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블로거이신 도희님의 <로열 패밀리> 시청 후기를 보니 이 작품의 원작은 <인간의 증명(人間の証明)>이라는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이더군요. 2004년에 후지tv에서 10부작으로 방영이 되었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고 합니다.
최근 한류의 힘을 얻어서 일본 원작의 소설이나 만화 등이 리메이크 되어 일본으로 역수출 되고 있는데요. <로열 패밀리>도 그러한 작품의 하나가 될 듯 합니다.
4회의 줄거리는 좀 쉽게 쉽게 가는 듯 하네요. 3회까지는 좀 아이러니 한 면이 많았어요. 인물들 간의 관계가 미스터리한 면이 있었지요. 갈등구조가 좀 복잡한 편이기 때문에 너무 어렵게 가게 되면 시청하기에 난해해지기에 연출적으로 배려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몸매만 좋은 줄 알았더니, 머리까지 좋더군요. 공회장의 딸인 조현진(차예련 분)은 정치자금법 투서가 내부자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JK가를 샅샅히 뒤지라고 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현진은 책의 메모를 통해서 인숙과 지훈이 남남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게 되지요.
"나 JK家 사람이야. 내가 화가 나는 건 니들이 나를 두고 설계를 했다는 사실이야. 어떻게 감히..."
조현진은 인숙과 지훈이 특별한 사이라는 사실보다도 자신을 두고 이들이 공모해서 자신을 속인 것이 분한 것입니다. 자신이 하찮게 여기는 아랫 사람에게 속은 것이 못내 분하여,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엄청난 자존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 극 후반에나 밝혀질 인숙과 지훈의 관계가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듯이 이토록 일찍이 밝혀지는 것은 이 정도는 떡밥으로 던져줘도 괜찮을 만큼 또다른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예측을 하게금 합니다.
"덮어둘께. 그런데, 조건이 있어 나를 백화점 사장 자리에 앉혀. 하기 싫어도 하게 될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사장 자리에 앉혀야돼. 안그러면 너희들의 관계 폭로하겠어."
그 어미에 그 딸이네요. 코너에 몰린 인숙과 지훈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마지 못해 조현진의 협박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흡사 공회장이 정치자금법 투서 사건으로 인해서 인숙을 움직여 진여사(오미희 분)를 이용하려던 상황과 매우 흡사합니다. 심지어 사람만 다를 뿐 대사마저도 그대로이죠. 마치 도마뱀이 꼬리만 남겨두고 도망을 치듯이 잡으려하면 잡히지 않고 빠져나가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인숙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쨌든 이 상황조차도 제가 생각컨데, 인숙의 철저한 작전이 아닐까 합니다.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해
"아이를 빼앗기고, 이름을 빼앗기고, '저거 치워!'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그걸 옆에서 보는 내 스스로가 원해서 한 일이야!"
현진의 분노에 지훈은 인간미에 호소를 하지요. 하지만, 그러한 것이 JK가 사람들에게 먹힐리가 없습니다. 지훈의 대사를 들으니, 인숙이라는 여자가 잃은 것이 정말 많더군요. 금치산자로 몰아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하였고, 남편을 잃었고, 자신의 이름마저도 잃고 'K'로 불리며 18년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인숙이 무엇 때문에 그러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왔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진여사를 통해서 인숙은 또 한 번 조현진과의 물밑 거래를 표면적으로 성사시키는 듯 합니다. 인숙은 진여사를 통해 사장 자리에 JK가의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호명하게 한 듯 합니다. 이러한 의사를 공회장에게 전달한 것은 진여사였지요. JK가의 가내(家內)회의를 통해서 권력승계를 공표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인숙의 의사가 발표되었지요.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 이견을 내지 말아라. 사장 자리는 첫째가 맡아."
"하지만, 어머니 진여사와 나누신 대화는 그것이 아니잖아요." (조현진)
"그건 내정간섭이야. 그리고 진여사가 지명한 후계자는 K다....어디서 너 따위가 감히..."
공회장은 인숙에게 물세례를 덮어 씌웁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터넷 뉴스에 인숙과 지훈의 관계에 대해서 떴다면서 공회장에게 이 소식을 전하게 되지요. 이것이 어떠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는 다음 편을 봐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인숙과 지훈의 관계는 조현진에게만 드러난 사실인데, 이것을 누가 기자들에게 폭로했을까요?
전 4회를 보면서 <로열 패밀리>에 등장하는 JK가 사람들과 인숙의 사람들이 모두 살아 있는 체스판의 장기마들처럼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청자인 우리는 이 체스판의 게임의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예측해 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정말 흥미진진하기 이를데가 없네요.
인숙은 공회장에게 무엇을 얻어 내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패를 하나 버리면서까지 이렇게 수세로 몰리는 것일까요? 아직 드라마의 전개상 '장군'을 부를 시점은 아닌 듯 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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