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120번째 이야기> 2011년 설특선영화 원제: Cyrano agency(2010) 장르: 로맨스, 멜로, 코미디 러닝타임: 117분 감독: 김현석 출연: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박철민 영화 평점: 영화 몰입도: ※ 영화 평점 및 기타 그 외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양해 바랍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부부의 인연은 팔천겁의 인연
인연을 중시하는 불교의 입장에서보면 부부의 인연은 팔천겁의 인연이 있어야만 맺어지게 되는 인연이라고 합니다. 겁(劫)은 겁나게 무한히 긴 시간을 말하는 불교의 용어로 인도의 힌두교에서 나타내는 시간으로는 범천의 하루, 곧 인간계의 4억 3200만년을 1겁이라고 합니다.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짝을 찾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현재 연애가 진행중인 분들도 계실 것이며, 이미 부부의 연을 맺어 결혼하신 분들도 있겠지요. <시라노;연애조작단>은 불교적인 영화도 아니고, 결혼 이야기도 아닌데 왜 뜬금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궁금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시라노;연애조작단>은 연애에 서투른 사람에게 사랑을 대신 이뤄주게 해주는 연애조작단의 이야기입니다. 연애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시라노 에이전시'는 영화에서도 이야기가 나오듯이 <시라노 드 베르주락>이라는 연극의 이야기에서 작명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라노;연애조작단>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연애조작과 그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연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죠.
물론 연극의 원작과 영화의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시라노 드 베르쥬락>의 작품설명을 보면 시라노는 뛰어난 칼솜씨를 지닌 당대 최고의 검객이자 시인, 음악가이지만 유별나게 큰 코 때문에 추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입니다. 록산느를 짝사랑하지만 록산느는 미남청년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지고, 크리스티앙 대신 아름다운 싯구가 적힌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갈구하지요. 크리스티앙과 록산느는 결혼에 성공하지만 크리스티앙은 전장에 나가 전사하게 되고, 록산느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10년 동안 지키지만 시라노도 린치를 당해 자신이 쓴 마지막 연애편지를 록산느에게 읽어주며 록산느의 품에서 숨을 다하게 되는 슬픈 새드엔딩의 작품입니다.
큐피드의 화살은 정확하지가 않아...
이 사실을 안 록산느가 당신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이 영화에서 록산느 역에 가까운 인물은 이민정입니다.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 엄태웅이 시라노의 역할이랄 수 있는데, 시라노와 록산느는 오랫동안 연인 관계였었습니다.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결별을 하게 되었는데, 엄태웅은 '시라노 에이전시'에 찾아온 자신의 고객이 원하는 상대가 바로 이민정인 것을 알게 되지요. 그는 연극에서와 같이 자신의 마음을 최다니엘을 통해서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어림짐작하던 이민정은 결국 새로운 사랑인 최다니엘을 선택하게 되지요.
시라노 엄태웅의 입장에서는 이민정에 대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영화의 대사에서 나오듯이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민정과 엄태웅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셈이지요. 여기서 만약 자신의 감정만 앞세우게 된다면 아름다웠던 추억마저도 쓸데 없는 감정의 소모로 인해서 밑바닥까지 들여다 보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라노 엄태웅은 마지막으로 마음을 전하며 록산느 이민정의 선택을 가슴 아파하며 바라보게 되지요. 시라노 엄태웅은 큐피드의 화살이 다시 한 번 자신을 쏴주길 원했겠지만, 큐피드의 화살은 크리스티앙 최다니엘의 손을 들어주게 되었네요.
짝사랑이 순수하고 지고지순할지라도...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원작인 <시라노 드 베르쥬락>의 시라노나 <시라노;연애조작단>의 엄태웅이나 두 명 모두 록산느에 대한 사랑만큼은 지고지순합니다. 하지만, 록산느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나 주목해보면 중요한 것은 사랑은 표현이 될 때 완성이 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것이 글이든, 말이든, 노래든, 행동이든 어떠한 형태로 표현이 될지라도 말이죠. 마음 속으로만 간직해서는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죠. 엄태웅이 만약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시라노가 만약 자신의 마음을 록산느에게 고백했더라면... 록산느의 선택은 최다니엘이, 혹은 크리스티앙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일까? 혹은 하늘이 맺어주는 것일까?
결혼을 포기한 사람, 연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자신의 짝을 찾기를 희망합니다. 이미 그러한 인연이 맺어져서 결혼한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아직 찾지 못하고 저처럼 외기러기 신세인 분들도 계실 겁니다. 천생연분 혹은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처럼 인연이라는 것이 하늘이 맺어주는 것일까요? 아니면 <시라노;연애조작단>에서처럼 만들어나가는 것일까요? 저는 스스로 위안을 삼기에 아직 팔천겁의 인연이 만들어지지 않았나보다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하지만, 저의 이런 생각을 <시라노;연애조작단>은 반박하고 있습니다.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이죠.
연애조작을 하면서 엄태웅의 마음을 엿보게 된 박신혜는 '시라노 에이전시'에 자신의 타겟으로 엄태웅을 지목하게 됩니다. 원작과는 달리 시라노에게도 다시 한 번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는 해피엔딩인 셈이죠. 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컷은 분명하게 다시 한 번 말하고 있습니다. 인연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마치며...
엄태웅이나 최다니엘, 박신혜나 이민정 같은 이 연극과도 같은 스토리의 출연 배우들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시라노;연애조작단>은 매력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허나, 스토리의 재미나 대사의 찰진 맛은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되요.
더군다나, 극의 구성과 씬과 씬 사이가 연극의 무대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배우들이 스크린 속에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느껴지기 보단 객석과 연극 무대의 거리만큼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이 때문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방해되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이러한 의도된 연출의 효과가 인생의 한 단면을 무대로 옮겨감으로써 객관적으로 스토리를 관조하게 함을 의도한다고 본다면 그러한 장점과 단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은 저만의 소회일까요?
끝으로 <시라노;연애조작단>의 주연진의 엘르와 보그 화보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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