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명작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지만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면 그 가치를 잃게 마련이다.
<칼과꽃>도 그러한 작품에 이름을 올릴 듯 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가려져서 주목 한 번 받지 못하고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일 듯 하다.
▲연충이 연개소문의 첩자라 생각하고 그의 참수를 집행하는 장면
(연개소문이 장에게 시신을 훼손하지 말아달라 부탁하여 교수형으로 바뀌었다.)
<적도의 남자>의 두 주연배우였던 엄태웅과 이보영의 장외대결인 셈인데, 완벽한 이보영의 승리라고 보여진다.
흥행성에 있어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그럼 작품성에 있어서도 그럴까?
<칼과꽃>은 낮은 시청률 때문에 OST나 김옥빈의 연기력에 대한 혹평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한마디로 온갖 트집을 다 잡고 있는 상황...)
필자는 이런 것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
시청자들의 작품에 대한 기호가 작품성과 연결이 되는 바로미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 사랑하는 연충이 교수형을 당하는 것을 보는 공주의 표정(연충을 구해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칼과꽃>은 영상미와 비장미가 돋보이는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사극이다.
그리고, 연개소문 역의 최민수와 영류왕 역의 김영철은 지극히 절제된 대사 속에서도 (눈빛 뿐만 아니라) 마치 온몸으로 연기를 하는 듯한 무게감을 보여주고 있다.
<칼과꽃>은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가진 '작가주의'적인 작품이다.
이를 '미장센'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작품이 대중의 기호와 딱맞아 떨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작품은 그 존재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드라마들이 매우 진부한 스토리를 가지고 식상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그러한 점을 익히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흥행성은 분명 막장코드가 섞인 드라마들이 성공을 거두는 반면 <칼과 꽃>과 같은 드라마들은 지루하다는 이유 등으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드라마 속의 막장코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몸에 해로운 음식이지만 맛있기 때문에 혹은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계속 먹던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몸에 이로운 음식이지만 잘 먹지 않게 되는 경우와 유사하다 생각된다.
그러한 음식도 자주 먹게 되면 몸에도 이롭고 그 맛을 알게 되듯이, <칼과 꽃>과 같은 작품성을 갖춘 작품이 계속 제작되어야 하고,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색다른 시도는 시청률과 관계 없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맨날 '그 나물에 그 밥'과 같은 막장 코드의 드라마를 보기 싫어도 봐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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