만 천운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조필구라는 평우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사람이 남평우의 저격수가 되어 그를 정조준하여 쏘지 않고 비껴 쏩니다.
조필구는 채봉을 찾아가 그 사실을 알립니다.
그렇지만 이미 평우의 어머니 연옥은 아들의 사형집행이라는 충격에 자살을 하고 맙니다.
비록 '태양의 그늘'이란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역사 속에 엄연히 존재했을 법한 억울한 죽음입니다.
제5장 운장산
내가 찾아낸 '태양의 그늘' 1의 명문장 중 하나는 '조국이 그렇듯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태양!' (p.270)이란 문장입니다/
평우가 구사일생으로 조필구에 의해 기적처럼 목숨을 구하고 나서 필사적으로 도주를 하면서 맞이하게 되는 태양를 보면서 나온 문장이죠.
영화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슨이 감옥을 탈출하고 긴 하수구를 빠져나와 만났던 비와 자유를 만끽하던 장면이 연상이 되는 글귀이자 '태양의 그늘'이란 제목의 상징성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들어가 있는 글귀가 아닌가 싶습니다.
'쇼생크 탈출'에서는 자유를 얻었으나 평우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평우가 바라본 태양은 더욱 값진 것이겠죠.
이념의 격변기 속에서 평우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우와 채봉이 겪는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이 정말 무서운 것이란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목숨을 건졌으나 평우는 이전의 삶을 살아갈 수 없을 듯 합니다.
'태양의 그늘'에서 채봉과 평우는 네 명의 아이를 갖게 되는데, 네째 아이를 낳을 때는 평우가 채봉의 곁에 있을 수조차 없을 때입니다.
네째 아이를 '가장 서글픈 아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평우가 목숨을 연명하고자 북으로 넘어갈 것을 암시하고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아직 625전쟁 전이라 남북으로의 왕래가 완전히 막혔던 시기가 아닌 듯 한데, 평우가 만약 북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영영 이별이 되는 셈이죠.
6장인 죄와 벌은 625가 발발을 하면서 채봉이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산당이 되는 걸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역피난을 하면서 대전까지 아이 넷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천운을 만나 남편의 소식을 듣게 되고, 드디어 평우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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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그늘'은 작가인 박종휘가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이야기라 합니다.
한일합방이나 전쟁을 모르는 세대인데도 소설을 읽다보면 어수선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최고 매력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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