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롭기도 하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한 뭐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든 소녀의 눈빛은 말이 없어도 아주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듯 이 느껴집니다.
이 소녀의 정체는 '살인자의 딸'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살인자로 누명을 쓴 채 죽어간 아버지를 둔 딸이죠.
소녀는 세상 사람들에게 '살인자의 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게 됩니다.
마치 자신이 살인자 취급을 받으면서 말이죠.
그러나 정작 소녀는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또다른 피해자였습니다.
열다섯 소년(한정우).
소년이 소녀를 처음 본 건 교도소 앞이였습니다.
유산상속을 둘러싼 채 공방 중인 소년의 아버지 때문이었죠.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카락에 가려진 소녀의 우울한 모습에 소년의 눈빛이 이끌린 것은 운명 같은 첫사랑으로의 강렬한 이끌림이었을 것입니다.
소년이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동네 놀이터였습니다.
'끼이익-끼이익-' 쇳소리를 내는 그네에 앉아 있는 소녀를 발견하고 마치 자석에 끌리듯이 소녀에게 다가 갑니다.
소년은 사람이 무서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는 소녀를 부릅니다.
한정우: "빨간색 교복......유명한 얘.......이수연!"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지자 다시 소년에게로 걸음을 돌립니다.
이름 대신 수감자의 죄수번호를 부르듯이 27번이라는 아이로 학교의 다른 아이들에게 불리웠던 소녀입니다.
김춘수의 '꽃'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처럼 자신의 이름이 불리워진 소녀는 소년에게 다가가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이죠.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 소년이 소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소년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녀의 마음에 상처를 줍니다......
'보고싶다'는 살인자의 딸, 가정폭력, 유산상속을 둘러싼 암투 등 소년과 소녀를 둘러싼 잔인한 현실의 외부적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찬란하도록 빛나는 순수한 사랑을 조명하고 있는 작품 같아 보입니다.
마치 진흙 속에 뿌리를 두고 피어나는 연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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