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칼을 든 승유가 더 이상 아비인 김종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상왕인 단종의 복위라는 대의를 위해서 수양을 죽이기로 결심을 하지요.
정사는 역사적 사실이기에 상상력의 산물일 수 있는 야사 속의 승유가 단종복위 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은 정해져 있는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의 큰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는 없다 할 것입니다.
수양대군의 계유정난 속에서 그려지던 승유와 세령의 애틋한 감정과 갈등의 고조가 이러한 정사와 야사의 대치국면 속에서 좀 더 유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지녔던 반면, 단종복위 운동과 경혜공주, 정종의 대치국면은 좀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는 경혜공주와 정종의 로맨스가 승유와 세령의 로맨스에 할애된 시간보다 못하기도 하겠거니와 원수의 집안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의 장치도 없기에 승유와 세령의 로맨스보다는 달달함과 애절함이 덜한 로맨스가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단종복위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는 결말을 알고 있는데 굳이 더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전 <공주의 남자>를 보면서 결말에 대한 힌트 찾기에 골몰하는 편인데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이뤄지지도 않았기 때문일까요?
어떤 이들은 그들의 사랑이 죽음을 통해서 이뤄졌다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이러한 작품을 통해서 사람의 뇌리에 깊이 각인이 되어 세월이 흘러도 잔영이 남는 것 같습니다.
<왕의 남자>의 엔딩씬에서도 공길과 장생은 어딘가에서 영원히 신명나게 줄을 타고 있을 것 같아요.
<공주의 남자>도 유독 엔딩씬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다음 회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주는 효과도 분명히 노리고 있지만 이러한 맥락에서의 24회의 엔딩씬은 정말로 기대가 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만약 승유와 세령이 죽게 되더라도 죽은 것이 아닌 시청자들의 가슴 깊은 곳에 영원히 살아 있을 그러한 열린 결말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공주의 남자>의 세령과 승유를 보면서 조선시대에 태어나 저런 로맨스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워낙에 명장면이 많아서 어떤 것을 올려야 할까 고민하다가 네 가지만 추려봤어요.
1. 세령과 승유의 그네 데이트
2. 세령과 승유의 계곡 데이트
승유: 내 마음을 바꾸어 그대 마음이 되고 보니, 비로서 서로 그리워함이 이렇게 깊었음을 알았네.
세령: 정이란 대체 무엇이냐? 세상을 향해 묻습니다. 나는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삶과 죽음을 서로 허락하는 것...그것이 바로 정이라구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말에 걸맞게 <로미오와 줄리엣>하면 세레나데가 떠오르듯이 <공주의 남자>하면 세령과 승유의 필담이 생각날 듯 합니다.
3. 죽은 줄 알았던 승유에게 납치된 세령이 겁박하는 승유를 와락 안는 포옹씬
4. 승유를 대신해 활을 맞은 세령. 세령의 눈빛 속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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