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즐거움을 만나는 방법
하나의 작품을 우리는 영화와 책, 혹은 연극, 오페라 등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tv, DVD, VOD, 케이블 등 다양한 매체로도 만날 수 있지요.
이러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매체 중에서 가장 훌륭하고 즐겁게 작품을 만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령 <슬램덩크>는 만화책으로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고, <트랜스포머>와 같은 작품은 만화원작보다는 영화로 만나는 것이 그 작품을 가장 즐겁게 만나는 방법일 것입니다.
<굿모닝 에브리원>을 영화로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소설원작을 통한 만남이 영화보다 더 낫다고 속단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제가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즐기는 느낌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죠.
하지만, 책은 약간의 의무감 혹은 공부를 하는 것 같은 약간의 부담감이 책을 읽는 즐거움보다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굿모닝 에브리원>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나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포스팅이 서평을 위한 포스팅인지, 영화 리뷰를 위한 포스팅인지 좀처럼 구분하기가 힘드네요^^
그리고 하나 당부드릴 말씀은 제가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글에 쓰인 글과 영화 이미지가 매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베키는 뉴스에 살고, 뉴스에 죽는 뉴스중독자입니다.
연애보다 섹스보다 뉴스가 우선인 사람이지요.
그렇기에 전 직장에서 해고가 되고 더 낮은 연봉과 더 열악한 근무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브레이크>라는 공중파 아침뉴스 프로그램을 기꺼운 마음으로 맡게 됩니다.
사실 <데이브레이크>는 프로그램의 존폐 위기가 걸려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베키는 그러한 뒷정리를 위해 필요한 소모품이었습니다.
순진한 베키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이 죽어가는 프로그램을 살려 놓겠노라며 불타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지요.
<굿모닝 에브리원>은 베키의 뉴스에 대한 열정 혹은 뉴스가 삶의 전부인 베키의 일과 사랑의 성공담을 재밌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왜 영화화가 되었는지 납득이 갈만큼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부족함이 없는 순탄한 삶이라면 재미가 없겠지요.
역경과 이의 극복이 있어야 드라마틱하지 않겠어요?
베키의 역경은 죽어가는 <데이브레이크> 프로그램 그 자체입니다.
소생 불가능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을 그녀는 어떻게 살려내려고 하는지...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기존의 앵커였던 폴 맥비를 해고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해 마지 않던 마이크 포머로이를 영입하는 일이었죠.
마이크 포머로이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이자 고액 연봉의 잘나가는 앵커입니다.
뉴스의 퀄리티를 따지면서 '진정한 뉴스'만을 보도하고자 하는 소신있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그의 그러한 소신은 <데이브레이크>를 살리고자 하는 베키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으로 비춰질 뿐입니다.
애초부터 가볍고 유익한 생활 정보 프로그램인 <데이브레이크>와는 코드 자체가 맞지 않는 셈이죠.
반면에 베키를 비롯한 이 프로그램의 터줏대감인 칼린은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저급한 저널로 취급하는 포머로이와는 달리 이러한 정보도 소중한 정보라는 베키와의 가치관의 차이......
이 부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의 일인으로써 저의 가치관은 포머로이보다는 베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정보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는 '일본의 대지진'이나 '방사능 유출' 뉴스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데이브레이크>처럼 이러한 사소한 정보를 취급하는 블로거들이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블로그 운영을 접는 것을 보면 상당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포머로이처럼 퀄리티를 중시하면서 그렇지 못한 블로거들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블로거들이 있거든요.
'소통'을 중시하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합당한 블로거들끼리만 소통을 하는...
소통의 장에서 불통을 가져오는 이런 태도는 당장 퇴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퀄리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퀄리티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퀄리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다양성'이라는 말입니다.
퀄리티가 높은 뉴스도 필요로 하고, 퀄리티가 낮은 정보라 할지라도 그 나름대로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최근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풍토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적어봅니다.
다시 책이야기로 돌아와서......
베키의 열정과는 달리 <데이브레이크>는 보도국장인 제리에게 최후 통첩을 받습니다.
자신의 삶과 <데이브레이크>를 구해낼 구세주라고 믿었던 포머로이는 꼬여 있는 상황을 더 꼬이게만 할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포머로이를 설득하던 베키도 이젠 지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쓰러지려던 베키를 애덤이 일으켜 줍니다.
애덤의 다정한 말과 위로가 완전히 지쳐 있던 베키에게 활력소가 되어서 방전이 된 밧데리 같던 자신을 충만하게 충전해주어 다시 포머로이와 싸울 기운을 주는 것이죠.
<굿모닝 에브리원>은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하고 싶어하는 베키와 같은 연령에게 어필하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퀄리티가 높은 뉴스, 퀄리티가 낮은 뉴스가 아니라 자신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반짝반짝하게 빛을 내는 보석같은 베티의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열정이 없는 삶은 죽어 있는 삶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베키와 같은 사람과 함께 직장생활을 한다면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뒷면의 월스트리트저널의 서평을 한 번 옮기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갑작스러운 해고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해나가는 법,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 그리고 성공하여 보란 듯이 인정받는 법에 대해 주인공 베키는 누구보다 잘 가르쳐줄 것이다. 더불어 멋진 남자친구를 만드는 법까지!'
-37번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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