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은 이들이 어째서 불멸의 이름이 되어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잘모르고 있었지요.
그냥 배운 것이니까 그런가보다 하는 정도?
당대에는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었던 마네의 작품들이 지금은 어째서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이해하기가 힘든 피카소의 작품들을 어떻게 감상 해야하는가에 대한 힌트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작품에 대한 역사적 배경 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학식이 필요로 하다고 느껴집니다.
<다큐멘터리 미술>은 바로 이러한 작품의 해석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의 박학다식한 큐레이터처럼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예술혼이 담긴 작품들이 어째서 그렇게 천문학적인 액수의 평가가 내려지게 되는가에 대한 예술의 경제학적인 평가를 하면서 순수예술이 아닌 좀 더 대중적인 대중예술·상업예술적인 측면을 해설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책의 서두에서 밝히듯이 <다큐멘터리 미술>은 역사적으로는 르네상스 시대-근대-현대의 종적인 미술사적인 흐름을 좇고 있으며, 횡적·공간적으로는 이탈리아 피렌체-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p.s. <다큐멘터리 미술>은 2007년 KBS에서 방영되었던 '방송 8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5부작 미술>'의 방송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1503~06.)가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세인들의 찬사를 받는 이유는 이 작품이 당대에는 혁명에 가까운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윤곽선을 강조하던 당대의 기법을 벗어나 명암의 대비를 통한 레오나르도 특유의 '스푸마토' 기법이라든가 몸을 살짝 비튼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각도라든가 배경이 되는 자연과 모나리자와의 조화감, 화폭 속의 모나리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와의 교감 등 당대에는 이러한 류의 기법이 전혀 없었다고 하더군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종교·건축·회화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유일한 인물인 것도 그렇고 <모나리자> 자체가 지닌 '모나리자의 미소'의 신비함도 그렇고.......그래서 이 작품이 후대에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듯 합니다.
".......오늘날 훌륭한 초상화는 모두 이와 같은 초상과 관람자 사이에 직접적인 감정의 교류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레오나르도가 최초라 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연구자 마틴 켐프
마네의 <올랭피아>는 기존의 누드 작품이 갖는 신성한 신화와 종교라는 예술의 주제와 균형 잡히고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재구성된 이상적인 몸을 목표로 하던 누드에 대해서 반기를 든 작품이었습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올랭피아는 매춘 여성의 가장 흔하디 흔한 인물 중의 한 명이었기 때문에 예술이기보다는 외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신화와 종교라는 이름으로 표현된 누드 작품을 보면서 단지 예술 작품으로만 느낄까요?
마네의 <올랭피아>는 당당하게 그들의 응큼한 속내를 올랭피아의 눈으로 직시하게 한 듯 합니다.
"......예술이 현실을 직시하고 급속하게 변하는 사회를 보고 느끼는 대로 담아내는 것, 표현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 그 새로운 미술의 시작은 마네의 <올랭피아>에서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입체파 화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라는 수식어가 붙는 피카소!
피카소의 <아니뇽의 처녀들> 또한 기존의 틀을 깨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피카소의 작품들에 대해 <다큐멘터리 미술>은 이렇게 해석을 해주고 있습니다.
NYC - MoMA: Pablo Picasso's Les Demoiselles d'Avignon by wallyg |
"......작품에 현실을 담아내는 것을 뛰어넘어 대상에 대한 작가의 해석을 우위에 둔 것이다. 이맘때부터 피카소 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대상의 외형보다는 작가의 심미적 자율성과 조형성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상업을 잘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예술이다."
-앤디 워홀
세계 1위의 미술 시장을 구축한 미국으로 세계 양대 경매사인 소더비와 크리트티가 지사를 두게 되면서 예술이 상업성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앤디 워홀에 의해서 예술은 좋든 싫든 순수예술을 지양하고 상업예술로 발전을 하게 된 듯 합니다.
팝아트의 대표적인 앤디 워홀은 순수와 상업이라는 경계를 허문 최초의 예술가이죠.
위에서 살펴 보듯이 예술은 역사나 시대정신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틀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창작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업성과 대중성을 파고드는 예술이 순수예술에 비해서 폄하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예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자체는 상업성에 의해서 많이 훼손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앤디 워홀은 이러한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말이죠.
yBa, 데미안 허스트
앤디 워홀까지는 그래도 이름이 낯설지는 않지만 현대 미술로 넘어오면서부터는 관심사를 지닌 사람이 아니면 생소한 작가들 뿐이네요.
현재 가장 잘나가는 작가입니다.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지칭하면서 마치 공장에서 작품을 생산해내는 듯 한 표현과 행동을 보여주며 자본주의와 결합한 상업예술을 대표하는 사람이라면 영국 yBa의 데미안 허스트는 마케팅과 기획력을 도입하여 이른바 '전시 예술'을 극대화한 작가로 보입니다.
위의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 作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란 작품인데 실제 사람의 인골에 백금 도금을 하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었다고 하는군요.
전체 제작비가 200억, 중앙의 핑크 다이아몬드는 70억!!!
억! 소리나지요?
런던 화이트큐브에서 낙찰된 이 작품의 가격은 940억!!!
제가 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이제 예술은, 특히나 상업 예술은 기획력과 마케팅의 힘이지 더이상 예술적인 심미안이라든가 순수예술이 지향하는 것들과는 결별한지 오래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 미술>은 KBS가 총 5부작에 걸쳐서 보여준 5가지의 '미술사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예술이 자본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점을 수정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르네상스 시대에서 번영을 이룬 예술이 파리를 거쳐서 뉴욕으로 넘어오게 되고, 영국을 거쳐서 현재는 '세계의 굴뚝'이라고 하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작품 세계인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소개함으로써 다소 생소한 중국 미술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으며 현재 예술은 세계 경매 시장에서의 평가에 의해 그 작품성과 가치 등도 평가되어지고 있는 주류 예술의 상업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는 부동산, 주식 등의 대안 투자가 되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도 섞여 있습니다.
미술 수집 애호가(컬렉터), 세계적인 부호들이 부의 상징의 하나로써 예술을 '상품'으로, 그리고 소장 가치가 있는 '예술품'으로 구매를 하고 있는 실정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미술 투자 시장에 대한 전망도 이야기하며 글을 마치고 있습니다.
p.s. <다큐멘터리 미술>의 지은이인 이성휘님이 밝혔듯이 이 책이 미술사에 대한 개설서는 아니지만 미술에 대해 관심이 없던 독자들에게 이 책에 소개된 미술의 역사와 배경지식들은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갖추고 미술사적인 상식도 쌓을 수 있는 대단히 좋은 양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많은 작품을 시각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었고, 마치 옆에서 그 작품을 해설해주는 친절한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39번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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