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천하의 시작, 진시황과 자객 이야기
<영화리뷰 351번째 이야기>
원제: 英雄, Hero(2002)
장르: 액션, 무협, 중국, 홍콩
러닝타임: 109분
관람 매체: 스크린
IMDb 평점: 7.9
감독: 장예모(장이머우, 張藝謨, Yimou Zhang)
출연: 이연걸(리롄제, 李連杰), 장만옥(장만위, 張曼玉, Maggie Cheung), 양조위(량차오웨이, 梁朝偉, Tony Leung Chiu Wai), 장쯔이(Ziyi Zhang), 견자단(전쯔단, 甄子丹, Donnie Yen)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웅 천하의 시작'은 '와호장룡'의 대나무 와이어씬과 같은 아름다운 수상비(水上飛) 와이어 액션씬, '동사서독' 왕가위 감독의 아름다운 슬로우 모션 기법 등이 총망라된 장예모 감독의 작품입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진시황과 자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중국 역사물인 '영웅 천하의 시작'은 헐리웃 블록버스터급 영화처럼 중국판 블록버스터급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춘추시대: BC 770~476년. 공자가 편찬한 노나라의 편년체 사서 <춘추>의 이름을 따서 춘추시대라 함.
전국시대: BC 475~221년. 패자의 자리를 놓고 전국7웅(제나라, 연나라, 진나라, 초나라, 한나라, 위나라, 조나라)이 패권을 다투던 시기.
→춘추시대 초기에는 200여개의 제후국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말기에 10개로 줄어들게 되고 전국시대 때 천하통일을 놓고 전국칠웅이 패권을 다투게 되었다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블록버스터 영화가 매출액 4억 달러 이상의 영화를 말하므로, 3500만 달러의 제작비, 1억 7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둬 들인 '영웅 천하의 시작'은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나 배우들이 등장을 하고, 작품의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서 빨강색, 청색, 하양색, 녹색, 검정색 등 강렬한 색감으로 영상미까지 더하는 등 작품에 기울인 심혈은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명량'처럼 영화를 통한 역사의 한 시점 또는 한 인물에 대한 재조명을 하는 류의 영화라 할 수 있을 듯 한데요.
'영웅 천하의 시작'의 원제는 '英雄'이고, 그 영웅은 진나라의 시황제입니다.
부제로 붙은 '천하의 시작'은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 붙은 접미사인 '스탄'(~의 땅)과 같이 '천하'라는 단어의 유래와 그 시작이 된 시황제의 '천하통일'의 업적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에 붙인 듯 합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
연나라, 조나라, 위나라, 제나라, 한나라, 초나라의 6국을 멸망시키고 춘추전국시대를 종식시켰다.
청나라 멸망 때까지 2천년 동안 황제 중심의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진시황은 중국 황제 중에서 유난히 암살 위협을 많이 받았던 인물이라 한다.
연나라 자객 형가의 암살 미수, 형가의 친구 고점리의 암살 미수, 장사의 암살 시도 등...
관련 건축물: 만리장성, 병마용갱, 아방궁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는 방법은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고, 파급력도 상당하다 할 수 있죠.
('명량'이라는 영화가 증명을 하였듯이......)
미국의 역사가 짧고,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영화를 통한 역사 의식 고취는 헐리웃 영화가 주로 즐겨쓰는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역사가 길고 다민족 국가인 중국 또한 헐리웃 영화처럼 이러한 영화를 통한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는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중화권에 국적을 둔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저 영화로만 보일 뿐이겠지만 말이죠.
위의 시황제에 대한 요약에서 시황제는 자객의 암살 위협을 많이 받았다고 해놓았는데, '영웅 천하의 시작'에 등장하는 자객들은 형가, 고점리, 장사와 같은 자객들은 아니고, 비설(장만옥), 파검(양조위), 은모 장천(견자단), 무명(이연걸)과 같은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을 하게 됩니다.
(가공의 인물인지 아닌지는 관련 지식이 부족해서 추측일 뿐입니다. 사마천의『사기』라는 역사서를 보게 되면 「자객열전」이라 하여 암살자의 전기를 다룬 부분이 있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한 독서와 이해가 없어서 영화 속의 이 부분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점 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가공의 인물이라 추측을 하는 이유는 영화에서 장님 연주가가 한명 등장을 하게 되는데, 이 장님 연주가는 형가의 친구인 고점리에 해당하는 인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전국7웅을 진나라 7대 고수 등으로 변형하는 등 '영웅 천하의 시작'은 픽션을 가미한 작품이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쟁이 난무하여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던 이 시기를 아름답게 묘사하기 위해서 비설과 파검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도 삽입되어져 있지요.
전체적으로 장예모 감독은 이 작품을 자신이 뜻한 바대로 굉장히 잘 만들어놨다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영웅 천하의 시작'은 진시황을 어떤 인물로 해석을 해놓았느냐 할 수 있는 장면이 무명과의 대화에서 논검(論劍)을 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흔히 무협소설에서 '신검합일(身劍合一)',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 펼치는 경지를 검술이 이루고자 하는 첫번째 단계라 한다면, 두번째 단계는 '심검(心劍)', 즉 마음으로써 검을 다루는 경지로 마음 먹기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심즉살(心卽殺)' 또는 마음으로 검을 다스리는 '이기어검술'의 경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이 이루고자 하는 최종 경지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경지나 많은 사람을 살리는 경지 즉 활검(活劍)의 경지라는 걸 깨닫게 하죠.
시쳇말로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수천 수만을 죽이면 영웅이라고 하는데, 천하통일을 위해서 엄청난 인명을 죽인 진시황에 대해서 천하쟁패를 위한 전쟁을 종식시켰으니 수많은 사람을 살린 영웅이 아니겠는가 하는 관점으로 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대단히 고고한 화법이 아닐 수 없네요.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자객들은 모두 자기희생적인 인물들로 묘사되고 있는데, 헐리웃 영화에서 처럼 기독교적인 자기희생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우선은 영화 속의 자객 특히 무명(이연걸)이란 자객은 영화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주인공이며,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는 대상이자, 진시황과 같은 역사 속의 영웅이 등장할 때마다 희생되는 민초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인물의 희생 속에서 역사가 진행되어진다 보는 굉장히 위험스런 관점을 관객들에게 주입시키고 있죠.
2002년이면 우리나라는 한일월드컵으로 열광했던 때이지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채 햇수로 5년 정도 지난 시기인가요.
중국 입장에서는 이런 영화로 역사 의식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었겠지만, 개인적 관점에서 이 영화의 영상미가 그리 아름답게 만은 느껴지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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