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작이면 꽤 긴 스토리의 드라마입니다. 한 달에 4주씩 단순 계산하여도 거의 일년 동안 진행될 드라마이기에 드라마의 캐스팅이나 스토리 면에 있어서도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과 많은 에피소드들이 등장을 하더군요.
<솔약국집 아들들>을 연출했던 이재상 PD-조정선 작가 콤비 보여줄 <사랑을 믿어요>는 착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어제 박인환과 윤미라 커플의 연기에서는 살짝 막장의 냄새도 풍기더군요. 제발 막장은 아니길... 따뜻하고 행복한 가족드라마가 탄생되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등장인물들을 가족관계 중심으로 소개 좀 해볼까 해요.
김교감 부부(송재호, 선우용녀): 구성인원을 보면 <사랑을 믿어요>는 교직자 집안의 에피소드들이 펼쳐질 듯 합니다. 점점 핵가족과 되어가는 시대에 살면서 드라마의 가족들은 항상 이렇게 대가족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속에서 티격태격하는 에피소드들과 삶의 이야기가 다뤄지기 때문이겠지요. 김교감은 어머니(나문희 분)과 수양딸(황우슬혜 분)가 함께 하며 별 것 아닌 일에도 웃음과 행복이 가득해 보이는 집이더군요.
동생네(박인환, 윤미라): 김교감의 동생 부부인데, 박인환 님은 첫 회, 새해 벽두부터 라면 한 젖가락 못먹고 마누라 등쌀에 라면을 온통 뒤집어쓰시더군요. 이혼은 않했는데, 한 집에 살면서 가스렌지 하나 맘대로 쓰지 못하게 하고 얼굴보는 일 없이 살길 바랍니다. 작가의 아내라는 허울과 배우의 남편이라는 허세만이 서로에게 필요할 뿐인 듯 합니다. 계약결혼, 계약동거는 들어봤는데 이런 계약은 듣보잡이네요.
<사랑을 믿어요>라는 제목과는 달리 사랑에 믿음이 깨어진 이 불신커플은 사소한 오해로 인해 이 모양인 듯 합니다. 방송작가인 남편이 새파랗게 젊은 여배우 앞에서 팬티 바람으로 있는 것을 본 아내가 전후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오해가 오해를 낳고 결국은 이 사단이 난 것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라면 덮어씌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남편 머리 쥐어 뜯기, 차타고 시댁에 갔다가 중간에 남편 버리기 등은 좀 심한 면도 있어 보입니다. 착한 드라마로 예상했는데, 만약 막장 드라마의 오명을 듣게 된다면 모두 이 커플 때문이 아닐까 해요.
큰딸네(권해효, 문정희): 남편은 학원 원장이자 종갓집 종손이고, 대단히 대단히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입니다. 반면 아내인 문정희는 남편 고함에 끽 소리도 못내면서 작가를 꿈꾸며 작은 아버지(박인환 분)의 보조 작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혼을 할까 말까 하는 것을 문어에게 물어보는 모습에서 월드컵 때 승리를 점쳤던 문어 라울이 생각나더군요. 박인환 커플과는 달리 이 집안은 남편이 아내를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몰아 세웁니다. 문정희는 종갓집 며느리답지 않게 부엌떼기처럼 비춰지고 있네요. 자신의 꿈과 현실이라는 큰 괴리감이 낳은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또박또박 짚어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탓하는 남편에게 저항 한 번 못하는 문정희... 사람이 너무 순해서일까요? 요즘도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베이스에 깔고 믿음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박인환 커플은 서로가 서로를 못믿고, 권해효 커플은 남편이 아내를 못미더워하고, 이재룡 커플은 남편이 아내를 너무 믿어주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밑바탕에 있던 사랑이라는 감정 또한 흔들리기 마련이지요. 이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아래 커플들에게서 보여지지 않겠나 생각이 듭니다.
큰아들네(이재룡, 박주미): 남편은 기러기 아빠입니다. 기러기 아빠는 기러기 아빠인데, 자녀들의 뒷바라지가 아니라 아내(박주미)의 뒷바라지를 하는 기러기 아빠네요. 자녀 양육을 하며 아내의 자기계발을 돕는 것은 멋진것일까요? 저는 글쎄요입니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맘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연인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네요. 아내를 민들레 일편단심으로 기다리는 남편과 박사학위 논문이 끝나가며 귀국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 아내이건만 그들의 정이 끈끈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저만의 소회일까요?
이상우: 유학간 박주미와 첫회에 이어 2회에도 엔딩컷을 장식한 인물인 한승우 역의 이상우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공식을 보여주려는 불순한 의도가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남편이 있는 아내이니 분명 불륜이 맞는데 이를 로맨스적으로 그리려고 연출을 한다는 것이죠.
물론 박주미가 콧방귀도 안끼고 있지만, 어떻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습니다.
막내딸네(한채아, 조진웅): <이웃집 웬수>의 한채아랑 <욕망의 불꽃>에서 찐한 감동을 주었던 조진웅이 부부로 만났습니다. <이웃집 웬수>에서 예쁜 연기만 했던 한채아가 이번엔 상당히 망가져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네요. 그녀의 이미지상 차가운 도시의 여자가 제격인데 말이죠. 한채아, 조진웅 커플은 아직 맺어지지 않은 커플인데 조만간 썸씽이 일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요 커플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네요. 큰 홍보와 함께 첫회에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요즘 드라마의 대세인데, <사랑을 믿어요>는 첫 방송이 큰 홍보 없이 잔잔한 시작을 하였고, 시청률 면에 있어서도 크게 흠잡을 것이 없었다고 봅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자리잡은 방송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홍보 방식이 아닐까 하는데요. 티저 효과인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한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해석해야 할 듯 합니다.
p.s. 되도록 본방사수를 해서 시청후기를 남길 작정인데요.
한 회마다 리뷰를 하는 노가다는 솔직히 힘들 듯 하고 지금처럼 주말 2회분을 몰아서 요약 정리 및 주요 에피소드를 다뤄볼 예정입니다.
※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으며, 그 저작권 및 소유권은 KBS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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