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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로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한 고찰

by ILoveCinemusic[리뷰9단] 201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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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248번째 이야기>
원제: Bedevilled(2010)
장르: 스릴러
러닝타임: 115분
감독: 장철수
출연: 서영희(복남 역), 지성원(해원 역), 백수련(동호할매 역), 박정학(만종 역)
관람매체: 곰TV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한 고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감독 장철수의 전작.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음은 '불친절'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불친절'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특징 중 하나일 수 있는 '무관심'과 '불친절'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영화다.

지성원

 

▲ 대출을 받지 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할머니를 차갑게 대하는 해원

은행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해원은 우연하게 범죄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해가 될까봐 자신이 위험에 직접적으로 빠지지 않는 상황인데도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하게 된다.
해원은 그 사건에 연루되기가 싫어 방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 신경이 곤두선 해원은 은행 업무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쳐 생계를 위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상황인데도 이를 외면하고 불친절하게 대한다.
<친절한 금자씨>와는 다른 '불친절한 해원씨'의 탄생이다.

해원은 분명히 그 사건의 용의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음에도 용의자를 지목하지 않는다.
해원의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되는데......

 


용의자에게 사건의 목격자임을 들키게 되고, 은행에서도 징계성 문책을 받은 해원은 수년 간 도움을 청해온 고향친구 복남에게 찾아간다.
외딴 섬으로의 일종의 도피인 셈이다.
복남은 해원이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고 어릴 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 줄로만 알고 아무도 반기지 않는 그녀를 환대한다.

 

 
그러나, 해원은 복남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몇 년만에 찾은 고향에서 쉬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도시와는 달리 남의 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아는 시골의 생활은 그동안 해원이 무관심하고자 했던 복남의 삶을 차츰 알아나가게 만든다.






그리고, 해원과 복남의 유년시절이 그려지면서 해원은 언제나 방관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온 초지일관의 소유자임을 알게 된다.
자신을 해코지하고자 한 섬의 아이들을 대신해서 복남이 피해를 당하든 말든 자신만 안전하면 된다는 식이다. 

 


섬으로 들어온 후 카메라의 앵글은 복남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그동안 해원이 외면하고자 했던 복남의 삶 말이다.

젊은 여자라고는 복남 밖에 없는 이 섬의 폐쇄적 생태계는 남자들을 본능에 충실한 야수로 만들어 놓은 듯 하다.
마치 시간을 조선시대 그 이전으로 되돌려놓은 듯이 남성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뿐만 아니라 친족과 혈연집단이 아님에도 마치 친족, 혈연 집단인 것처럼 행동하며, 법 대신 그들만의 규율(남존여비)에 의해서 일종의 계급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복남은 이 폐쇄적인 생태계의 최대 피해자이다.
그녀에게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나날이다.
낮에는 노동에 시달리고, 밤에는 짐승들에게 시달린다.
분명 남편이 있는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복남에게 애정이 없는 남편은 이 왜곡된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함인지 복남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않는다.

또다른 불친절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서 친절한 사람은 복남 밖에는 없는 듯 하다.
해원이 자신을 이 지옥 같은 섬에서 구원해줄 구세주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나, 친절한 복남이 불친절하게 되는 사건이 하나 발생하게 된다.
복남이 딸과 함께 섬을 탈출하려다가 남편에게 걸려 다투는 와중에 복남의 딸이 죽게 되는 것이다.

복남은 이 사건 이후 마치 귀신에 씌인 사람처럼 인격이 돌변하게 되는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라는 제목처럼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끔찍한 살인 사건의 시작과 그 끝은 '불친절', '무관심', '방관' 등으로 인한 것임을 영화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아마도 방관자를 다룬 영화 중 최고의 걸작이 아닌가 싶은데, 영화적인 재미 뿐 아니라 영화적인 메시지 또한 매우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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