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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앞을 향해 살지만, 뒤를 향할 때에만 이해된다. 그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다.
-키에르케고르
때때로 파란만장한 인생의 굴곡은 사람을 높은 곳으로 올려놓기도 합니다.
바닥을 친 공이 더 높이 튀어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스타검사 한지훈(지성 분)은 어린 시절 소년원 출신으로 늘 반항적인 사고뭉치였으나 인숙에 의해 자신의 삶을 구원받지요.
고아였던 지훈에게 인숙은 엄마이자 누나, 때로는 연인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로열 패밀리>에서 인숙과 지훈은 마치 모자처럼 혹은 연인이나 누나처럼 그 감정선이 시청자에게 전해지고 있어서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이 있지만 이 또한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로 생각되며, 이들의 관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는 점 또한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로열 패밀리>라는 제목도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관계가 패밀리가 아닌 것도 그렇고, '로열 패밀리'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동안 많이 드라마화가 되었던 재벌가의 화려한 양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반대의 음지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서입니다.
사람을 미워하는데는 이유가 있을까?
"저거 치워!"
JK그룹의 회장 공순호 여사(김영애 분)은 아들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울다지쳐 실신한 인숙에게 이렇게 혹독할 수가 없습니다.
그녀의 그 대사를 입모양으로 알아차린 지훈은 "저..거...치...워...? 저거치워!"라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손 안에 든 잔을 깨어버리지요.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구원과도 같았던 인숙입니다.
더군다나 JK그룹의 며느리인데 그 대사로 인해서 인숙의 고단했던 결혼생활을 알아챌 수가 있었던 것이죠.
공순호 여사의 인숙에 대한 감정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아직 스토리가 더 전개되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남도 아닌 며느리를 이렇게 미워하다 못해 멸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 또한 아이러니입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공회장은 인숙에게서 양육권을 뺏기 위해 그녀를 금치산자로 몰아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지훈이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인숙을 지켜주려는 것입니다.
냉정과 열정사이...
<로열 패밀리>는 이처럼 아이러니한 면이 많습니다.
지훈은 인생 굴곡 자체가 아이러니이고, 공회장의 인숙에 대한 멸시도 아이러니이며, 이들의 갈등 관계 또한 아이러니입니다.
또한, 인숙이 50억을 거절하면서까지 공회장이 주는 멸시와 수모를 인내하고 그녀가 얻어내려는 것은 무엇인지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로열 패밀리>의 출연진이 보여주는 명연기는 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회장이 아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도하고 슬픔을 참는 장면...
지성이 공회장의 "저거 치워!"란 대사에 인숙이 그동안 겪었을 수모의 세월과 분노, 그리고 그러한 복합적인 감정을 절제하는 장면 등...
차갑게 그러나 끓어오는 분노게이지는 최대한 맥시멈으로 하여 절제된 모습으로...
그러한 감정전이가 시청자로 하여금 그대로 느껴질 수 있는 굉장한 몰입도 높은 명품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수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의 아이러니는?
글의 서두에 키에르케고르의 명언을 인용하였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을 아이러니라고 보았죠.
기획의도를 보게 되면 지훈은 인숙의 과거를 들춰보면서 아이러니에 빠질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이들의 관계가 아이러니이기 때문에 아이러니의 아이러니는 '진실(참)'이 아닐까 합니다.
그 '참'은 이 드라마의 제목인 <로열 패밀리>이겠지요.
글의 중간에 '로열 패밀리'도 아이러니라고 말했는데, 아이러니의 아이러니이므로 인생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면서 진짜 <로열 패밀리>가 되는 과정이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로열 패밀리'의 의미를 제 나름대로 확장 해석해보자면 재벌가를 의미하는 의미로써 뿐만 아니라, 인생의 굴곡을 딛고 일어선 모든 삶들이 로열 패밀리가 아닐까 합니다.
명검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수 천, 수 만 번의 망치질과 담금질을 견뎌내야만 하듯이 말이죠.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 저작권 및 소유권은 MBC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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