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마니또·신해철 그리고 내리사랑
마니또는 비밀친구라는 뜻으로 고대 신화 속에 인간을 많이 사랑하는 신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근원이나 유래가 불분명한 단어인데, 우리가 많이 쓰는 마니또라는 의미에 적합한 언어는 멕시코의 단어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한다.
영어로는 'buddy'!
'응답하라 1988'의 소제목은 '그대에게'이다.
성보라(류혜영)는 마니또인 선우(고경표)로부터 선물을 받으면서 뭔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덕선(혜리)의 마니또는 택(박보검)인데, 바둑에 신경을 쓰느라 덕선이 마니또인 걸 까맣게 잊고 있는다.
마니또인 걸 밝힌 선우는 썸타는 감정 없이 선물을 건내는데, 성보라는 친구 동생이자 연하인 선우에게 느껴선 안될 감정을 느끼고는 거리를 두려하는 듯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덕선은 마니또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택이였으면 좋겠다면서 택이에게 괜한 기대감을 갖는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정환(류정열)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덕선이 마니또가 택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걸봐선 현재까지 덕선에게 정환은 친구 그 이상은 아닌 듯 하다.
덕선을 통해 여자들은 남자들이 '말'='표현'을 해주기 전까지는 어떤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정환은 덕선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다.
이런 점은 택이네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아버지 무성이 택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택이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사랑을 표현해본 적은 별로 없다.
무성은 인터뷰에서 택이에게 그런 표현을 대신 해줬으면 하는 아내...택이에게 있어서는 어머니의 부재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무성은 택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서투르지만 가슴 속 깊숙이 담아뒀던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예전부터 하는 말 중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핵가족마저 해체되고 일인가족이 늘어나는 요즘 시대에 얼마나 먹힐 말일까만은 '응답하라 1988' 속의 택이를 보면 치사랑도 분명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응답하라 1988'에는 자식을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는 부모들의 내리사랑도 잘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모두 사랑을 받길 원하고 사랑받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 사랑은 덕선이나 정환처럼 남녀 간의 사랑일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포함이 된다.
그래서 '그대에게'의 그대는 굉장히 포괄적인 의미의 상징이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응답하라 1988'에는 1988년도 대학가요제의 한 장면이 흘러나왔다.
고 신해철이 함께 했었던 무한궤도의 무대인 '그대에게'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폭죽이 터지듯이 시기적절한 때에 흘러나온 유난히 전주가 길었던 그 곡 '그대에게'는 이런 다양한 종류의 사랑 속에 고 신해철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사랑도 느껴지게 만드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시간도 흘러가고, 사랑도 흘러가는 감정이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흘러간 시간 속에서 사랑했던 감정이 잊혀진다고 나레이션이 나왔던 것 같다.
아마도 사랑을 자주 표현하란 의미일 것이다.
눈이 내리진 않았지만 포근한 눈이 내린 것 같은 예쁜 정경이 떠오르는 '응답하라 1988'이었다.
p.s. 선물은 여자사람을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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