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22번째 이야기> 장르: 로맨스, 멜로 (2012) 러닝타임: 129분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 정만식, 박철현 관람매체: tving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젊음과 욕망의 매개체
영화에 나오는 은교(김고은 분)는 늙은 시인 이적요(박해일 분)에게 있어서 자신을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은교가 가지고 있는 싱그러운 젊음을 가질 수 없는 안타까움과 젊음에 대한 동경 그리고 더 나아가 늙고 노쇠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자기연민에까지 이르죠.
은교는 또한 시인 이적요가 가질 수 없는 욕망의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늙은 시인 이적요의 욕망이 은교와 함께 하는 상상 속에서는 가능해지죠. 늙은 시인 이적요에게 은교는 자신의 젊음을 되돌려주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이며 또한 이로 인해 문학적으로도 자유로운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영감 그 자체라고도 여겨집니다.
영화 속에서 이적요의 명대사 중에 "너희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대사만큼 이적요의 심경을 표현하는 대사가 있을까 싶습니다. 늙음은 분명 벌이 아니며 자연의 섭리의 하나일테지만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분명 서러운 일인 듯 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듦으로 인해서 시인 이적요는 젊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젊음이 갖는 아름다움을 은교를 통해서 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나이듦에 대한 서러움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보다는 '은교'라는 작품을 통해서 젊음의 아름다움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죠. 이 작품은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미운 자식이라고 자신이 낳은 자식을 홀대하지 않는다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는 스승을 무척이나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은교와 스승의 관계를 의심하게 되면서부터 '은교'의 이야기는 변주를 시작하게 됩니다.
'은교'는 서지우의 존재가 아니라면 굉장히 높은 작품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생각이 됩니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처럼 그야말로 '은교'라는 작품 속에서 미운 자식 역할을 톡톡히 하는 캐릭터죠. 그의 존재는 삶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문학이었던 이적요를 파국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장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교'라는 작품을 통해 이상문학상을 받게 되는 것도 사실 이적요가 아니라 서지우입니다. 이적요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사회적 명성과 부귀 그리고 은교까지 이적요를 대신하여 모든 것을 갖게 되는 굉장히 미운 자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이적요의 껍데기만 가질 뿐 그 본질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은교'에서 두번의 정사씬이 나오는데 한 번은 이적요와 은교, 그리고 또 한 번은 서지우와 은교의 정사씬입니다. 이적요와 은교의 정사씬은 은교가 가지는 젊음과 청춘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라면 서지우와 은교의 정사씬은 육욕적인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 속에 내재 되어진 에로티시즘
예술 작품 속에 내재 되어진 에로티시즘이 예술인지 외설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뭘까요? 이적요와 서지우가 은교를 사이에 두고 표현 되는 갈등구조가 마치 이를 대변해주는 것 같더군요.
'은교'가 지니는 작품성 또한 이러한 예술인지 외설인지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작품이 여고생 은교를 통해서 미성년자의 성매매와 관련한 사회고발을 의도한 작품은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이적요의 시선으로 '은교'를 보느냐, 아니면 서지우의 시선을 통해서 '은교'를 보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작품성은 양분되어질 수 있다 여겨집니다.
늙은 시인의 젊음과 아름다운 청춘에 대한 갈망도 죄가 된다면 죄가 된다고 할 수도 있겠죠.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보지 못하는 죄도 죄가 된다면 죄가 된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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