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256번째 이야기> 영제: The Face Reader 장르: 시대극 (2013) 러닝타임: 139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내경 역), 이정재 (수양대군 역), 백윤식 (김종서 역), 조정석 (팽헌 역), 김혜수 관람장소: CGV일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관상'을 보면 정사가 아닌 야사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듯 하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그랬듯이 정사와 야사의 혼합...그리고 야사에 픽션을 가미한 야사... 그것이 '관상'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결정짓게 되는 영화적 소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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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는 이제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진부하거나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관상'과 같은 시도로 이어지는 듯 하다. 시대극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한 이러한 류의 영화는 '관상'이나 '공주의 남자'의 흥행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관상학이란 예전에도 그랬듯이 주류의 학문은 아니다. 과학이란 것을 말하자면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결정되어지는 것이데 반해 관상학은 이러한 과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굳이 과학의 영역에 포함시키려고 한다면 통계학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러나 과학이란 것이 자연의 섭리를 탐구하는 목적을 가진다고 말한다면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이므로 사람의 얼굴의 형상에 따라 운명을 점치고자 하는 것 또한 대자연의 섭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중 조선 최고의 관상가로 나오는 김내경(송강호분)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토정비결'을 썼다고 알려진 이지함 선생과 유사한 인물이다. 어떠한 면이 그러하냐 하면 이이의 십만양병설이나 이순신의 거북선 발명 등 그 시대의 굵직한 역사 뒤에 토정 이지함 선생이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토정비결'은 생년월시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일로 그 바탕이 주역에 근거하고 있지만 얼굴을 보는 관상학, 손금을 보는 수상학, 발의 지문을 보는 족상학 등의 학문들과 같은 범주에 함께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김내경은 이지함 선생이 그랬듯이 '관상'으로써 역사에 개입하고 있다고 설정을 한 것이다.
김내경이 역사에 개입한 시대적 배경을 왕위찬탈에 의해 왕좌에 오른 수양대군(세조, 이정재분)의 시기에 설정을 한 것 등을 보면 여러 면에서 '공주의 남자'와 많이 닮아 있는 듯 하다. 역사가 승자의 편이라고 볼 때 조선최고의 관상가인 김내경은 수양대군의 편에 서서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김내경은 하늘의 천기를 살펴 전략전술을 구사했다고 알려진 '삼국지연의'의 제갈공명과도 같이 영웅으로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앞날을 볼 수 있었던 제갈공명에 미치지 못한 김내경은 수양대군과 적을 지었던 김종서(백윤식 분)의 편에 서서 자신이 천기를 바꿀 수 있다고 판단을 한 듯 하다.
이 부분은 '관상'의 핵심적인 내용이라 볼 수 있을 듯 하다. 만약 김내경과 같이 인간사의 길흉화복을 점치거나 운명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운명이나 역사를 바꿀 수가 있을까? 아마 부분적인 작은 줄기는 바꿀 수 있을지 몰라도 큰 줄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내경은 자신의 팔자를 고치는데 만족하고, 큰 시류에 편승하여 출세를 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했다면, 그는 제갈공명처럼 영웅이 되지는 못했을지언정 관상과 같은 점복술을 믿는 사람들에게 영화 속에서나마 신화나 전설로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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