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과장되게 말하면 '아랑사또전'은 아랑의 판타지 여행을 통해서 한국형 판타지의 최고의 장면에 오를 만한 장면들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자신이 왜 죽었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기꺼이 저승행을 택한 아랑은 저승사자 무영을 따라 황천강을 건너게 됩니다.
황천강의 끝에는 귀신도 빠져 나오지 못할 폭포가 있고, 그 폭포를 지나면 모든 것을 빨아 들일 것 같은 소용돌이 치는 곳이 있죠.
아마도 이곳은 지옥과 맞닿은 곳이 아닐까 추측이 되는데요.
아랑은 이승과 저승 뿐 아니라 땅 끝이라 할 수 있는 지옥에서부터 옥황상제가 있는 하늘 끝까지 여행을 하게 된 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지옥행인지 천국행인지를 판별하는 무시무시한 심판관이 떡 지키고 서 있습니다.
저승사자와의 언약이나 옥황상제의 안배가 아니었다면 아마 아랑은 이 심판관에 의해 곧장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당이 은오에게 지옥을 설명해주는 대화에서 아랑이 모르니까 저승사자를 협박하고 저승행을 선택했을 것이지 만약 알았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선 무당도 아랑이 지옥행이란 것을 빤히 아는 것 같더군요.
그럼 무당의 책에 잠깐 나온 지옥에 대해서 재미삼아 잠시 언급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책에 나온 지옥은 불교적 세계관에서 나온 지옥이라 보여집니다.
불교에서는 죄의 경중에 따라 팔열지옥, 팔한지옥이나 기타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검수지옥 등을 거치며 죄를 심판 받는다 합니다.
윤회설에 따라 인간은 지옥도-아귀도-축생계-아수라계-인간계-천상계의 육도를 반복한다고 되어 있는데 아랑의 여행은 이러한 육도의 순서를 따르지 않고 옥황상제를 보러 곧장 천상으로 간 것이니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다 여겨집니다.
저승사자 무영을 따라 하늘로 승천하는 아랑은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을 만나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려 달라 말합니다.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은 아랑을 두고 모종의 내기를 한 것 같습니다.
보름이 세 번 오기까지 아랑이 진실을 스스로 밝히게 되면 옥황상제는 아랑이 천상계에 머물 수 있을지 그 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 하고 염라대왕은 만약 정해진 기한 내에 아랑이 진실을 밝히는데 실패하면 곧장 지옥행이라고 엄포를 놓죠.
아랑이 진실을 찾게 되면 옥황상제는 종을 울려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랑의 영을 천지 간에 존재하는 태극의 힘을 빌어 다시 인간으로 환생을 시켜줍니다.
아랑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고 벌거벗은 채 등장하는 '터미네이터'처럼 환생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옥황상제는 아랑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는데, 이로 볼 때 아랑의 죽음 그 배후에 있는 어떤 사건이 더 중요하다 유추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랑의 죄를 놓고 보면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힌 죄가 있다 보여지는데, 따지고 보면 아랑이 그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아랑을 죽게 만든 무엇인가가 그 원인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랑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갈 때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단초를 찾을 수 있겠죠.
옥황상제도 아마 이를 염두해두고 아랑에게 큰 기회를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랑의 시신을 장례시켜 주고 떠나려던 은오는 살아 돌아온 아랑을 보고 반신반의 합니다.
아랑은 살아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은오처럼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까지 생긴 듯 합니다.
은오가 아랑을 도와준 원인은 아랑이 자신의 어머니의 비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도왔던 것인데 아랑이 저승행을 택했다는 사실을 무당으로부터 전해 들은 은오는 그런 마음을 접고 떠나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랑이 다시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났으니 은오는 다시 어머니의 묘연해진 행방을 쫓으려 하겠죠.
'아랑사또전'은 밀양에 전해지는 아랑전설 뿐 아니라 아랑전설 이외의 또 다른 전설이 혼재되어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왈 부자의 대화나 은오 어머니의 행방이 그 단초라 느껴지고 있는데요.
은오 어머니의 비녀를 아랑이 가지고 있는 점은 아랑과 은오가 혹시 남매지간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케 합니다.
첫회에서 은오와 어머니의 대화를 통해 볼 때 은오는 서출인 듯 한데 그렇게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리고 아랑과 은오가 귀신을 보는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 같네요.
환생을 한 아랑은 포졸로 변복을 하고 자신의 장례식이 벌어지는 곳으로 향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보름이 세 번 가기 전에 밝혀내겠다는 의욕에 불타고 있으니까 말이죠.
도중에 아랑은 주왈을 만나게 되는데 주왈이 아랑의 몸에 손을 대자 그가 끼고 있는 반지가 어떤 신호를 보내면서 반짝입니다.
주왈 부자는 일반적인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듯 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유추해 볼 때 주왈은 어머니에게 처녀봉양을 하는 어떤 요괴가 분명하다 느껴집니다.
전설 속에서 인간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요괴는 인간이 되려는 구미호, 승천하여 용이 되려는 이무기, 천년된 지네 등이 있는데 밀양 지방에만 국한을 둔다면 이무기 전설이 있으므로 이무기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구미호는 인간의 장기 중 간을 좋아하는데, 아랑이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 것을 봐선 심장을 좋아하는 요괴 같거든요.
그리고 구미호라면 특히 여성만을 가려 인간제물로 할 필요는 없다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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