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23번째 이야기> 장르: 로맨스, 멜로 (2011) 러닝타임: 112분 감독: 이영미 출연: 장서희, 정석원, 이필모, 심이영, 윤다경 관람매체: 곰tv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추억... 이 단어를 연상하면 가장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가 '사진기'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아날로그적인 흑백 사진은 더욱 그러하지요.
사진들 속에는 추억하고픈 '기억', '가족', '사랑', '행복' 같은 관념들이 그 시간과 함께 정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자 주인공 우상(정석원 분)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디카는 이런 기능을 지니지 못합니다. 사진을 찍긴 하지만 간직하지 않고, 바로바로 삭제를 하거든요.
이런 우상도 딱 세 장의 사진만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디카를 선물 받았을 때 찍은 자신의 사진, 처음으로 애정을 느낀 여자(혜정, 장서희분), 처음으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형과 함께 찍은 사진...
우상은 추억을 간직하기보다는 '처음'이란 의미에 더 비중을 두는걸까요? 그는 왜 사진을 찍고 곧바로 사진을 삭제하는걸까요? 우상에게 있어서 현재의 자신은 추억하고 싶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허구이고 자아를 잃어 버린 듯한 허무감과 상실감이 그를 감싸고 있습니다. 그의 직업은 남성 접대부... 난잡한 생활을 하는 그에게도 한 조각 순수한 감정은 남아 있습니다. 이 작은 순수가 우상의 얼어버린 감정을 녹게 할 큰 희망으로 변하게 됩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배나 많은 사회학과 교수 혜정을 보고 난 후에 말이죠. 혜정은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부부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이죠. 하지만, 별거한지가 오래되었고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우상과 함께 혼외정사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던 그녀는 자신 안에 잠재되어 있던 사랑받고 싶은 욕망에 눈을 떠갑니다. 행복하다고 자신을 속이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내재되어 있던 욕망을 분출하는 것으로 족했던 억눌러왔던 그 욕망이 우상을 만나면서 그리고 자신의 이런 부끄러운 비밀들이 우상에게 낱낱이 드러나게 되면서 고개를 드는 것이죠.
'사물의 비밀'이 조금 독특한 점은 혜정의 교수실의 복사기와 우상의 디카가 스토리를 끌어가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복사기나 디카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 사물들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혜정과 우상의 감정을 대변해주기도 합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물을 통해서 가장 강렬한 인간의 '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애정의 결핍
우상과 혜정은 연하남과 연상녀, 그리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 교수와 제자라는 대조를 이루고 있지만 둘 다 애정의 결핍이라는 공통된 감정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애정의 결핍...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식물들도 애정을 쏟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면 건강하게 잘 자라고 꽃도 피운다 하지요. 왜 영화의 제목이 '사물의 비밀'일까...생각해봤습니다. 애정의 결핍을 지닌 우상과 혜정의 삶이 마치 감정이 없는 사물들과 같아서가 아닐까요?
'사물의 비밀'은 연하남 우상과 연상녀 혜정을 통해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유부녀 혜정과 제자 우상의 불륜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라 그저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사물들의 남부끄러운 비밀들이 서로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진정으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라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 합니다. 사실 우상과 혜정은 서로에게서 판타지를 가지며 사랑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그 판타지가 서로를 못 올라갈 나무라고까지 생각하게 하면서 말이죠.
남녀 사이에서 상대방에 대해서 잘 모를 때 이런 판타지가 존재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작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 이런 판타지가 무너지기 시작하죠. 하지만 우상과 혜정에게는 이런 것이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을 활활 불태울 만큼 뜨거운 사랑과 욕망이 서로를 원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이들에게 더 이상의 비밀은 없습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