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의 어떤 모습에 좋아하게 될까?
삶의 고난에 지쳐 포기하고 좌절하는 모습의 우리?
아니면, 비록 좌절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이겨나가는 우리?
<영화 리뷰 598번째 이야기>
영제: Crying Fist(2005)
장르: 드라마
런타임: 134분
감독: 류승완
출연: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 변희봉
스포일러: 있음
'주먹이 운다'는 복싱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스포츠 영화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포츠인이 아닌 이들이기 복싱을 통해서 자신의 운명을 반전시키기 때문이죠.
강태식(최민식)은 전직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습니다.
복싱만 알고, 복싱에만 인생을 걸었던 남자였던 강태식의 현재는 은메달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못하며 그 빛을 잃었습니다.
그가 빛을 잃게 된 이유는 사람을 너무 믿었던 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이로 인해서 자신의 인생마저 구렁텅이에 빠져버렸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게 되면 이렇듯 강태식처럼 될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불운'이라고 하죠.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
'주먹이 운다'에는 또 한명의 불운한 인생이 있습니다.
유상환은 완전 생양아치입니다.
그의 불운은 환경에 기인합니다.
노가다를 하는 아버지, 노가다를 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며 발전적이지 못한 생활 환경 속에서 남은 것은 악다구니 같은 깡 밖에 없습니다.
짓밟히지 않으려면 짓밟으면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인생, 그것이 유상환의 인생이랄 수 있습니다.
불운에 불운이 겹치는 것은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죠.
강태식이나 유상환의 인생이 딱 그렇습니다.
되는대로 살다보니 잘 풀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꼬여버리는 인생의 주인공이 된 것이죠.
주먹 잘 쓰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될까요?
주먹 잘 쓰는 사람이 잘 풀리는 길(?)은 깡패가 되거나 복싱 선수가 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인 경우에는 돈도 명예도 없습니다.
아...별은 달 수 있겠네요.
유상환은 별을 달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별을 달고 있는데, 아버지가 노가다 하다 사고사로 돌아가십니다.
할머니는 치매로 쓰러집니다.
이런 우울한 인생은 유상환의 것만은 아닙니다.
그 못지 않게 강태식의 인생도 우울하죠.
그런데, 더 나빠질 것 없는 불운의 끝에서 이들은 공통적인 목적이 하나 생깁니다.
'자신이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을 다시 되찾고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 치매 걸린 할머니에게 그동안 못한 효도하고 싶다'
...하고 싶다.
바랄 것이 없이 되는대로 살던 인생들, 바라는 것 없이 포기하면서 살던 인생들이었는데, '....하고 싶다'는 조그마한 바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 바람은 조그마한 불씨가 아니라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 이루고 싶은 열망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벼랑 끝에선 이들의 모든 것을 건 한판 승부가 링 위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이 게임이 재밌는 것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이 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분명 복싱이나 싸움은 승패가 정해지는 룰이 있지만 이미 이들은 그런 룰보다 더 큰 가치가 이들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가 굳이 없어도 되는 게임이 된 것이죠.
'주먹이 운다'는 우리들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삶의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유상환이나 강태식처럼 루저로 사는 삶은 정말로 비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루저는 타인에게 져서 루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자신의 삶을 포기했기 때문에 루저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함에 있어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좌절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죠.
하지만, 좌절로 끝나고 실패로 끝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내버려두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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