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기 마련입니다. 헌데, <욕망의 불꽃>에서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상반되어 대비되고 있습니다. 성격도 상반될 뿐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도 상반되고, 인생의 굴곡마저도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삶이 대비되는 그녀들은 한 핏줄인 자매들이죠.
"난 내가 원하는 건 뭐든 가지고 말꺼야."
윤나영(신은경 분)과 동생이 자신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면서도 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윤정숙(김희정 분)이 바로 그들입니다. 나영의 이러한 욕망의 밑바닥에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 대한 상실감, 그리고 내색하진 않지만 사산(死産)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있습니다.
"넌 어떻게 사람 겉만 보니, 그 사람 마음도 볼 줄 알아야지. 그렇게 살면 불행해져."
동생을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 정숙이지만, 그러한 마음만으로는 지금의 나영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습니다.
자기희생적인 정숙의 삶
정숙은 매우 내성적이고 자신의 의사조차도 마음 속으로 삭이며,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아버지나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자, 자기희생적인 캐릭터입니다. 대서양 그룹의 회장인 김태진(이순재 분)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양가 혼사를 하자고 약속하지만 일이 묘하게 틀어지면서 배우자가 될 뻔한 김영민(조민기 분)을 동생인 나영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이 마음 속에 정인으로 둔 강준구(조진웅 분)에게 몸을 빼앗기고 말지요. 이 사건으로 나영과 정숙의 아버지는 죽고 맙니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나영이 영민을 언니에게서 빼앗아 오기 위해서 벌인 물 밑 작업 때문이지요. 준구는 정숙의 아버지가 남겨둔 빚 때문에 사채업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직 깡패였던 그는 일을 해결하려고 하다가 살인을 하고야 맙니다. 정숙의 잔잔했던 삶이 가족인 나영에 의해서 파란을 겪고 있습니다. 정숙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예단하기 힘들지만, 정숙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한 가지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삶을 남이 흔들게 가만히 놔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비록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욕망을 쫓는 불나방, 나영의 삶
나영은 어려서부터 도드라진 성격을 가졌습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것을 얻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투쟁할 줄 아는 캐릭터입니다. 정숙과 달리 삶에 대해서 대단히 적극적이죠. 하지만, 이것은 좋게 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나영은 이를 넘쳐서 그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의 언니를 희생시키고, 아이도 희생시켰고, 자신의 아버지도 희생이 되었으며, 정숙을 좋아하는 준구의 삶도 파멸시켜 놓았습니다. 이러한 정숙과 결혼을 한 영민은 약간 정숙과 성격이 비슷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정숙과는 달리 자기방어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나영의 이런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그이기에 나영에게 마음을 주려 시도하였지만, 다시 실망하고 돌아선 그입니다. 나영은 자신이 원하는 부(富)를 가진 남자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그 남자의 사랑까지는 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민에게는 이미 마음을 준 정인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뜻을 저버릴 수 없어서 나영과 결혼을 하였습니다.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공항에 마중나온 그녀의 눈빛을 보는 순간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어."
나영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희생양을 또다시 찾고 있습니다. 그 여자가 임신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나영은 자신이 사산으로 인해서 다시 임신이 불가능하게 됨을 알고 있지요. 그 아이를 낳게 하여 자신이 기르려는 그릇된 욕망의 불꽃을 다시 재점화하였습니다.
운명의 사슬
정숙은 비록 살인을 저지른 준구를 선택하게 되었지만, 그것이 모두 자신을 위하다가 벌어진 일이고, 준구의 마음이 정숙을 진정으로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나같은 거 있으래이~~~"
자신의 인생이 망가져 이제 더이상 정숙을 돌봐줄 수 없게 된 준구는 성질도 부려보고, 눈물로도 정숙을 달래보지만 운명의 사슬은 이 둘을 함께 묶어놓았습니다. 정숙은 나영과는 달리 부(富) 대신 사랑이라는 가치를 쫓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욕망의 불꽃>은 권선징악적인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것이 선이고, 어떠한 것이 악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에 모호한 점이 있지요.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면 정숙이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나영이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두 극명한 캐릭터를 통해서 어떠한 삶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지 않나 싶습니다. 조금 욕을 먹더라도 나영의 화려한 삶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약간 손해보더라도 정숙의 삶을 선택하느냐...... 물론 이분법적으로 인생을 나눌 수는 없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한 번 쯤 생각해 볼만한 것이지 않나 싶어요.
나영은 욕망을 좇는 불나방 같은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하나씩 채울 수록 그녀가 잃어가는 것은 하나씩 하나씩 더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랑, 사산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 남편에 대한 사랑의 부재......
욕망이라는 그릇을 채울수록 그녀가 잃어가고 있는 것을 그녀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또다른 욕망에 불을 짚히는 그녀는 자신의 몸이 타는 줄도 모르고 불꽃에 몸을 던지는 불나방같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이제 유승호와 서우가 등장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유승호와 서우의 탄생의 비밀이 전개 되면서, 인간의 불타는 욕망에 대해서도 그려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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