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당근과 채찍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이 지금 연기를 하는 것인지 진심인지 그 의도를 읽기가 힘들 때가 있다.
극중의 송미령(이미숙분)이 그러하다.
연기를 잘한다는 연기파 배우의 이미지 때문에 극중에서 조차 이 사람이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신준호에게 연기지도를 부탁받은 이순신과 신동력에게 연기를 포기시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여 연기지도를 하는 척 하는 신이정(배그린분)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에게는 이른바 '당근'을 신이정에게는 '채찍'을 구사하고 있는데, 신이정에게 집청소를 시키고 벽보고 1시간 동안 서있으라고 하는 등의 채찍은 이미 연기를 포기시키겠다고 했으니 그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순신이 대본 연습을 하면서 연기라고조차 할 수 없는 발연기를 하는데도 이순신에게 칭찬일색으로 대하는 태도는 처음에는 '신준호의 얼굴을 봐서'라던가 '신이정이 들으라고'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을 못난이로 생각하는 이순신을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하면서 꿈을 심어주는 역할마저 해주고 있지 않은가.
송미령: "내가 처음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톱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 못했어. 순신 씨, 자기 인생은 자기가 바꾸는 거야. 그리고 순신 씨가 뭐가 못나. 이렇게 재주 많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자기 자신을 믿어 봐"
그러나, 송미령의 이러한 칭찬과 멘토스러움을 정말 진심으로 믿어야 하는건지는 아직 두고봐야 할 듯 하다.
신준호는 송미령에게 이순신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 꿈을 이루려는 것이나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가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서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그래서 순신의 집을 찾아가 순신이 연기를 시작했고 자신의 회사와 계약을 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알림으로써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려 한 것 같다.
순신이와 순신의 가족의 기세에 눌려 준호는 입 한 번 뻥긋하지 못하고 순신과 연인 관계로 오해를 받은 채 쫓겨나지만 결국은 순신의 어머니에게 그러한 사실을 밝히게 된다.
하지만 순신의 꿈을 지지해주던 순신의 어머니는 사기를 당하고, 가장을 잃은 일 등으로 인해 순신이 연기를 한다는 것이 탐탁치 않은 듯 입장을 180도 바꿔 순신이 연기를 하는 것을 반대하게 된다.
자신을 지지해주리라 믿었던 유일한 사람이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한 순신의 꿈을 채 싹도 틔우기 전에 접게 만들었다.
순신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꿈을 접을 생각을 하지만 고민 끝에 송미령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계약을 그만 두기로 했다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겠다며 자신에게 정말로 재능이나 소질이 있느냐고 묻는다.
송미령은 순신에게 다시 한 번 당근을 줬다.
그것이 진심일까?
연기파 배우인 송미령의 눈에는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 재능이나 소질을 본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신준호의 얼굴을 봐서 순신이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끝까지 최초의 입장을 고수한 것일까?
송미령의 이순신에 대한 태도는 정말 알쏭달쏭 물음표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피가 당겨서일까?
어쩌면 송미령이 이순신에게 말해준 말(본문 상단의 송미령의 대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순신은 신준호의 회사에서 조차 그 재능을 인정 받고 있지 못하다. 그야 말로 미운오리새끼라면 미운오리새끼이고 계륵이라면 계륵이다.
송미령의 순신에 대한 태도는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순신이 송미령의 칭찬으로 인해 연기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송미령의 칭찬 때문에 연기에 대한 꿈이 없던 순신이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꿈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꿈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자기 인생은 자기가 바꾸는 것"이라는 말로 집에서 조차 천덕꾸러기 신세인 이순신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말이지 않은가?
'꿈과 희망'의 달콤함을 맛 본 순신의 성장통은 이제부터다.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 저작권 및 소유권은 KBS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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