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경찰의 사명감에 대한 고찰
tvN 드라마
18부작
출연: 정유미, 이광수, 배성우, 배종옥, 성동일
'라이브'는 경찰공무원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경찰은 각종 범죄의 최전방에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치안 활동을 합니다.
'라이브'는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 사제총기 관련 범죄, 경찰 조직 내부의 문제, 비리 경찰 문제, 아동학대, 경찰의 총기 사용 문제 등 현실적으로 우리 생활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를 이야기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를 경찰 영화라고 하는데, 경찰이 이처럼 극의 소재로 자주 이용되는 이유는 '사건'이 발생되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의 특성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건', '이벤트'라고 하는 이것은 보통 경찰 영화나 경찰 소재 드라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이브'는 사건 위주의 스토리 전개가 아닌 경찰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홍일 지구대라는 경찰 조직의 구성원들, 그 구성원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라이브'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죠.
개인적으로 '라이브'를 보면서 고찰해볼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요.
하나는 '사명감'에 대한 이야기, 또 다른 하나는 '권력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찰 영화, 범죄 영화, 형사 영화 등 경찰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사건'이라고 말하였는데요.
이 사건으로 인해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액션이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 경찰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권선징악적인 스토리의 주제는 경찰 영화와 떼어낼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죠.
'선이 악을 이긴다'는 문장은 현실 세계에서 100퍼센트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치임에 분명합니다.
'라이브'를 보면서 경찰공무원이란 직업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고, 출세를 하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만은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는데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높은 경쟁력을 뚫고 시험에 합격을 하고, 신체적인 능력도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높은 사명감으로 무장을 하고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것을 고찰하기 위해 '라이브'라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만들었다고 보이는데요.
(하지만, 출세의 수단으로 경찰공무원을 선택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죠.)
현실 세계에서는 경찰을 '견찰'이라고 비하하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했죠.
그러한 이유는 경찰에 대한 낮은 신뢰도 때문입니다.
이 낮은 신뢰도는 경찰 조직의 낮은 청렴도, 경찰 개인과 경찰 조직 내의 부정부패, 시민의 편이 아닌 권력자의 편에 선 경찰 이미지, 시민에 대한 인권침해, 시민에 대한 불친절과 직권남용, 제 식구 감싸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솜방망이 징계 등이 누적되어 경찰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데 대한 반사적인 결과입니다.
물론 '라이브'에서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과 안위를 돌보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는 경찰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라이브'는 경찰의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데 일조를 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년 경찰', '극한직업'과 같은 경찰 영화가 이런 류의 영화라 할 수 있겠죠.
'라이브'에서는 경찰 시보로 등장하는 한정오(정유미), 염상수(이광수) 등이 나오는데, 이 시보라는 말의 뜻은 어떤 관직에 임명되기 전에 그 일에 종사하면서 일을 익히는 것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저는 '라이브'가 경찰 고위직 인물이 아니라, 경찰 시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경찰은 국가로부터 공권력을 부여받은 조직의 하나입니다.
공권력은 권력의 하나이죠.
그런데, 경찰 시보는 아직은 경찰이 아닌....
경찰이 될 수도 있고, 경찰이 안될 수도 있는...
즉, 권력을 부여받을 수도 있고, 권력을 부여받지 못할 수도 있는 그런 캐릭터라는 점입니다.
경찰 시보기간은 1년으로 이 기간 동안 받는 월급은 150만 원 정도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월급을 받으면서 온갖 궂은일을 다하는데, 시보 기간을 마치고 경찰이 되어서도 일이 순탄하지는 않죠.
범죄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에 시달리는 경찰공무원의 일상을 볼 때 '극한직업'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직업 자체가 진정 극한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직업인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경찰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이 다른 공무원에 비해 짧고, 경찰공무원의 자살률이 높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사실에 가까운 듯합니다.
경찰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 모두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직업입니다.
그런데, 경찰공무원의 투철한 사명감을 흔드는 것은 범죄자도 아니오, 경찰을 견찰로 지탄받게 만드는 여론도 아니라, 경찰 조직 내부의 권력자들이라는 '라이브'의 시선은 주목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팩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솜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익히 알려진 현실적인 뉴스와는 다른 시선인 것은 분명하죠.
'라이브'에서 이주영(장혁진)이라는 비리 경찰은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와 연루된 인물인데, 이 경찰은 경찰 조직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국민들 편에 서서 일하며 사명감 높은 오양촌(배성우)나 안장미(배종옥)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죠.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 생각보다 높은 징계를 받게 되는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우리나라는 조직 내에서 그 사람의 실적과 능력보다는 사내정치를 잘하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매우 좋지 못한 악습이 있는데, '라이브'에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학연, 지연, 혈연 등 각종 연줄로 이어지며, 사내 정치 또한 이러한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경찰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경찰 조직 시스템도 우리나라 사회의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은 우리나라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합니다.
이 시스템이란 것은 결국 기득권자에게는 유리하고, 그 힘을 지니지 못한 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죠.
우리나라 사회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같은 역사가 있는 나라여 선지 몰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게 되면 갑과 을이 정해지는 사회가 된 듯합니다.
특히나 계급사회인 경찰 조직은 더욱 이런 '갑을' 악습과 폐단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악습과 폐단이 끊어지기 위해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 각종 연줄이 끊어져야 가능한 일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죠.
개인의 노력으로 이런 시스템이 변할 수 있을까요?
그 개인이 대통령이라 해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악습과 폐단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게 된 듯합니다.
'라이브'는 이처럼 경찰의 사명감이나 권력관계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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