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연구회!
도둑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없다?
도둑을 연구한다 하여 단순히 훔치는 것을 연구하는 연구회는 아니다.
이들이 연구하는 것은 도둑질을 범죄행위가 아닌 도둑질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파악하여 문학·역사학·철학·민속학·신화 등 자신들의 전공분야에 따라 도둑질을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행위가 아닌 문화현상의 측면에서 연구된 도둑에 대한 고찰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기독교의 십계명, 불교의 오계 등 종교 뿐 아니라 사회규범 속에서도 도둑질은 어기지 말아야 할 계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선천적으로 도둑질을 좋아하는 것 같다.
프랑스의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일본 제일의 대도 이시카와 고에몬, 우리나라의 홍길동 등 잘 훔치는 사람들은 영웅시 되기도 하며 사람들은 이에 열광한다.
이런 영향 때문일까 고위층만을 전문적으로 털어온 대도 조세형과 이들도 잠시 이런 대접을 받기도 하였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신화 속 는 인류에게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도둑이 문화사>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도둑연구회의 구성원이 5명이므로 각 장을 하나씩 할애받아 자신들의 연구를 기술하고 있다.
1. 도둑의 미학 - 노우치 료조
2. 도둑에게도 도덕은 있다 - 무라이 가즈히코
3. 중국 빈농의 시체를 이용한 공갈, 도뢰 - 미키 사토시
4. 농작물 훔치기의 풍습 - 요시나리 나오키
5. 중세시대의 유골 도둑 - 와타나베 마사미
각 장의 제목만 봐도 '도둑질'을 단순히 연구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일본인들인지라 일본인들 특유의 매우 디테일한 연구를 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2장 속에는 '훔치다'라는 단어의 동의어가 영어로 몇 개나 될까 질문을 던지며 이에 답을 하고 있는데, 무려 350개의 동의어가 있다고 한다.
언어가 한 시대의 유물이라고 볼 수도 있기에 인류의 도둑질의 역사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1·2·5장은 흥미롭게 읽었으나, 3·4장은 중국문화나 일본문화에 좀처럼 익숙하지 않아선지 흥미가 반감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3장의 도뢰(타인을 공갈하기 위해서 또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 자살 또는 시체를 이용하는 것)는 비상식적이고 가치관에 반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도뢰는 도둑질의 극한적 형태라 표현했는데, 당시 도뢰가 횡행했던 까닭은 대명률에 이를 조장하는 제도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때문인 듯 하다.
도둑질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해 연구를 한 책 <도둑의 문화사>!
도둑연구회의 도둑에 대한 연구는 매우 흥미롭다 하겠다.
2013년 첫번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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