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이정재, 최민수, 박상원 주연의 <모래시계>는 높은 시청률 만큼이나 많은 명장면을 낳은 드라마입니다.
태수(최민수 분):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사형을 언도 당하고 친구인 우석(박상원 분)을 마주하면서 남긴 마지막 대사도 기억에 남네요.
연기자들은 연기를 함에 있어서 감정의 소모가 매우 많은 직업의 하나일 것입니다.
즐겁고 유쾌한 연기는 그 연기를 하는 당사자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일테지만, <공주의 남자>에 나오는 두 남녀 주연배우의 연기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연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아버지(김종서)가 수양대군의 모함을 받아 죽은 것도 억울한 일일텐데, 역적의 누명을 씌우고 효수를 당한 것을 목도한 승유를 연기하는 박시후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보기에 애처로울 지경이었습니다.
승유의 죽음을 막기 위해 목에 칼을 대고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각오로 연기하는 세령 역의 문채원 또한 그러했습니다.
누가 문채원의 연기를 발연기로 몰고 갔는지 전 도통 이해불가입니다.
더구나 10회 마지막 엔딩 장면은 <모래시계> 이후로 <공주의 남자>가 낳은 옥중 명장면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수양을 죽이려다 혼절한 승유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버지 김종서의 처참한 죽음과 함께 세령이 수양의 딸이었다는 것입니다.
원수의 딸임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령과의 즐겁고 행복했던 나날들이 뇌리에 남아 있는 승유가 세령을 죽일 듯이 목을 졸라야만 하는 이유를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 승유를 쳐다보는 세령의 심정 또한 그녀의 눈빛만이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의 신의와 승유의 모든 것을 삼켜 버린 계유정난이라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음에도 사랑하는 여인의 목을 졸라 죽이려 하는 승유의 심정을 그 누가 알겠습니까.
이 사람이 없으면 죽을 것만 같은데 그래서 자신의 목숨마저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마음을 드러낼 처지도 못되고 승유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 세령은 어떻구요.
차라리 세령은 사랑하는 승유의 손에 죽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승유 또한 삶에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겠지요.
허나, 잔인한 운명은 역모죄를 쓰고 참을 당하려는 승유를 살렸고, 세령 또한 그를 따라가게 하지 않았습니다.
승유가 세령의 목을 조르는 장면은 세령을 죽이겠다는 의미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을 삼키고서라도 수양대군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여집니다.
허나, 이제 수양의 세상입니다.
승유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수양에게 대적하게 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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