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사택비는 너무나도 많은 적을 두고 있습니다. 무왕이라는 왕이 있으나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린 사택 가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를 듯 하지요. 나라를 위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사택 가문은 매우 권력지향적인 모습입니다. 사택 가문의 최종 목표는 사택비의 아들인 교기를 등극시키려는 것이겠지요. 교기는 품성이 잔인하고 살생을 좋아하여 만약 등극한다면 폭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예상했던 대로 무진의 죽음은 계백을 성인 시절로 이끕니다. 사택비로써는 연정을 품었던 무진이 죽음으로써 하나의 정적이 없어진 셈이지만, 또 하나의 정적이 생겼는데 그것은 은고입니다.
사택비라는 캐릭터를 현대의 리더쉽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삼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시 상황에서 내부의 갈등을 아우르지 못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원흉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표면적인 리더는 무왕이지만 <계백>이라는 작품 속에서 백제의 실질적인 리더는 사택비지요. 외부의 침략에 적극적인 대비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치 싸움만 벌이고 있는 형국이니 한심하지 짝이 없습니다. 나라가 없으면 권력도 없지요. 사택 가문도 아마 백제라는 국가의 멸망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지요.
무진의 죽음
무진은 아내를 잃었을 때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살생을 그만하고 초야에 묻혀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삶을 동경했던 무진이기에 그의 아내의 죽음은 무진 개인의 삶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였지요. 한 팔을 잃고서 여태까지 삶을 연명해 온 이유는 무왕과 의자에 대한 충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죽음을 결심한 무진과 이를 모르는 계백의 마지막 만찬
살생부를 무왕에게 건내고 사택 가문에 회심의 역전승을 기대했던 무진이었기에 그 살생부로 인해서 의자의 목숨이 위기에 처하자 옥에 갇힌 무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자신을 죽이고 의자를 살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력에 뜻을 두지 않았던 무진이었기에 아내를 잃음으로써 이미 삶에 의미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눈엣가시 같던 의자를 이번에는 죽이리라 맘 먹었던 사택비도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들던 무진을 의자가 죽이게 되자 의자를 죽이는 것보다 무진의 죽음이 더욱 맘에 쓰입니다. 이 모든 정황이 무진의 뜻이고 계책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무진의 버선을 신겨주고 직접 화장을 하며 오열하는 사택비
계백 또한 의자가 무진을 찌르는 것을 보고 아버지의 죽음에 혼절을 하고 맙니다. 정신을 차린 계백은 무진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몇 번이고 자신을 꼬지고 때리며 이것이 현실이 아니고 꿈이길 바랍니다. 줄초상을 당한 계백은 무진처럼 삶의 의미가 없어진 듯 합니다. 죄인으로 압송 중에 신라의 기습을 받아 전쟁 포로가 되어 신라를 위해 고구려와 싸웁니다.
<대조영>에서 최수종이 포로가 된 이후로 최근에 방영 중인 <광개토대왕>에서도 포로씬이 등장하였습니다. 퓨전 사극이란 기존 사극의 정형화 된 이야기 구조를 파(破)하고 신선한 이야기 구조를 지님으로써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때 재미와 함께 감동을 주기 마련인데, 퓨전 사극에 또다시 이런 정형화 되어지는 이야기 구조를 지닌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퓨전 사극이 시간과 공간적 배경, 등장인물만 달리할 뿐 <대조영>의 아류작에 그치고 마는 폐단이 반복 되는 것이죠.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다고 홍보를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류작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은고의 짧지만 강렬하였던 열연
의자가 무진의 죽음과 계백의 죽음(죽은 것으로 알고 있음) 등으로 독사향으로 사택비를 암살하려하자 은고가 이를 눈치채고 저지를 합니다. 의자는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사택비와 함께 죽으려 한 것입니다.
은고(박은빈 분): "사셔야지요~어떻게든 살아 남으셔야 합니다, 그리고 등극하셔서 사택 가문의 씨를 말리셔야 합니다." 의자: "너는 누구냐?"
은고는 사택 가문에 의해서 아버지(목한벽)를 잃은 가문의 딸이라고 의자에게 고합니다. 자신과 같은 일을 당한 동질감, 무진과 계백을 잃은 슬픔...그리고 사택 가문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 무장인 무진을 잃은 대신 의자에게는 이제 지략가인 은고가 생긴 셈이라고 할까요?
7회 줄거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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