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부작(2016년)
tvN 드라마
출연: 이제훈, 김혜수, 조진웅, 장현성, 정해균, 김원해, 정한비, 이유준, 김민규
이재한: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조력을 해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가 참 힘들다는게 느껴지는 드라마 '시그널'!
이재한(조진웅)이 살던 과거는 이재한에게는 현재입니다.
'시그널' 속의 현재는 박해영(이제훈)이 살고 있으며, 차수현(김혜수)은 이재한과 과거를 공유하였고, 박해영과 현재를 공유하고 있죠.
이들이 사는 현재와 과거는 이재한의 '시그널' 대사처럼 돈 있고, 빽 있으면 불법을 저질러도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입니다.
'시그널'의 세상은 현실 세계의 반영입니다.
현실 속에서도 돈 있고, 빽 있는 이들이 득세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현실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이들이 권력과 돈으로 만들어놓은 세상 혹은 시스템은 돈 없고 빽 없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시그널'은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뀐다는 설정을 해놓았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 잡으면 미래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과거가 정경유착의 과거가 아니라면 현재에도 그런 일이 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거의 일부가 바뀐다고 미래의 전체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바꿀 수도 없지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도 없습니다.
'시그널'은 이재한이 살아있다는 열린 결말을 채용했는데, 이재한과 차수현, 박해영은 그들이 희망하는 미래를 향해 함께 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만날 미래는 이재한의 현재의 연속성, 박해영의 현재의 연속성이 있는 미래일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미래가 바뀌기 위해서는 장영철(손현주) 같은 국회의원을 처형시켜야 하며, 불법을 저지른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을 파해야하고, 김범주(장현성) 같은 장영철 개노릇하는 비리경찰을 처형시켜야 합니다.
그걸 알면서도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할 힘이 없지요.
그 힘을 국회의원에게 위임했으나 그 힘을 위임받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요구와는 달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바쁩니다.
'시그널'이 바라는 미래는 이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차라리 말이 안되는 '시그널'의 평행우주 세계관처럼 그런 희망찬 미래가 있는 또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는 것이 더 희망적일지도 모르지요.
'시그널'은 높은 작품성과 재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시그널'이 그리는 지향점은 솔직히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죠.
그러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현실을 배제한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것이며 이 또한 개인의 자유이죠.
하지만, 제가 살아온 세상은 그런 세상은 아니더라구요.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동화 속의 이야기와는 달리 현실은 장영철이나 김범주 같은 이들이 득세하는 세상입니다.
이재한이나 박해영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시그널'의 미래 지향점은 헛된 희망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 세상에 범죄가 없는 세상은 없듯이 말이죠.
'그럼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절망적인 현실이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어쩌겠어요.
장영철 같은 인물은 과거에서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절대로 사라지거나 없앨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재한 형사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서, 또한 영리하게 살아 남는 수밖에요.
사실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인간은 참혹한 진실보다는 달콤한 거짓에 더 마음을 엽니다.
'시그널'의 허구 세계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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