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소학교에서의 권력의 생성과 붕괴 과정을 풍자적으로 그린 수작입니다. '메이퀸'의 아역들이 그려내고 있는 성장통과 아버지 세대로부터 세습 되어지고 있는 권력의 모습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처럼 학교와 학교 밖에서의 권력 생성과 권력 투쟁으로 보여지고 있어 흥미진진한 측면이 있습니다. 아버지 세대의 권력과 지배·피지배 구조가 그대로 아이들에게 이어질지 혹은 재편이 될지 말이죠.
장도현: "배부른 사자는 절대 승냥이를 이길 수 없다."
전교 석차 2등을 차지한 아들에게 도현은 자극적인 말로 독려하지만 때로는 천 번의 채찍질보다 한 마디의 칭찬이 나을 때가 있는 법입니다. 장도현의 이 말은 앞으로 펼쳐지게 될 아이들의 권력 투쟁에 있어서 일종의 복선일 수도 있고 자신의 위치와 서열을 빼앗길까봐 두려워한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버지 도현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들 일문은 열등감과 질투심의 반대급부로 전교 1등 자리를 빼앗긴 창희의 아버지에게 굴욕감으로 되돌려 줍니다. 창희가 아무리 전교 1등을 해도 창희의 아버지는 자신의 집의 집사일 뿐이라는 권력의 서열을 깨닫게 함으로써 자신의 위치에 대한 우월감을 표현하려 한 것일 겁니다.
일문의 그릇과 됨됨이를 알고 있었던 장면이었고, 창희가 일문에게 펀치를 날림으로 인해서 그들의 권력투쟁이 진행중임을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었습니다. 지배계급의 권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권력에 대한 불만이 없어야 가능하다고 본다면 도현과 일문의 권력은 부당한 권력이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이 부당한 권력에 대한 반발이 아역들을 통해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겠죠.
이 권력투쟁은 일문과 창희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문의 동생 인화와 해주 그리고 강산에게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난공불락이고 그로 인해서 안하무인격인 도현 일가의 부당한 권력에 창희와 해주, 그리고 강산이 저항을 하면서 권력의 재편과 해체가 그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주: "나 거지 아니랑께요~"
일문은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창희 아버지와 해주를 도매급으로 대하면서 해주에게 물벼락을 씌우면서 거지 취급을 합니다. 전교 2등씩이나 되는 머리를 가진 일문의 사람 대하는 방식은 전교 꼴등 같습니다. 곤궁한 생활을 하는 처지에 있지만 언제나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 해주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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