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과거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JTBC 드라마
16부작
출연: 김남주, 지진희, 전혜진, 임태경, 고준, 진기주, 안내상, 이경영
이 드라마는 치정, 복수, 정치적, 권력지향적, 성공지향적, 여성향, 범죄, 스릴러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닌 드라마입니다.
뉴스 앵커인 고혜란(김남주)은 성공지향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앞에 난관이 튀어나와도 그 난관을 헤치면서 더 위로 올라서고야 마는 캐릭터이죠.
여성의 꿈과 야망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시스템적으로 견제되어 왔습니다.
'미스티'에서는 여성의 꿈과 야망이 남성의 그것과 별개가 아님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여성이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과 열정보다는 남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드라마를 신데렐라형 드라마라고 하죠.
여성의 성공은 성공한 남성과의 연애와 결혼으로 귀결이 되는....
하지만, '미스티'는 이러한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있습니다.
스스로의 노력,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는 선택 등으로 인해서 고혜란은 성공한 여성으로 모든 여성의 롤모델이 되죠.
물론 고혜란은 핸섬하고 능력 있는 남편과 결혼까지 하면서 사랑에도 성공을 거둡니다.
그런데, 과거의 사랑이 현재의 사랑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고혜란의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과거의 사랑은 사랑일까요?
과거의 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때만 사랑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감정의 찌거기들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더욱 오염되어 쓰레기로 현재에 남게 되면 그것은 사랑일 수 없습니다.
고혜란의 과거의 사랑이 그렇게 돌아오게 될 줄은 고혜란은 몰랐겠죠.
고혜란의 잘못이 있다면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겠죠.
남녀 간에 있어서 쿨한 결별은 있을 수가 없죠.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의 가장 밑바닥을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밑바닥, 찌질함을 원치 않게 보여주게 되어 있죠.
과거의 남자(이재영)의 지질함은 비교적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남편(강태욱)의 지질함은 그렇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섭도록 쿨하고, 절제되어 표현되죠.
사랑은 하명우와 같이 무조건적인 희생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어떻게 보면 이재영이 나타나기 전 고혜란과 강태욱의 부부관계는 겉으로 보이기에는 최상의 부부관계였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성공을 서로 응원해주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이나 서로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다고 착각하면서 살았을 테니까요.
쇼윈도 부부라고 하죠.
실제로는 행복하지 않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하거나 행복하게 보이는 부부들처럼 고혜란과 강태욱은 그런 부부였습니다.
여기에 '행복'이라는 MSG가 이들 부부에게 뿌려졌더라면 말 그대로 완벽한 부부가 될 수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이들 부부에게 뿌려진 것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과거라는 이름의 '불행'이었습니다.
이 과거는 과거로 남아 있지 않고,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면서 이들 부부의 틈을 더욱 파고들어 헤집어 놓고,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미스티'는 결국 여성의 야망이 성공이 아닌 좌절로 그려지게 되는 드라마입니다만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 띵작이라 생각됩니다.
-고혜란과 강태욱은 성공을 갈망하는 만큼 행복해지길 원했을까요?
-우리는 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행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걸까요?
-남편의 성공을 위해서 아내가 희생을 해왔던 드라마와는 달리 '미스티'는 아내의 성공을 위해 남편이 희생을 하는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전반에 이러한 분위기가 흐릅니다.
이렇게 뒤바뀐 성 역할로 인해 '미스티'가 페미니즘 드라마이다 아니다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작가 제인의 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난 후 드러나는 풍경의 실체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심,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소유욕 등 캐릭터들의 심리와 연기력에 더욱 초점을 맞춰 시청한다면 작품을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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