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110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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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irst (2009)
장르: 로맨스, 멜로
러닝타임: 133분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박인환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인간정신은 욕망과 억압의 복합체계이며, 그 중 성적 충동이 가장 강력하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꿈의 해석> 중
인간의 욕망 중 가장 강렬한 욕망 중의 하나가 성욕일 것입니다.
욕망은 억누르고 통제하면 사그러드는 것일까요?
우스갯소리로 당장 숨이 넘어갈 할아버지라도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그짓을 하려고 든다고 한다지요^^
박찬욱 감독의 <박쥐>는 이러한 인간 본연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욕망에 대한 탐구입니다.
포스트의 멘트에서 보듯이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고, 그 뱀파이어인 신부가 십계명을 어기는 다분히 반기독교적인 내용의 줄거리는 신자인 제가 보기엔 가쉽거리는 될지언정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주요 내용은 아니라는 말이죠.
인간이 지성과 교양을 갖춘 존재이고 이러한 욕망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있다면 지금껏 인류가 전쟁이라든가 각종 범죄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측면을 설명할 길이 없지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지성과 교양을 갖춘 동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성으로 본능을 억제하는 것은 부처가 현신한다면 모를까 보통의 인간으로써는 감당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박쥐>는 보통의 뱀파이어 영화와는 다른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목회자였던 현상현 신부(송강호 분)는 엠마누엘 바이러스라는 문둥병과 비슷한 증세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곳으로 자청하여 참여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중에 바이러스에 걸려 숨지게 되지요.
그런데 이 죽음이 이르기 직전 수혈한 피가 아마도 뱀파이어의 피였던 듯 합니다.
그 덕에 상현은 죽음으로부터도 살아나게 되고 바이러스도 뱀파이어의 피의 기운이 억누르게 되지요.
상현은 신실한 목회자였던만큼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왔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억누를 수 없는 어떠한 욕망들에 사로잡히게 되고, 초감각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몸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알아채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욕망의 분출구가 되어줄 여인인, 친구의 아내인 태주(김옥빈 분)가 나타나게 되지요.
억눌려졌던 욕망은 마치 끓기 시작한 압력솥의 입구를 막아놓은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되고 맙니다.
<박쥐>에서 김옥빈과 송강호의 올누드 러브씬이 영화 곳곳에 펼쳐져 놓았는데, 이 러브씬을 연출함에 있어서 장면들을 에로틱하거나 색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한 듯이 보입니다.
그러한 연출을 한 이유가 저는 그 러브씬이 사랑에 의한 러브씬이 아니라고 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단지 어떤 욕정에 의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할 뿐이죠.
하지만, 육체 관계를 맺게 되면 없던 감정도 생기는 것이 남녀인지라 이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져만 갑니다.
되돌릴 수 없는 욕망의 늪에 빠진 상현과 태주는 급기야 친구이자 태주의 남편인 강우(신하균 분)도 죽이게 되지요.
강우를 죽인 것은 태주의 거짓말 때문입니다.
강우를 살해하게 된 것은 이 두 남녀 모두에게 정신적인 쇼크를 가져온 듯 합니다.
영화 중반부에 접어들게 되면 또하나의 욕망이 고개를 쳐들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뱀파이어의 욕망인 '피에 대한 갈구'입니다.
성욕이 인간적인 욕망이라면 피에 대한 갈증은 뱀파이어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성욕이 불러온 죄가 십계명 중 열번째 계명인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찌니라.'를 어긴 것이라면, 피에 대한 갈증이 불러온 죄는 여섯번째 계명인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긴 것이 됩니다.
이렇게 분류할 필요 없이 <박쥐>는 종교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반기독교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계명을 다 어기는 것이 되지요.
그도 그럴 것이 뱀파이어란 존재가 이미 드라큘라라는 악마적 존재를 모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이지만 말이죠.
뱀파이어라는 영화적 소재 자체가 이미 컬트적이기 때문에 <박쥐>는 종교를 터치하고 있으나 컬트 영화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뱀파이어라는 흡혈귀의 전승은 서양의 것이지 동양적인 것과는 거리감이 좀 있습니다.
그러한 이색적인 소재를 한국적인 것으로 다루었기에 <박쥐>의 영화적 분위기가 독특하게 느껴집니다만, 만약 이 영화가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것이 아니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지 않은 영화였다고 한다면 이러한 느낌을 주는 영화를 만나기 힘든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또한, 전설 속에서만 살아 숨쉬는 뱀파이어라는 악마적 존재를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마치 현실에 실존하는 것인냥 리얼하게 꾸며낸 것도 송강호라는 배우가 지닌 무게감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김옥빈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 예컨데 '몸매, 화보, 섹시댄스...' 들 속에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할만한 작품으로 <박쥐>란 단어를 포함시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겐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박쥐>가 기존의 뱀파이어 영화가 다루는 점들을 답습했을 뿐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를 터치함으로써 그러한 시도는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은 셈이지요.
차라리 영화가 시초로 돌아가서 수혈한 뱀파이어가 누구인지, 뱀파이어의 전승에 대한 오컬트적인 해석을 숙제로 남겨뒀더라면 보다 흥미진진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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