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 처음 접한 무라카미 류의 신세계, 문학인가 외설인가? |
책이나 영화 등을 접할 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책의 말미에 씌여진 '해설|쓰레기 혹은 여배우의 탄생'이라는 글이 없었다면 100% 이해를 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타나토스'에는 평범하지 않은 사도마조히즘(Sadomasochism, SM)적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극히 대중적이지 않으며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대단히 매니아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소재인 듯 하다.
그나마 시간만 허비하지 않았다고 위안이 되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 가운데 하나가 뒷편의 해설서에 나와주어 그래도 작가 무라카미 류의 의도 중 큰 줄기는 잡으면서 읽지 않았나 싶다.
그것은 '타나토스'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레이코, 게이코, 야자키)의 사도마조히즘적인 계급적 지위가 병들어 있는 일본 사회 더나아가 세계를 지배와 피지배 계층으로 보려는 시각이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다른 모든 것들도 그 분야로 해석가능한 것일까?
사도마조히즘적인 요소로 세계를 바라보는 무라카미 류의 독특한 시각은 가히 철학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책에 쓰여진 작가의 방대한 사도마조히즘적 지식을 감탄하여 이를 따르고 싶지는 않다.
책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사도마조히즘을 탐닉하고 싶은 생각 또한 없다.
책을 '마음의 양식'이라 표현하는데는 다른 사람의 가치관, 인생을 통해서 지식과 경험을 사고자 하는 면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타나토스'는 책장을 넘기면서 영혼을 갉아 먹히는 느낌이었다.
주인공 레이코의 "나는 내 착란을 어떻게든 정리하기 위해 여기 쿠바에 온 거예요."라고 시작하는 대사와 책의 제목인 '타나토스(Thanatos, 자기를 파괴하려는 죽음에의 본능)'처럼 레이코는 착란을 정리하지 못하고 완전히 착란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를 해설에서는 그녀가 진정 원하던 여배우가 된 것으로 그녀의 캐릭터를 승화를 시키고 있지만 결국 독자도 레이코도 모두 '영혼의 타나토스'를 갖게 된 것이나 진배없다.
다시 말하면 주인공 레이코가 SM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 충격에 착란에 빠졌듯이 독자 또한 그런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만약 이 책이 영화화가 된다고 한다면 아마 상영불가판정을 받게 될 것이다.
일본 내에서도 이런 류의 영화만을 다루는 극장에서 제한상영가로 상영이 가능할 것이다.
무라카미 류
1952년 일본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났다. 1976년《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로 군조 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 1981년《코인 로커 베이비스》로 노마문예 신인상, 1998년《인 더 미소 수프》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류는 겉으로 보기에 풍요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실상을 통렬하게 지적해 왔으며, 그 방편으로 방향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타나토스》에서 무라카미 류는 병든 현대 사회에서 방황하고 욕망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원색적이고 도발적인 글쓰기 스타일로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에로스를 추구하며 타나토스로 치닫는 생명과 죽음에의 본능을 동시에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묘사한다.
그러면서 그가 여러 작품에서 언급해 온 사도-마조히즘에 대한 생각을 집대성했다. 부모에게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낮은 자기평가와, 거기에서 비롯된 매끄럽지 못한 관계 맺기, 그리고 마침내 사도-마조히즘에 이르러 그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비극적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무라카미 류는 언더문학 또는 히피 문화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가로,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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