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희의 순수함이 부럽습니다. 안되는 것을 이미 알고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저한테도, 세희씨 한테도 잘된일이죠."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러한 무모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러한 순수함이 사라졌습니다. 가슴으로 느끼기 보다는 머리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고, 마음 속으로 제단하게 되었습니다. 미인을 얻으려면 용기가 있어야 한다던데, 이러한 용기를 나이라는 것에 빼앗긴 듯 합니다.
"결혼을 하려면 조건도 봐야 하지만, 사람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현시대의 결혼관은 수학 시간에 배웠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다 충족시켜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필요·충분조건들은 워낙 난해해서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조건을 다 충족시킨다고 하더라도 꼭 행복해진다는 정답이 나오지 않는데도 우리 세대는 이러한 조건에 세뇌라도 당한 듯이 이러한 조건을 다 충족시키려고 하지요. 행복하려면 단순한게 좋다는걸 알면서도 복잡해지는 세상에 따라 머릿 속도 복잡해져 갑니다. 그런 면에서 예전의 사람들이 우리 시대의 사람보다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더 순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건희의 사랑이 부럽습니다.
건희의 무모함이 부럽습니다.
허나, 건희가 많이 아플 것 같아 걱정이네요.
사랑을 다 주고 나면 그 아픔은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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