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UN 아시아개발위원회라는 기구에서 동중국해 대륙붕 자원 탐사를 한 적이 있다.
이 탐사 보고서에는 당시 정부와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이 발표되었다.
"타이완에서 일본 오키나와에 이르는 동중국해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량의 석유자원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 소식은 이미 노다지를 발견한 사람과 같은 희열을 느끼게 하기에 족했다.
7광구 발견 당시 산유국이 되어 아시아의 부자 나라가 되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그 설렘의 감정을 가수 정난이는 '제7광구'라는 노래에 담아 노래하였다.
7광구는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약 80%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의 해역으로 마라도 바로 밑에서 오키나와 위까지 넓은 범위에 뻗어 있다.
대한민국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여 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당시 탐사 기술 부족으로 채산성 있는 석유 탐사에는 실패하였다.
7광구에 매장된 석유량은 미국 에너지 관리청에서 발표한 주요 자원부국 현황과 비교해보면 1000억 배럴의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국제 해양법은 대륙붕 연장론에 의거하고 있었다.
대륙붕이 어느 나라와 연결돼 있는지를 기준으로 누구 땅인지를 정리한다.
국제법 판례에 따르면 대륙붕은 기존 대륙에서 이어지는 연장선에 의해 개발권을 정했고, 1969년 북해 대륙붕 소유권 판결에서 대륙 연장론이 채택되었다.
제주도로부터 7광구까지 한 덩어리로 쭉 이어져 있어 대륙붕 연장론에 의하면 7광구는 우리 땅이 맞다.
또한, 우리나라가 먼저 7광구를 설정했기 때문에 대륙 연장선으로 한반도에서 이어지는 7광구의 대부분이 한국 소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7광구와 오키나와 사이에 600m 깊이의 거대한 해구라 불리는 바다 골짜기가 끊어져 있다.
하지만, 일본은 7광구에 대한 대한민국의 영유권 주장을 부정하였다.
지도상으로 일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먼저 개발을 함께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석유가 나오면 반씩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달콤한 속삭임은 당연히 사기였다.
우리나라는 당시 탐사 개발 기술, 막대한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에 이 협약에 합의하였으나, 이 협약으로 인해 50년 간 발목이 잡힐 줄 누가 알았으랴.
1974년 1월 30일 대한민국과 일본은 7광구를 개발하기 위한 한일 대륙붕 협정을 체결하여 영유권 문제를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한일 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하기도 합의했다.
이때부터 7광구는 이름도 공식적으로 JDZ(Joint Development Zone), '한일 공동개발구역'으로 바뀐다.
1980년 한일 양국이 탐사하고 시추를 시작하기도 했다.
시험적으로 7개 시추공을 뚫었고, 3개 시추공에서 적은 양이긴 하지만 석유와 가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일방적인 거부로 공동 탐사가 중단되었다.
"공동 탐사가 아니면 한쪽의 일방적인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독소 조항이 있기 때문에 7광구 개발의 시간은 정지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협정은 1978년 발효되었고, 50년 동안 유효기간을 설정함에 따라 2028년 만료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사에 실패하고 일본의 협력 중단으로 해당 수역이 방기 되면서 7광구는 잊혀져 갔다.
하지원 주연의 영화 '7광구'가 잊혀가던 7광구에 대한 역사를 소환시키는데 일조하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7광구는 한중일 3국이 서로 자기 관할 수역이라고 대륙붕한계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한 상태이다.
2028년 협정 만료가 되면 7광구는 영유권 문제가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탐사를 중단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1983년 UN에서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개념이 등장하였다.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에 의하면 7광구는 중국과 일본 측에 유리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앞으로 협정이 만료되는 8년 후에 7광구의 90% 이상을 일본 영토로 귀속시킬 수가 있다.
즉, 7광구에 있는 자원 대부분을 독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까지 가세하고 있다.
2008년 중일 정상 간 합의로 중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이 설정된다.
JDZ의 중 일판이라고 불리는 이 협약은 JDZ에서 86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7광구 서쪽에는 유전을 설치해 개발 중인 중국이 있다.
석유 매장층은 원유의 특성상 유체의 성질을 띤다.
시추 압력 등의 원인으로 석유가 주변 유전으로 흘러가는 현상을 빨대 효과라 하는데, 중국에 의한 빨대 효과로 가채 매장량이 줄어들 수 있다.
2008년 일본과 중국 양국 간에 공동 개발 논의가 이루어져 공동 수역까지 설정하는 등 합의까지 간 적이 있으나 이후 조약 체결 교섭이 중단되었다.
그 뒤로 양국의 중간수역에서 중국만의 일방적인 유전 및 가스전 탐사, 채굴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JDZ 서쪽에 16기의 유전과 가스전을 설치하였으며, 2018년에도 계속해서 추가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시추공 하나에 약 5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매장량이 어느 정도인지 발표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기서 뽑아 올린 석유와 천연가스를 상하이까지 해저파이프로 연결해 중국 대륙 전역에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한국, 일본, 류큐, 대만으로 이어지는 미군 제7함대와 일어날 충돌 문제 등으로 인해 공동개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어도와 함께 해양경찰청 소속 서귀포 해양경찰서가 경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월 2일 산업자원부가 석유공사를 개발사업자로 지정하고 일본 외무성에 통보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추부터 생산까지 8년은 잡아야 하는데, 더 이상 개발을 미루게 되면 최악의 경우 중국과 일본에 의해 우리나라가 강제로 개발에서 배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개발을 지연시키면서 계속 태클을 거는 상황을 역이용하여 우리나라는 개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의 지연으로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자료를 모아 증거자료를 삼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 협정을 보면 한일 양국은 공동개발을 위해 탐사권과 채취권을 가지고 있는 조광권자를 선정해야 한다.
조광권자는 8년간 탐사권을 가지며 자원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 30년간 채취권을 가질 수 있다.
7광구를 둘러싼 3국의 석유 쟁탈전에서 우리는 꼭 이겨야만 한다.
8년 뒤에 일본이나 중국이 웃게 되면 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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