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고생하라?
오늘 병만족이 방송 시작 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한 이야기 중에 '휴대폰 번호 10개를 금방 외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냐 있겠느냐?'라고 하면서 문명의 편리함이 주는 이면에는 뇌를 활용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인류가 퇴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부분이 있다.
필자도 휴대폰이 나오기 전에는 휴대폰 번호를 10개 이상도 외우고 다녔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폰 속에 다 저장이 되어 있으니까 채 10개를 못 외우는 것 같다.
그냥 웃고 지나가면 되는 이야기겠지만 '정글의 법칙'을 시청한 후에 리뷰를 하면서 든 생각이 어쩌면 복잡하고 편리한 문명 속에서 이처럼 잃어 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짚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어 끄적거려 본다.
삶이란 단순해서 어쩌면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한 영화 제목처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말로 압축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
'정글의 법칙'은 '먹고 마시고 고생하라'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문명과 떨어진 곳에서 문명의 이기들 없이 산다는 것은 고생을 자초하는 것이며, 불편함이 동반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방송이 아니라 실제이고, 연예인이 아닌 필자 본인이나 시청자가 참여를 한다면 고생하는 것 때문에 온갖 불평·불만이 그들의 시간을 지배할 것이고, 그러한 불평·불만으로 인해 병만족과 같은 단합과 화합은 좀처럼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정글의 법칙'은 방송이기 때문에, 그리고 연예인이기 때문에 불평·불만은 최대한 억제되고 고생하는 것은 부각이 되어서 방송되며 개인보다는 단체를 위해서 단합과 화합을 하게 되는 구조인 듯 하다.
분명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함께 먹고, 함께 잠자고, 함께 고생하는 동안 굉장한 친분이 쌓여졌으리라 믿고 싶다.
다시 필자가 하고픈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 사회의 문명 발달 정도를 가족구성원 단위로 살펴보면 전통적인 대가족 중심의 사회에서 핵가족사회, 최근에는 나홀로족과 같은 1인가구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명이 발달한 정도가 혼자 살아도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1인가구'는 점점 늘어나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글의 법칙'을 보고 있노라면 편리해진 문명사회에 속한 필자나 시청자가 불현듯 병만족을 동경하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이 최고의 요리라 극찬하며 먹방을 할 때가 그러하며, '먹고, 마시고, 함께 고생'을 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져진 가족보다 더 끈끈해진 유대감을 보일 때가 그러하다.
먹을 것을 자신의 입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먹여준다.
그러면서 고생한 것은 까맣게 잊고 행복하게 웃는다.
최근에 'FOMO(Fear Of Missing Out)'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소셜미디어를 하면서 느끼는 기회상실과 소외감'을 의미하는 단어다.
필자의 트위터 팔로우수는 1천명이 넘고, 블로그 구독자수는 500명이 넘지만 이들 중에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감에 따라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 얼굴 보기도 힘들고, 심지어 직장 다니느라 가족들 얼굴 보기도 힘든 문명인들의 삶이 편리해지긴 했으되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관계'에서 오는 소외감이 아닐까?
문명 속에 있든 정글 속에 있든지 간에 모두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문명인과 병만족의 셈법은 다르다 할 것이다.
편리함과 외로움을 선택한 문명인, 불편함과 유대감을 선택한 병만족......
문명과 정글을 왕복하며 사는 '병만족'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인류가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퇴화하고 있다고 느끼는 점도 이러한 측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문명의 편리함과 가족처럼 끈끈한 유대감을 선택할 줄 모르는 문명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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