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시리즈는 일본의 막부시대 역사를 빌어 검에 대한 화두를 고찰해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바람의 검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검에 대한 화두란 활검(活劍)이냐 살인검(殺人劍)이냐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넌센스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검이란 것이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인데 사람을 살리는 검,혹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검을 논하는 것이 어리석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무튼 '바람의 검심'에서는 이러한 화두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요.
'바람의 검심 교토대화재편'에서는 히무라 켄신의 역날검에 대적할 새로운 강적 시시오(후지와라 타츠야)가 등장을 합니다.
이 둘은 검심(劍心), 검을 든 마음이 서로 상충을 하는 라이벌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검술에 있어서 그 뿌리는 같지만 역날검을 든 켄신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 맹세를 하였고, 아직까지는 잘 지켜오고 있죠.
그런데, 나가소네 코테츠의 검을 든 시시오에게 역날검이 부러지면서 패배 아닌 패배를 당하게 됩니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포스팅 말미에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죠.)
켄신의 역날검을 만든 이는 아라이 샤쿠로 평생 동안 살인검을 만들다가 새로운 세상이 오길 바라는 희망을 담아 역날검을 만들게 됩니다.
원래 신검은 두 자루를 만들어 하나는 신께 바친다고(진타)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자루(영타)는 그 뜻에 맞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하죠.
켄신에게 주어진 검은 영타 역날검으로 신께 바쳐진 진타 역날검보다 한 등급 떨어진다 할 수 있죠.
나가소네 코테츠의 검을 받은 세타 소지로(카미키 유노스케)와의 대결에서 역날검이 부러지면서 살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켄신의 맹세가 꺾어지는 듯 했습니다만 진타 역날검을 얻게 된 켄신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맹세를 이어가게 됩니다.
이에 반해 시시오는 히무라 켄신이 시신의 산을 넘고, 피의 강을 건너던 때와 같이 살인을 밥먹듯이 하고 있습니다.
막부 말기에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동료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인데요.
메이지유신이 되면서 칼의 시대가 가고 총의 시대가 오면서 사무라이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 혼돈의 시대에 승리와 생존을 위해 존재하였던 시시오의 삶의 목적성은 사라지고 말게 되었습니다.
방향을 잃은 목적성이 일본 최고의 칼잡이 히무라 켄신에게로 향한 이유는 '최고'라는 타이틀을 덧없이 죽은 동료들 무덤에 바치기 위해서지요.
어쩌면 이들의 만남은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가는 길이 달라졌지만 서로 닮아 있는 히무라 켄신과 시시오의 검!
숙명의 라이벌 관계이지만 이들의 대결은 뒤로 미뤄지게 됩니다.
아마도 다음편인 '바람의 검심 전설의 최후편'에 이들의 대결이 보여질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바람의 검심 교토대화재편'에서는 세타 소지로와 히무라 켄신의 대결이 볼만한 장면이라 할 수 있겠죠.
켄신이나 시시오는 모두 검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켄신은 평화의 시대를, 시시오는 자신의 패도의 시대를 열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주지하다 싶이, 새로운 시대는 이미 왔죠.
메이지유신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 앞에서 검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나가소네 코테츠
에도 시대 실존하였던 유명한 명장(明匠).(당연히 역날검을 만든 아라이 샤쿠는 가공의 인물이죠.)
본명은 오키사토라고 하는데, 코테츠(虎澈)로 중국의 이광의 고사(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호랑이를 잡으러 갔다가 바위가 호랑이인 줄 알고 쐈는데, 바위에 화살이 박혀있었다는 이야기)를 따라 개명하였다 합니다.
'바람의 검심'에서는 명도 31 중의 하나가 나가소네 코테츠의 검이라 표현이 됩니다.
이 시대만 하여도 검(일본도)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검술만큼이나 잘 부러지지 않는 좋은 검을 지닌 것은 승부에 많은 영향을 줬으리라 생각됩니다.
검을 만드는 가공 기술(그리고 합금 기술)이 현대에는 많이 발전을 하여, 굉장히 잘드는 검을 만들 수 있고, 대량생산도 가능하지만 그러한 지식이 없었던 당시에는 명검을 만드는 기술을 지닌 이가 굉장히 드물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