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살인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이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 소식이 전해졌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 사건이 어떻게 2심에서는 무죄로 정반대의 판결이 나오게 되었을까.
1심 판결과 2심 판결 보도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보도록 하자.
[낙지살인사건 보도내용]
김씨는 2010년 4월 19일 인천 주안동 한 모텔에서 윤씨가 만취한 틈을 타 질식시킨 뒤 보험금 2억원을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윤씨는 김씨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질식사해 숨졌고, 유족은 단순 사고사로 여겨 윤씨의 시신을 화장했다. 그러나 김씨가 보험금을 타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경찰은 유족의 요구에 따라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재수사에 착수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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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 보도 내용]
▲질식사인 데도 몸부림의 흔적이 없었던 점 ▲여자 친구 앞으로 고액의 생명보험 가입한 점 ▲여자 친구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다른 여자와 교제한 점 등을 간접적인 살인의 증거로 채택,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만취한 상태였지만 치아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산낙지같이 씹기 힘든 음식을 자르지도 않고 통째로 먹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재산적 탐욕으로 애정과 신뢰를 이용해 살해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비인간적이고 잔혹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사망자 윤씨가 평온한 표정으로 잠을 자듯 하늘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 있었던 점, 술자리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점, 윤씨 입에서 산낙지를 빼냈다는 김씨의 진술이 자주 바뀌는 점, 김씨가 구입한 산낙지가 해물탕용으로 쓰는 큰 것이어서 통째로 먹을 수 없는 크기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김씨가 현장에서 발견된 타월과 같은 부드러운 천을 이용해 술에 취한 윤씨를 질식시켰다고 판단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판결 보도 내용]
4월5일 서울고법 형사4부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 32살 김 모 씨에게 항소심에서 "살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판결했다. 다만 절도 혐의 등을 일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을 경우 본능적인 저항으로 얼굴 등에 상처가 남게 되는데, 피해자 몸에 흔적이 있었다는 점 등이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경찰이 타살 의혹이 없다고 보고 아무런 조사를 취하지 않아 피고인 진술 외에는 사망원인을 밝힐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검사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가 낙지로 인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피해자 목에 낙지가 걸려 질식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반사정을 종합해 볼 때 낙지에 걸려 질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저질렀다는 범행 동기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김씨의 증언을 토대로 단순 질식사고사로 처리했고 사망자 윤씨의 시신은 사망지 이틀 뒤 화장됐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 때문에 이후 재수사에서는 직접적인 사망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보도내용)"피해자가 사망했을 당시 즉각 검시와 부검이 이뤄졌으면 사인을 알 수 있었는데 당시 경찰이 타살 의혹이 없다고 보고 아무런 조사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진술 외에는 사망 원인을 밝힐 증거가 없으며, 진술처럼 실제로 낙지로 인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1심과 2심 판결이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1심의 '간접적인 살인의 증거로 채택'된 정황상의 증거만으로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에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낙지로 인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살인죄의 성립 여부인데, 이 두가지 모두 김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에서는 김씨의 보험가입 이유에 대해서도 1심과는 달리 타당하다 여기고 있다.
(보도내용) 김씨가 당시 신용불량자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이었고, 보험설계사인 고모를 통해 윤씨 앞으로 거액의 보험을 든 뒤 범행 보름 전 보험금 수령인을 자신으로 바꾼 점 등을 유력한 범행동기로 들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생명보험 가입한 것은 할머니가 암으로 고생한 것을 본 윤씨가 원했기 때문이며 내가 보험금 수령자가 된 것도 윤씨 의지였다"는 김씨 진술을 받아들였다.
[판결에 대한 유족들의 심경보도 내용]
"법이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누가 봐도 살인인데, 현장을 찍어서 보여주거나 살인도구를 찾아 쥐여주지 않으면 정황증거는 인정이 안 된다고 무죄라니…. 누가 이 판결에 수긍할 수 있겠습니까."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차분한 표정으로 공판을 지켜보던 피해자의 아버지는 울분을 터뜨렸다. 동생은 흐느꼈고 어머니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이런 범죄를 조장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분노했다.
유족들은 초등학생도 알만한 정황증거가 인정이 안된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고 한다.
2심 판결만으로 보면 윤씨는 낙지를 먹고 질식사를 했을 뿐이며, 김씨는 그 결과로 거액의 보험금을 타게 된 셈이다.
유족의 말대로 이런 판결 결과는 또다른 범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 같다.
반대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정황상의 증거만 가지고 유죄를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모르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될 윤씨의 시신이 화장이 되었기 때문에 부검을 할 수 없게 된 점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굉장히 찜찜한 판결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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