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지간은 전생에 웬수?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 웬수...
부모자식지간은 전생에 웬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자식이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한탄하는 말이겠죠.
좁은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간인 엄청애와 차윤희를 보면서 이런 말들이 떠오르는 것은 좀 확대해석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시부모도 부모요, 며느리도 자식이라고 본다면 고부갈등의 전초전을 겪고 있는 두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차윤희: "앞집 아줌마 하나도 맘에 안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비호감을 느끼는 심리도 어쩌면 차윤희로부터 비롯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초능력은 없지만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는 그 사람의 태도나 말씨 등을 통해서 감정이 전이 되기 때문이죠.
엄청애가 처음에는 앞집 신혼부부에게 호감을 보였지만 차윤희가 조금씩 짜증을 내며 그런 것이 쌓여가면서 완전 비호감이 되었을 때 엄청애도 차윤희와 똑같은 크기의 비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초능력 아닌 초능력이 사람에게는 있는 듯도 합니다.
엄청애와 차윤희가 이런 갈등 구도를 갖게 되는 것은 귀남이가 엄청애와 모자상봉을 하기 전의 고부 갈등의 밑밥을 깔아 놓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자상봉 이후에는 차윤희가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하게 되면서 깨알 같은 에피소드들이 또 많이 준비되어 있을 것입니다.
헌데, 이런 고부갈등, 시집살이 등을 통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간의 갈등의 증폭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 아닌 며느리가 자식이 되어가는 과정, 한 대가족의 일원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려는 의도가 커보입니다.
차윤희라는 캐릭터는 전통적인 며느리상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 속에 바로 생생히 살아 있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시부모 모시기를 싫어하고, 직장 생활을 하느라 가사 일에도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결혼을 했지만 아직 아기도 없는 굉장히 현실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인 듯 합니다.
부모 자식의 핵가족(3~4인) 시대에서 현재는 차윤희와 방귀남과 같은 2인 가족...
혼기는 찼지만 싱글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싱글족 등 가족이 점점 분화 되어가고 있으며, 심하게 말하면 가족 해체의 시대로 접어 들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노부모(강부자)를 모시고 형제까지 함께 공동주거하는 대가족인 엄청애와 차윤희의 갈등 구도는 그 갈등의 시초가 이런 사회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윤희와 엄청애를 통해서 결혼을 터부시 하거나 시부모를 모시기 싫어하는 사회적 풍토의 원인까지 찾기는 힘들테지만 그들의 갈등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서 '가족'이라는 의미를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성격이 반대인 사람과의 사랑과 결혼
차윤희와 방귀남의 첫 만남을 통해서 든 생각이 '왜 자신과 성격이 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걸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방귀남은 화도 거의 내지 않고, 싫은 것이 거의 없는 매우 낙천적인 캐릭터이고 예의 바르고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차윤희는 자신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참지 않고 할 말은 하고, 싫으면 표정에 다 나타나는 매우 솔직한 캐릭터죠.
방귀남이 매우 착한 캐릭터라면 차윤희는 도도하고 착하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방귀남이 차윤희에게 끌린 점도 바로 이런 솔직하면서도 대담한 성격 때문인데, 방귀남과 차윤희처럼 성격이 반대인 사람이 끌리는 이유는 자신에게 없는 점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인 듯 합니다.
이런 기대감 속에는 살면서 자신과 닮아가리라는 동질감도 숨어 있는 듯 합니다.
'결혼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해야 한다'는 속설도 있듯이 '동질감'은 결혼 생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입니다.
동질감에 의해서 심리적 안정감도 온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죠.
일례로 연애 심리학적으로도 첫만남에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는 방법 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따라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된 것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대방과 성격이 정반대인 경우, 이로 인한 기대감이 서로 닮아가는 동질감으로 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경우라면 서로 비슷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경우보다는 훨씬 더 만족감이 크겠지요.
시청자 입장에서 차윤희와 방귀남에게서 이런 기대를 가져볼 수 있는 이유는 엄청애 가족에게 쌀쌀 맞은 차윤희가 방귀남에게만은 매우 순종적이고 착한 아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몇 가지 짚어보자면 방귀남이 고아로 입양 되었다는 것에 대한 '동정심', 의사라는 차윤희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방귀남의 '이해심' 등이 될 것 같네요.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측면에서도 방귀남보다는 차윤희가 더 많아 보이긴 합니다.
방귀남이야 말로 차윤희에게 있어서는 '넝쿨째 굴어 들어온 호박'인 셈이죠.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 저작권 및 소유권은 KBS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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