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김수현이 지구에서 400년 동안 살며 군대를 24번이나 다녀왔지만, 김수현이 마음을 준 여자는 오로지 전지현(천송이) 뿐입니다. 일편단심 민들레가 따로 없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나이 마흔이 넘어 사랑에 눈을 뜬 태일(황정민 분)도 일편단심인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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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둘의 차이점은 김수현이 의도하지 않게 전지현과 밀어내기와 끌어당기기를 반복하면서 밀당의 고수인 것 같이 천송이를 들었다 놨다 하지만, 황정민은 그야말로 직진 밖에 모르는 무대포 직진의 사나이라는 점입니다. 사랑의 표현 방식이 그렇다는 것이죠. 후퇴도 없고 무조건 전진하는 탱크 같다고나 할까요.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살아온 인생이 타협이나 법률, 규범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외계인이지만 인간과 조화롭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김수현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죠. 어쩌면 친근한 외계인인 김수현보다 더 외계인처럼 낯설고 거친 태일입니다.
아버지의 빚 때문에 만나게 된 태일이 호정(한혜진 분)에게는 아마도 외계인 같아 보일 것입니다. 자꾸 들이대는 태일에게 호정은 이 남자가 도대체 왜 이러나~빚을 갚겠다는데도 일수 찍듯이 자신을 찾아오는 태일에게서 아마도 그런 불쾌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태일은 실제로 호정에게 일수를 찍듯이 각서를 써서 그녀를 매일 만날 구실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녀가 지닌 빚을 대신 탕감해줄 요량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러한 계약 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끝도 없이 들이대는 태일을 끝도 없이 밀어내는 호정...... 그러나 사람 인연은 아무도 모른다고, 기묘하게도 채무 관계에서 시작한 이들이 호정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서 급진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고 외롭게 홀로 초상을 치르던 호정에게 태일이 상주 노릇을 해주면서 호정의 닫혔던 마음도 조금씩 열리게 된 것입니다.
이제 태일과 같은 사랑법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절 의사를 밝힌 상대방 여성에게 3번 이상 구애를 하면 경범죄에 해당이 되니까 말이죠. 뭐 만약 태일이란 캐릭터가 현실 속에 존재한다면 경범죄 정도야 무서워 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구애를 받게 되면 한번 거절은 에티켓이라면서 거절한다손 치더라도 3번까지 거절하게 되면 진짜 싫은 것이라고 해야 되겠죠.
어쨌든 태일의 직진하는 사랑에 마음을 열게 된 호정은 이 남자의 순정을 받아 들이게 되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태일이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은 사랑을 하는 순간,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위해서 변화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태일은 손을 털고, 호정과의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되지요.
비록 가진 것이 없고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던 인생이긴 하지만 태일에게 가족애는 남아 있습니다. 치고 받고 싸우는 형과 형네 가족들과의 끈끈한 가족애마저 없었다면 태일은 그냥 인간 쓰레기였을지도 모를 인생이죠. 성질이 더러워서 그렇지....남에게는 박하게 대해도, 가족에게 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마음만큼은 말이죠.
영화가 로맨스물이었다면 '남자가 사랑할 때'도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때지만 정통 멜로이기 때문에 태일과 호정의 사랑은 시련을 겪게 됩니다.
'별그대'에서 김수현의 오열 장면과 '남자가 사랑할 때'의 황정민의 오열 장면은 정말이지 비교대상이라 여겨집니다. 예측가능한 스토리지만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황정민과 한혜진, 두 배우의 연기력이 그러한 장면을 연출해내도록 만들었다 보여집니다.
거친 인생을 살아왔고, 늦깍이 사랑을 하였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을 하였던 태일입니다. 호정에게는 영원한 사랑을 남겼고, 관객에게도 진한 여운을 선사하는 '남자가 사랑할 때'! 콩닥콩닥하고 두근두근 설레게 하는 로맨스물보다 더욱 진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면 강추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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